* 깁니다. 접는 방법 모릅니다.
* 혹시나 애국청년회 어쩌고 하는 단체에 가입하고 계신 분들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상당히 마음 상하실 수 있는 글이니까 신경끄고 그냥 가던 길 가시기 바랍니다.
1. 민족주의, 그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대하여.
한국사회에서 ‘한민족’ 혹은 ‘한민족의 문화’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말 그대로 대역죄다. 민족은 절대선이며 민족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절대악이다.
통일을 왜 해야하냐고 반문했다간 인터넷에 사진 몇 장 정도는 둥둥 떠돌아다닐 각오를 해야한다.
‘~상’ ‘~사마’ ‘카와이!’ ‘스고이데스’ ‘[후다닥]’ ‘~했다는..’ 등의 말을 함으로서 신성불가침의 ‘한글’을 훼손하는 자는 일빠 오타쿠 안여돼로 낙인찍혀 여기저기서 비웃음거리가 된다.
친일파 이광수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리고자 할 때에 그를 조금이라도 옹호하고자 하면 순간 친일파로 낙인찍혀 매장당한다. (물론 이광수의 생각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다만,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이광수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나름의 비판을 가하는 것일뿐.)
해방 이후의 좌익 노선은 여운형 계열의 민족 합작 노선에 대해서 ‘자기 주장만 하느라’ 대의를 따르지 못했다며 매번 까인다.
심지어 한국에선 SADS를 좋아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신촌땅에 와서 MV를 찍어 가 놓고서는 감히 일본 쪽바리 주제에 신촌의 위생 상태에 대해서 왈가왈부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SADS의 정치적 성향을 좋아하는 건 아녜요.)
2. 나는 반(反) 민족주의자이다.
나는 민족주의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
특별히 민족을 주장함으로서 가져오는 실익이 별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얘기하면 많은 애국지사(?) 분들이 강력히 주장하시곤 한다.
“니가 나라가 없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라고. 그리고 친절하시게도 베트남 보트 피플의 예까지 들어주신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을 해 보아야할 것은, ‘국가가 없을 때의 개인의 지위’가 아니라 ‘국가가 없을 때의 개인의 지위가 왜 그렇게 되냐는 것’이다. 너도나도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국가들은 타국민들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민족주의에 의해 국가라는 경계선이 획일적으로 그여있을 때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개인의 지위가 그만큼 격하되는 것뿐이다.
민족을 주장함으로서 가져오는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와 동일선상에 있는 이야기로, ‘민족’이 가져다주는 의미 자체가 없다.
‘없다’라는 건 말 그대로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참 곤혹스럽기는 하지만 굳이 얘기를 하자면.. ‘민족의 이름으로 통일을 해야합니다’라고 하면 ‘민족과 통일과의 관련성은?'(더 설명을 붙이자면 ‘하나의 민족은 왜 하나의 국가여야 해?’)라는 걸까.. 아 써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물의 맛이 어때’라고 묻는 것 마냥 정말이지 ‘없는 게 뭔데’라고 묻는 것은 정말이지 대답하기가 난해한 질문이다.
여하튼.
민족주의에 찬성하지 않음에서 더 나아가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이유.
민족주의는 절대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족주의가 뿌리깊게 박힌 나라-예를 들어 우리 나라-에선 혼혈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어느 인터넷 기사에서 누가 그러시더라.
“혼혈은 순수 혈통보다 애국심이 뒤떨어진다”
애국심이, 개인의 다양성을 침해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상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왜 국가를 사랑해야 되는지 왜 민족을 사랑해야 되는지. 혹시 그 이유 알고 계신 분 계신가요?
혼혈 뿐 아니다. 민족주의가 강한 국가에서는 외국인들조차 설 자리가 없다. 한국인이 좋아 한국으로 이민 온 일본인이, 자신이 가친 일본의 가치와 일본식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혹은 한국에 대해서 애국심을 갖지 못한다면 천하의 몹쓸 놈이 되어버린다, 그건.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
민족주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정당화하고 너무나 많은 것을 부정해버린다.
호주제를 비롯한 많은 종류의 ‘아름다운(?)’ 우리의 미풍양속을 없애선 안 되는 이유는 그것이 민족의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런 거다.
박정희 씨는 우리 민족의 번영에 노력을 하셨기 때문에 좀 흠이 있어도 눈감아 드려야 한다.
우리 민족 경제의 밑기반이 되어온 성매매는, 우리 민족의 경제를 좀먹어 들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지되어선 곤란하다.
일제시대에 ‘힘의 논리’를 펴며 부국강병을 주창했던 분들은 민족을 위해 희생하셨기 때문에 무조건 옳으시다. 물론 다른 방향에서 같은 논리를 폈던 이광수는 나쁜 놈이고.
좀 강력한 주장을 펼치시는 분의 의견을 받들어 오자면, 독도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침략전쟁조차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민족이란 가치가 대체 무엇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많은 ‘옳지 않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또 민족주의는 너무나 많은 것을 부정해 버린다.
‘한글’에 대한 훼손을 자행하고 있는 외계어를 쓰는 무리들은 모두 추방되어야 한다. 일빠들도 물론 마찬가지.
독도문제가 한창 불거지고 있을 때 아르바이트하는 편의점에서 행여 J-pop이라도 틀었다간 디지게 맞는다.
일본인과 개는 출입금지인 멋드러진 술집도 있다.
민족이라는 ‘대’를 견지해야 하기 때문에 민족의 위기가 닥친(?) 시점에서 여성 문제 노동 문제 인권 문제 등등의 ‘소’를 논하는 것은 스스로가 매국노라는 것을 그 자리에서 입증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마지막 이유.
‘민족’이라는 절대 가치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민족’의 문제가 관여된 어떠한 담론에서도 언감생심 민족에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거나 심지어 생각조차도 할 수 없다. 민족주의는 견고한 흑백논리를 만들어 내는 훌륭한 사상이다.
3. 반(反)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담론들을 되돌아 보다.
통일.
솔직히 이야기해서 나는 현재 상황에서 굳이 ‘통일’을 해야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각자의 체제를 가지고 각자의 정부를 갖고 있는 2개의 국가가, 서로의 체제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주거나 자신의 체제를 포기할 의사가 전연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정부로 통일해야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굳이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해야한다? 왜 민족은 통일을 해야하는 걸까.
다만 남한과 북한 사이에 현실적인 교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고 싶으나 갈 수 없는 공간, 만나고 싶으나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왕래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일본 우파.
일본 우파는, 일본 우파이기 때문에 나쁜 게 아니라 일본 우파이기 때문에 나쁜 거다. 신사참배를 하거나 역사 교과서 왜곡을 하는 게 나쁜 이유는 저 쪽바리 새퀴들이 맛을 봐야 정신차리려나 라고 볼 게 아니라 제국주의를 동경하기 때문에 나쁜 것이고 과거에 대한 왜곡을 자행하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섬나라 원숭이, 쪽바리 새퀴들 이라고 하는 거나 그들이 우리에게 조센징, 일본이 없었으면 발전도 못 했을 덜 떨어진 민족 이라고 하는 거나 다르지 않다는 것. 본인도 한국의 강렬한 우파인 주제에 일본의 강렬한 우파를 나무라는 것은 뭐 묻는 개가 뭐 묻는 개 나무라는 셈이다.
친일파.
‘민족 반역자’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친일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절대악’이 아니고선 전무하다. 자폐가 열렬히 사랑하는 박노자 씨가 최근 들어서 친일파의 사상과 독립군의 사상의 뿌리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조금씩 꺼내놓기는 하지만.
친일파 역시 당대 지식인들 중 하나로서 시대의 고민을 안고서 그것을 풀기 위한 제시로서 ‘친일’을 내놓은 것 뿐이라는 게 자폐의 생각이다. 친일파와 독립군 모두 조선인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모두 그 해결책으로 ‘힘’을 제시한 것은 같다. 다만 다른 것은, 그 나름의 가치에서 독립군은 지배체제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친일파는 지배 체제에 수긍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이다.
친일파는 나쁘다. 일본에 붙었기 때문에 나쁜 게 아니라 민중을 탄압하는 지배 체제에 동조하여 그 역시도 기득권을 휘둘러 민중을 탄압했기 때문에 나쁘다.
한글, 외계어, 외래어, 은어.
한글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나로서는 외계어의 사용을 반대하는 이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언어는 변하는 것이다. 변하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조선 중기에 한글에 대거 들어와버린 ‘한자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과 가까이 있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북의 사투리도 사용하면 안 되고 일본과 가까이 있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심지어 억양조차 비슷한- 경상도의 사투리는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일반 민중들이 남발하는 은어로서 사용되다가 순 한글로 정착된 많은 단어들도 절대로 쓰면 안 된다.
다만 은어적 입장이기 때문에 그 은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제 3자에게 은어를 남발하는 것은 분명히 실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에티켓’의 문제이지 민족의 훼손이라는 거대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4. 그리고.
해야할 이야기들은 많지만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사실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이런 글을 올렸다가 내 사진과 함께 이 글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고 강의실에서는 테러 당하고 지나다니는 사람 한테선 ‘저 년, 저 년 매국노’라는 소리를 듣고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뭐, 거야 어쨌든.
민족이라는 것도 젠더나 계급 등과 동급에 있는 하나의 가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역시 상대화될 수 있고 반박을 할 수도 있는 가치인 것이다. 민족은 절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민족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고, 이 글을 쓴 자폐가 매국노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오늘 저녁 깊이 생각을 해 보시길 바란다. 민족이 어째서 가치로서의 중요함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민족이라는 가치를 주장했을 때 과연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지.
5. 뱀다리.
6.25는 북한의 통일전쟁이었다.
맥아더는 나쁘다.
해방 이후 미군정보단 조선 공산당에 대한 지지율이 훨씬 더 높았다.
저도 잡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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