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학과 신설은 ‘성차별’이다?”

충남 천안에 있는 선문대학교(통일교 재단)가 순결학과를 신설한 것과 관련, 여성학동호회 통신방에서 토론이 활발하다. 여학생만을 선발하는 것과 ‘순결학과’라는 명칭은 “이래저래 성차별 아니냐”라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순결학과에 대한 논의가 촉발된 것은 지난 11월 중순. 일간지마다 ‘이색학과 소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선문대 순결학과가 소개됐다.

99년 신입생을 모집하는 순결학과는 20명 전원을 여학생으로 선발, 학생들은 순결과 성, 부부관계 및 가정생활 교육, 가족사회학 등을 전공과목으로 배우며 전원 학비면제와 해외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이 때부터 통신방은 순결학과에 대한 이야기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우누리 여성모임 ‘생의 한가운데’(go miz)의 부시삽 조여울씨가 먼저 토론을 제안했다. 조씨는 “‘순결 이데올로기’가 여성들을 억압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결학과 신설에 대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아보자”고 취지를 밝혔다.

토론에 참가한 사람들이 ‘순결학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 첫째는 성교육·상담자를 배출한다는 학과에서 왜 전원 여학생만을 선발하는가 하는 점이다. ‘순결’을 여성에게만 강조하는 사회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지적.

두번째는 ‘순결학과’라는 학과의 이름이 성 상품화라는 의견이다.

성교육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목적에 상관없는 ‘순결학과’라는 이름은 지극히 선정적이라는 것. 성도덕의 상실과 가정파괴 등을 바로잡아 올바른 성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의도라면 굳이 순결학과가 아니라 성문화학과, 성윤리학과가 타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낮은소리’(ID)는 “순결학과는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하고 가부장적 사회를 유지하려는 성의 보수화일 뿐”이라며 “문란한 성문화 풍토를 바로잡으려면 사회전반에 걸친 성 상품화의 토대를 바꿔야지 ‘순결’의 문제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ID가 ‘garnet0’인 토론자는 “이 사회에 여성의 순결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없었다면 순결학과는 선택하는 사람의 개인적 취향문제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대학이 여성을 억압하는 순결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데 일조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문대측은 “순결학과에 점차 남학생도 선발할 계획이며 도덕적 ‘순결’을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순결학과 한 교수(남·전 경영학과)는 “성적 퇴폐문화를 바로잡는 순결운동을 학문적으로 뒷받침하고 인재를 교육하기 위한 학과”라며 “육체적 순결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도덕적 접근을 강조하고 학문으로 정립하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그는 또 “첫 시작이라 준비가 미흡하고, 남학생은 아무래도 커리큘럼이 달라야 하기 때문에 우선 여학생만을 뽑는다”며 “사회복지·산업심리 등 여러 교수님들과 학문의 방향, 커리큘럼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방엔 “순결학과가 학문으로 성립될 수 있는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성학자들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 학문적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이화여대 김은실 교수(여성학과)는 “학문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분과 수준이고, 비록 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학과를 만들었다고 해도 왜 여성만 모집하는지는 의문”이라며 “여성만 순결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김경애 교수(여성학과)는 “순결이란 개인 윤리·선택의 문제이고 순결한지 안한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의 여부가 문제”라며 “순결학과는 21세기에 걸맞지 않는 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여성은 성폭행을 당해도 순결이데올로기 때문에 평생을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성윤리학과라는 이름이 설립의도에 걸맞고 남녀 모두 같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우누리 여성동호회는 앞으로 대학 총여학생회·여성위원회 등과 연대해 ‘순결학과’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하고 문화운동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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