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정책(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금지정책)이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보수언론의 보도 직후 21일 서울대가 총대를 멨다. 다음날에는 사립대총장협의회,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그리고 한나라당도 달려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들먹인다는 것. 3불정책 멱살잡기의 동력은 바로 호가호위(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빌림)인 셈이다.

“OECD 보고서는 3불정책의 폐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이 분명하다.”(손병두 사립대총장협의회장, 한국일보 재인용), “OECD도 최근 3불정책 폐지를 권고했다.”(동아일보 23일치), “OECD의 최근 지적에 완벽하게 공감한다.”(장호완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 위원장)

하지만 OECD는 3불정책 폐지를 권고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OECD가 지난 19일과 2월 말에 차례대로 내놓은 ‘규제개혁보고서’와 ‘고등교육분석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261쪽으로 된 규제개혁보고서(국무조정실 번역)를 보면 OECD 권고 내용이 담긴 ‘정책대안’ 항목에는 8개의 권고사항 어디에도 3불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한국 정부의 정책상황을 소개하는 난에서 “이러한 규제(3불정책과 학생정원)는 본질적이라고 여겨지는 영역에서 기관의 독립성을 명백히 제한한다”고 표현했을 뿐이다. 이를 ‘3불정책’ 폐지활동에 앞장선 일부 신문이 앞뒤 맥락을 자른 채 보도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이에 대해 권재원 참교육연구소 기획실장은 “금지정책인 3불정책이 대학 독립성을 제한한다는 현 실태를 언급한 상식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오히려 3불정책에 대한 OECD의 명확한 생각이 담겨 있는 자료는 지난 2월 14일 나온 ‘고등교육분석보고서’다.

OECD 검토단은 이 보고서의 제언에서 “투명성 제고를 위한 다른 제도가 정착되지 않는 상황에서 3불정책과 다른 규제들을 서둘러 없애지 말라고 우리는 경고한다”고 적었다. 현 시점에서 3불정책 폐지에 반대하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OECD 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연구실장은 “OECD는 3불정책에 대해 오히려 서둘러 폐지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일부 언론의 잘못 된 내용을 근거로 해서 3불정책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대학관계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짜 호랑이 말을 믿고 호가호위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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