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처음 봤을 때 그 제1원칙 “로봇은 사람을 해치거나,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이 해를 입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는 구절을 보고 여러 가지 상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위험이라는 것은 아주 구체적인 개념이기도 하지만, 또 추상적인 개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로봇이 만일 논리적인 존재라면, 인간이 처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눈앞에 일어나는 교통사고나 막는 짜잘한 게 아니라, 대규모의 살상을 막기 위해 무기 공장을 부숴버리던가, 전쟁을 부추기는 자들을 막거나, 약과 식량을 훔쳐다 무료로 나눠주던가,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전개하던가, 아예 계급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혁명을 조직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상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로봇이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인류의 행복을 위해’ 노조를 박살 내러 가던가,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거나, 지속적인 개발을 위해 빈민가 철거에 앞장서거나, 인터넷에 실명제를 도입하는데 앞장서거나, 파병 용병으로 나서거나… 뭐 그러겠지요. 어쩌면 인간이 처한 위험과 그 대책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진 로봇들이 대규모로 충돌하는 일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는 어떨까요? 최근 인류가 처한 가장 급박한 위험 중에 지구 온난화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아시모프의 3원칙을 입력받은 로봇은 이 지구 온난화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요? 아니,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요? 지구 온난화는 너무나 명명백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관점과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이 문제 역시 그 로봇이 우파냐, 좌파냐, 혹은 환경론자의 주장을 지지하느냐, 기업 측의 주장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먼저 여러분이 아는 지구 온난화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마다 익숙하게 듣게 되는 용어가 지구 온난화이고,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라서 반론이라는 게 도저히 성립 안 되는 문제처럼 보입니다. 혹시 “지구 온난화는 사실이 아니고 전혀 근거 없는 이론일 뿐”이라던가,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현재 교토 의정서에 사인하지 않았던 미국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오른쪽 분들’이 하는 이야기들이지요. 그들도 나름의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교토의정서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가 되어 이산화탄소와 온난가스에 대한 규제가 아직 없는 탓에 별다른 논쟁 없이 교토의정서를 비준했지만, 앞으로 몇 년 후 한국에도 규제와 의무가 발생하게 되면 곧 그에 대한 논쟁이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혹시 지구 온난화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제 미 공화당을 위시한 기업들의 주장도 한번 살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왜냐하면, 몇 년 후 한국에서도 그와 유사한 주장이 넘쳐날 것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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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의 작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마이클 크라이튼은 스티븐 킹과 더불어 영어권에서 대중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보통 크라이튼을 SF 작가라고 많이들 생각하고 있는데, 본인 스스로도 SF 작가라고 이야기하지 않을뿐더러, SF 계에서는 ‘마이클 크라이튼 따위가…’ 라며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작가입니다.
마이클 크라이튼은 SF로 치장한 ‘대중 과학’ 수준의 훌륭한 이야기들을 대량생산하고 있는데, 부족한 게 있다면 진짜 SF가 가지고 있는 깊은 생각, 뉘앙스, 참고 자료와 문학적인 질이다. – Dan Simmons
그 이유는 그의 소설들이 SF의 요소들을 차용하지만, 과학적인 논리 전개나 사색거리를 던져주기보다는 액션에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그의 소설을 SF가 아니라 ‘테크노-스릴러’로 분류하던데, 테크닉적인 소재들을 이용해서 만든 스릴러라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도 대형 서점 외국 서적 코너에 가보면 마이클 크라이튼 소설이 SF 코너에 배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그가 2004년에 아주 ‘재미있는’ 소설을 하나 발표했습니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어 판매되지 않았으니 한국어로 된 이름은 없지만 <공포 상황(State of Fear)> 정도로 번역하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소설의 주제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지구 온난화는 사기다.”
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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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오자마자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장식하며 약 150만 권이 팔려나갔습니다. 책을 읽은 ‘조지 부시’가 감동을 받고 2005년 초에 백악관으로 크라이튼을 초청해서 한 시간여 가까이 이야기를 나눈 후 ‘전면적으로 동의한다.’며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던 일화가 유명하기도 합니다.
현재 교토 의정서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를 보면 좌파, 환경단체, 민주당 등이 한 축을 이루고, 다른 편에 우파, 공화당과 기업들이 한 축을 이루면서 논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경우는 좌파, 환경단체, 민주당과 그 주장을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공격합니다.
책은 꽤 두껍습니다. 장장 600페이지를 훌쩍 넘는데, 아마도 국내에 번역된다면 아마도 최소한 3권 이상으로 분권 되어 발간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닐 스티븐슨의 <크립토노미콤>은 본래 한 권으로 나왔는데, 한국에서는 네 권으로 나뉘어서 아예 시리즈처럼 나왔더군요. 600페이지가 얼마나 두꺼운가 하면, 더글러스 아담스의 유명한 SF 풍자 소설 <은하계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권 전집을 다 합쳐도 600페이지가 안 됩니다.)
이 두꺼운 책은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반 지구 온난화론’에 대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강의록에 가깝습니다. 시종일관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에게 ‘지구 온난화’라는 이야기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강의를 합니다. 이 책을 위해 3년여를 공부했다는 크라이튼은 600페이지나 되는 소설로도 부족했는지, 책 뒤에 부록의 형태로 자신의 주장을 요약한 ‘작가의 메시지’와 ‘왜 정치화된 과학은 위험한가’라는 두 개의 글을 추가했고, 무슨 논문의 참고자료 목록처럼 자신이 참고한 논문과 그래프의 목록을 쫙 써놓았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물론 기존의 생각을 뒤집는다는 것입니다. 자, 그럼 이 책의 주장을 한번 요약해보겠습니다. 이미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에 대한 반론은 다음에 올릴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 글을 기다리기보다는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시고 한번 직접 자료를 찾아보실 것을 권합니다. 저도 처음에 좀 당황했는데, 자료를 찾아보며 소설을 봤더니 아주 재밌더군요. 그래서 여러분도 아래 주장을 보고 반론을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먼저 소설의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해 보지요. 역시 스릴러 소설인지라 두께에 비해 줄거리는 아주 단순한 편입니다.
<!– –> 환경단체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의 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남태평양의 한 섬이 물속으로 잠기면서 섬 주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면서도 교토의정서에 참가하지 않은 미국 정부를 상태로 이들 단체가 민사 소송을 제기하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환경운동단체에 거액을 지원하는 갑부를 돕는 변호사 피터 애반스(Peter Evans)가 주인공이다. 지구 온난화 관련 민사소송을 진행하려던 환경단체들과 변호사들은 해수면 상승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들을 찾을 수 없자 딜레마에 빠지고, 피터의 의뢰인인 환경운동가 갑부가 갑자기 실종된다. 피터는 최근 갑부를 돕기 시작한 존 케너(John Kenner)라는 사람을 만나서 함께 움직인다. 환경단체들은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인 근거가 빈약해지자, 테러조직을 만들어서 환경 테러를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부분의 환경단체는 다들 이 테러조직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환경 단체들은 남극의 빙하를 대규모로 파괴하거나, 태풍의 경로를 바꾸거나, 쓰나미를 일으키는 대규모의 테러를 기획한다. 피터 애반스는 존 케너와 함께 이 테러들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면서, 점점 환경론자들과 지구 온난화론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그럼 책에 담긴 ‘반 지구 온난화론’을 소개해보도록 하지요. 아래는 책의 서술 순서대로 요약한 내용입니다. 아래 글들은 거의 대부분 주석이 달렸고, 근거 자료와 논문, 그래프 등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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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 글이었는데, 읽어보니까 어떠세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나요? 다음 달에는 이 책에 실린 주장에 대한 반론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이 글을 읽은 분들이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출처: 웹진Ac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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