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이미 많은 분들이 감상하셨을거라 생각되는 일본의 국민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연출작. 본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열렬한 팬인 일본의 인기 남성 듀오 CHAGE & ASKA의 멤버 차게의 적극적인 의뢰로 싱글 음반 발매에 맞춘 프로모션용 영상으로 기획되었다가 이것이 발전하여 6분 30초짜리 뮤직 비디오로 완성되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뮤직 비디오라는 점에만 연연하지 않고 똑같은 상황을 여러가지 다른 장면들로 연출하는 등 본인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이입하여 한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완성 직후 스튜디오 지브리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개봉 당시, 본 작품 상영에 앞서 ‘지브리 실험극장‘이라는 타이틀로 예고 없이 깜짝 상영되어 관객들로부터 횡재했다는 탄성이 나왔으며 CHAGE & ASKA의 콘서트에서도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되어 팬들을 감동시켰다. 소장용 소프트웨어가 별도로 발매되지 않아 콜렉터들의 애를 태우다가 지난 1996년 여름,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이 모두 들어있는 스페셜 LD 박스 ‘지브리가 가득히’ 발매 당시 처음으로 수록되어 일반에게 공개 되었다.
X2 (린 타로 / 1993)
지난 1993년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락그룹 X JAPAN의 노래 ‘X‘와 4인조 만화창작집단 CLAMP의 만화 ‘X’가 합쳐졌다하여 X2(더블 엑스)라는 타이틀로 발매된 스페셜 뮤직 클립. 영상 미학에 관한한 일본내 최고 평가를 받아 오고 있는 명감독 린 타로가 6개월간 외부와의 연락을 완전히 끊고 만들어 돌아왔다는 이 2분 30초짜리 전설의 필름은, 최초 시사를 JR 신주쿠역 동(東)출구의 명소 스튜디오 알타에서 예고없이 상영되어 길거리를 지나던 행인들을 완전히 감전시켜 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역대 뮤직 비디오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영상미를 인정 받으며 3년 뒤에 제작될 극장판 ‘X’의 프로모션 필름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추후에 紅, Silent Jealousy, ENDLESS RAIN 등의 X JAPAN 히트곡들과 함께 수록되어 LD로 발매되었다. 국내에서는 당시 이 LD 카피본을 입수한 매니아들이 CLAMP의 X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으로 잘못 알고 설레는 마음에 비디오를 틀었다가 X JAPAN의 노래들만 무려 25분간 줄창 나오는 바람에 “속았다!”를 연발하던 중 비디오를 끌려는 찰나에 나와버린 저 2분 30초의 동영상에 완전히 감전되어 앞서 25분을 완전히 잊어 버렸다는 증상들이 당시 PC 통신 게시판에 엄청 많이 보고 되기도 했다. ^^
마크로스 FLASH BACK 2012 (카와모리 쇼지 / 1987)
1980년대에 그것도 약관 27세의 감독이 만들어 놓은 뮤직 비디오라는 사실 자체가 미스테리인 기념비적인 작품. 마크로스 세계관의 실질적인 창조자인 카와모리 쇼지는 TV 시리즈 메카닉 디자이너(22세)에서 출발해 극장판의 공동 감독(24세 *일본 최연소 감독 데뷔 기록)을 맡은 여세를 이어 1987년 이 뮤직 비디오를 단독 연출해 낸다. 마크로스 본편으로부터 수년 뒤의 민메이, 히카루, 미사의 에필로그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당시 건담 팬들에 비해 소외 당하고 있었던 마크로스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로 전해져 이것을 독립적인 뮤직 비디오가 아닌, 실제 마크로스 세계관 속에서 거행된 민메이의 앵콜 공연으로 기억하고 있을 정도.(개인적으로도 저 공연을 처음 봤을 당시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현재의 애니메이션 기술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 없는 영상적 완성도로 오랜 기간 회자되고 있으며 1980년대 가장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던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의 존재감을 짧지만 가장 강렬하게 간직하고 있는 마스터피스라고 할 수 있다. 본래는 총 7곡이 수록된 30분짜리 뮤직 비디오로 발매 되었으며 그중에서 위에 소개하는 곡은 ‘사랑 기억하십니까’와 함께 가장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엔딩곡 ‘천사의 그림 물감’이다.
Ken Ishii ‘EXTRA’ (모리모토 코지 / 1998)
앞서 세편의 뮤직 비디오가 철저히 아날로그 셀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 기반의 작품들이라면,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선두 주자로 뮤직 비디오 분야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모리모토 코지 감독의 연출작. 지난 1987년 선라이즈 극장 애니메이션 ‘Dirty Pair’의 오프닝을 영화 ‘007: For Your Eyes’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 비주얼로 만들어내 주목을 받았던 모리모토 감독은 지난 1996년 극장판 애니메이션 ‘메모리즈: 그녀의 추억’편을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사용해 연출하는 등 애니메이션과 음악의 조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이후에는 거의 뮤직 비디오 감독으로 전업하기에 이른다. 특히 2D의 손맛과 3D의 정교함 사이의 이상적인 접점을 찾기 위해 오랜 연구를 거듭한 결과 2D와 3D의 중간 차원을 의미하는 2.7D의 개념을 만들어 본인이 연출하는 뮤직 비디오들에 실험적으로 적용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메모리즈’를 보고 크게 감탄했다는 인기 비주얼 락 그룹 GLAY의 보컬 테루로부터 직접 청탁을 받은 ‘서바이벌’의 뮤직 비디오가 엄청난 화제를 모으면서 이후 유명 아티스트들의 뮤직 비디오 의뢰가 쇄도하게 된다. 위에 소개하는 뮤직 비디오는 세계적 테크노 아티스트 KEN ISHII가 모리모토 감독에게 청탁했던 ‘EXTRA’이다. 이 작품도 나온지 어느덧 7년이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기준에서는 평이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에 저런 2D와 3D를 들락거리는 해괴한 영상은 가히 충격적인 것이었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 ‘금빛 시간 흐르고’ (야마자키 카즈오 / 1993)
2000년대에 히트하고 있는 ‘데스노트’와 1990년대 큰 화제를 모았던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는 어떤 공통점 있을까?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은 소년지에 연재되는 작품(데스노트)임에도 소녀 팬이 많다는 것과 소녀지 연재작(나의 지구를 지켜줘!)임에도 남성 독자가 많았다는 측면에서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원작자(히와타리 사키)가 이후 이렇다할 화제작을 더 내놓지 못해 잊혀지고 있지만 1990년대 ‘나의 지구를 지켜줘!’는 그만큼 남녀를 불문하고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The Five Star Stories’의 야마자키 카즈오 감독에 의해서 6부작 OVA로 제작되어 또 한차례 화제가 되었으며, 작품과의 고별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을 위해 ‘금빛 시간은 흐르고’라는 타이틀의 스페셜 뮤직 비디오가 발매되어 또 한번 팬들을 설레게 했다. 특히 이 작품의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훗날 엄청난 거물(^^:)로 성장하는 음악가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칸노 요코’. 당시 코에이사의 ‘대항해시대’로 게임 음악 분야에서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고 있었던 그녀가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음악을 맡게된 것이 바로 이 작품이었으며, 칸노 요코와 오랜 기간 명콤비로 함께 해 오고 있는 보컬 아라이 아키노가 이때부터 이미 많은 곡을 부른바 있다. 때문에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스페셜 뮤직 비디오 ‘금빛 시간 흐르고’는 원작, 감독, 음악 모든 측면에서 환상의 조합을 이루어 팬들이 꼭 소장하고 싶은 뮤직 비디오 리스트에 항상 들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흑흑.. 목련과 탱알의 모습… 오랫만에 보니 눈물이 찔끔.. ㅠ.ㅜ)
이노센스 Follow Me (오시이 마모루 / 2004)
전세계 아니메 팬들이 고대해 온 ‘공각기동대’의 속편 극장판. 2001년에 출간된 시로우 마사무네의 원작 만화 ‘공각기동대 2’를 베이스로 제작되었으나, 속편의 성격보다는 독립적인 에피소드임을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는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의 의견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공각기동대 2’가 아닌 ‘이노센스’를 공식 타이틀로 확정지었다. 또한 전편보다 사실적인 비주얼 묘사를 위해 오랜 콤비였던 미술감독 오구라 히로마사를 과감히 배제하고 ‘X’ 극장판의 히라타 슈이치에게 아트 디렉션을 일임해 영상적 디테일을 한층 강화시키며 타이틀 뿐만이 아닌 작품 품질적으로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다만 카와이 켄지가 들려주는 암울한 미래 협주곡은 이번에도 전편의 음계를 계승해 또 한번의 전율을 체감케 해주고 있으며, 국내에서 KBS 토요명화 시그널 곡으로 유명한 아랑훼즈 협주곡(Concerto De Aranjuez)을 편곡한 테마곡 ‘Follow Me’가 작품의 감동을 배가시켜 주었다. (그때문에 ‘토요명화’ 볼 때 마다 계속 생각나는 증상이;;;;;;)
건담W White Reflection (*미상 / 1997)
1990년대 중반 건담W의 인기를 주도했던 것은 물론 무라세 슈코라는 꽃돌이 전문 디자이너의 대활약이었지만, 그 이면에 또하나의 성공 요인을 꼽자면 성우 출신 2인조 그룹 TWO-MIX의 음반들도 크게 일조했기 때문이라 생각. 특히 ‘란마 1/2’ 시절부터 이미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던 성우 다카야마 미나미는 TWO-MIX 결성 이후 가수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으며(심지어 올 초에 자신이 주연 성우를 맡고 있는 ‘명탐정 코난’의 원작자 아오야마 고쇼와 결혼. 백만장자 만화가와 그 만화의 주인공 성우와의 결혼이라 하여 엄청 화제됨), 실제로 오리콘 차트 TOP.10에 수차례 들었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함. 그중에서도 ‘White Reflection’은 TWO-MIX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중에 하나로 음반 발매 당시 한정 특전으로 뮤직 비디오가 들어있는 VCD를 선물로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위의 동영상. 다분히 TWO-MIX 본인들을 모델로 제작된 이 뮤직 비디오는 지금까지 만든 스태프들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나 곡과 장면을 매치시킨 절묘한 커트빨과 장면 연출들은 지금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뮤직 비디오에 스토리가 첨가된 작품들 중에서 단연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뽀나스~!
인랑(오키우라 히로유키 / 2000)
지난 2000년, 일본 대중문화 1차 개방 직후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국내에 막 수입되기 시작할 무렵. 유일하게 최신 화제작이라는 프리미엄을 달고 개봉되었던(그러나 흥행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던) 오시이 마모루 원작,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의 ‘인랑’. 당시 이 작품의 국내 수입사인 일신픽처스로부터 뮤직 비디오 편집 의뢰를 받고 본인이 직접 만들었던 비디오 클립으로 개봉 일정에 맞추느라 짧은 시간 만에 베타캠으로 아날로그 편집 한 것을 추후에 코딩(그래서 화질이 좀 떨어집니다)한 것인데, 수정하고 싶은 곳들이 꽤 되지만 그래도 당시 작업하던 때의 추억이 떠올라 원본 그대로 올려 봅니다. 미조구치 하지메(칸노 요코의 남편)의 은은한 선율과 가브리엘라 로빈(칸노 요코)의 꿈 속을 걷는 듣한 아리아는 작품속에서 늑대로 살아야만 하는 인간과 주인공 소녀의 교차점을 이어주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이 흥행에 실패해서 아쉬웠지만, 음악 만큼은 오래오래 간직해두고 싶은 작품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