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社 회장은 지난 95년 인텔社 간부들과의 모임에서 “反독점 법 위반 소송은 결국 유야무야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텔社 간부가 손으로 받아쓴 기록에 따르면 게이츠는 미국 정부의 조사가 있었다고 해서 사업관행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지만 회사 전자우편 보관 정책은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물론 농담이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社의 대변인에 따르면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자우편에 관한 대책을 만든 바가 없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9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자우편 메시지를 포함해 3백30만 건으로 추산되는 마이크로소프트社 문서를 입수할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게이츠의 비디오 녹화 증언을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전역의 사무실에서는 직원들이 몇 년 동안 보관해온 전자우편 메시지를 검색하며 불법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기발한 사업계획안을 삭제하느라 정신이 없다. 여기에는 정리해고시 인건비 절감액 추정, 추잡한 농담, 연애 편지, 최고경영자의 대머리에 대한 언급 등이 포함돼 있다.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컴社는 얼마 전 “시일이 지났거나 불필요하게 된 모든 중요하지 않은 컴퓨터 문서를 파기하라”는 지시를 직원들에게 내렸다.

전자통신부문 전문가인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클 오벌리 변호사는 지금까지 미국 전체 기업체의 3분의 1 정도 만이 전자우편의 내용·취급·보관에 대한 공식 방침을 수립했으며 그들 방침 가운데 실제로 시행된 것은 3분의 1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재판뿐만 아니라 셰브론社 사건 때문에 이 수치가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셰브론社에서는 ‘맥주가 여자보다 좋은 25가지 이유’ 같은 메시지를 전자우편 게시판에 올린 후 발끈한 여성 직원들이 소송을 제기했었다. 셰브론은 지난 95년 2백20만 달러에 원고와 합의했다. 오벌리는 “많은 회사의 경우 전자우편과의 밀월은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전자우편은 문서화된 기록·메모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 철해 두지 않은 종이 기록은 쓰레기통에 버리면 다음날 없어지지만 일반 사무실 네트워크에서는 거의 모든 전자우편이 시스템 서버에 보관된다. 몇 년 전에 보낸 메시지라도 자기 테이프에 저장 보관되면 단말기 키로 삭제할 수 없다.

더욱이 전자우편은 보내고 나면 곧 사라지는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이에는 감히 쓰지 못할 내용마저 전자우편에서는 표현하게 된다. 온라인 비헤이비어誌 편집장 조 월서는 “전자우편은 교사가 나눠주는 인쇄물보다는 교실 뒤편에서 몰래 돌려보는 쪽지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홀하게 생각해 기록해서는 안되는 내용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 좋은 예가 온라인 뉴스레터를 구축했던 넷스케이프社의 몇몇 직원들의 경우다. 그들은 2년여 동안 사장·동료·구내식당 음식에 대한 메시지, 흉허물 없이 함부로 하는 표현에서부터 너무나 철없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을 다룬 수천 건의 메시지들을 교환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정부 對 마이크로소프트의 재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측 변호사들은 올 여름 넷스케이프의 모든 전자우편 메시지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넷스케이프 공동창업자인 제이미 자윈스키는 “관리자들이 소환된 전자우편들을 되돌려 받으면 전자우편 발신인들을 해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다수 사람들이 전자우편으로 당하는 재난은 평범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사 뉴라인 시네마의 직원 미미 럼프다. 그녀는 언젠가 한 메시지를 다른 사람에게 송부하는 버튼을 누른다는 것이 그만 답신 버튼을 눌러 동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바로 그 동료 앞으로 직접 전달됐다. 전화 통화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또 럼프는 몇 달 전 그때의 교훈을 까맣게 잊은 채 스트립 댄서가 그려진 애니메이션 전자우편 축하 카드를 남편에게 보내는 대신 생면부지의 한 여성 작가에게 보내는 실수를 했다. 그러나 그녀가 우편 대신 전자우편을 이용한 것이 실제로는 운이 좋은 경우가 됐다. 그녀는 실수를 깨닫자마자 곧바로 그 작가에게 사과 내용의 전자우편을 냈다. 그러자 그 작가는 자신의 컴퓨터와 호환이 안돼 문서를 읽을 수 없었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빌 게이츠의 전자우편이 그에게 불리한 물증이 되기 이전부터 기업체들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올해 미국 경영자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직원들의 전자우편을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가 20%로 지난 몇 년 간 크게 늘었다. 전자우편 자동검열(특히 수신인이 회사 외부사람인 경우) 프로그램들도 붐을 이뤘다. 美 증권투자위원회는 주식매매를 강권하고 내부자 거래를 부추길 수 있는 정보를 유출하는지에 대해 외부전송 전자우편을 감시하도록 증권회사들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40개社 정도가 SRA 인터내셔널社의 액센터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사용 금지된 문구(‘마이크로소프트’는 괜찮지만 ‘이 주식은 장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처럼 될 것’이라는 말에는 경보가 울린다)를 체크하는 자연언어 연산장치를 채택하고 있다. 콘텐트 테크놀로지스社의 MIME 스위퍼 프로그램은 약 4천 개社에서 사용되고 있다. 타종교 모독·인종 비방·성적인 내용·비밀 프로젝트의 코드명처럼 회사측이 명기한 사항을 담은 전자우편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아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외설적인 문구를 검색하는 컴퓨터 사용자에 의해 낱낱이 읽히는 것을 우려한다면 아예 그런 추세에 적응하는 편이 낫다. 전자우편의 사용범위가 거의 제한 없이 넓어지면서 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술도 확산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지금도 2만8천 명의 직원들이 서로 하루 2백만 건의 전자우편을 주고받고 있으며 누구든지 컴퓨터 터미널 앞에 앉아 게이츠에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조언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봅 허볼드는 “전자우편은 우리의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종이로 된 우편은 이따금 한 변호사로부터 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Jerry Adler 기자

With Brad Stone and Patricia King in

San Francisco and Steve Rhodes in Chic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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