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쓰고 버리는 사회다.
지난 한해 동안 생활쓰레기는 하루 47.9톤, 사업장폐기물은 1백46.8톤에 이른다. 이를 모두 합치면 한해 7만1천65.5톤의 쓰레기가 나오는 셈이다. 이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가?
쉬운 방법은 땅에 묻거나 태워버리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매립처리방식은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을 일으킨다. 또 이 방식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매립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 소각처리장도 환경 및 경제상의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쓰레기나 폐기물의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같이 쓰레기 감량화가 최선의 방식임은 물론이다. 재활용도 유망한 해결방안 중의 하나다.
재활용은 이제 비판을 제기하기 어려운 활동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환경보전을 위해 기꺼이 치러야할 희생의 상징적인 형태가 바로 재활용이 된 셈이다. 올 한해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늘었다는 희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산너머 산이다. 분리수거와 재활용은 잘 되고 있지만 재활용품을 이용하는 환경산업은 여전히 어렵다.
국내 재생업체들은 영세하다. 대부분의 민간 재활용업체는 수위실은커녕 번듯한 정문조차 없다. 열악한 시설에 가족들이 총동원되다시피 하고 있다. 공장의 한 쪽이 조그만 사무실이 사장실 겸 상품전시장이다.
게다가 업체의 대표가 생산, 영업, 관리 그리고 대관업무까지 담당한다.
화장지를 제조하는 경기 안산시에 소재한 복천제지의 방두석(52세)대표는 “재활용제품이라고 하면 ‘저급상품’ ‘저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 상품판매가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더군다나 대형 화장지제조업체의 가격덤핑은 안그래도 힘든 재활용업체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밝힌다.
재활용제품은 기존 공산품과 비교할 때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인식부족과 유통체계의 미흡도 재활용제품 시장의 확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는 열심히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티슈 인출구에 비닐을 없애 재활용을 쉽게한 티슈케이스를 개발한 진일산업은 이 발명으로 국제 발명특허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으로 지정 받았다. 국내 기업은 외면했지만 현재 이 발명특허를 가지고 외국의 기업들과 로열티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한다.
한때 재활용산업은 사치산업이라는 취급을 받았다. 높은 물류비용과 인건비뿐만 아니라 분리수거와 세정 등 원가 상승요인이 많은 산업이라는 것이다.
OECD 및 미국 EBI에 따르면 세계 환경시장의 규모는 2000년까지 연평균 4∼5%씩 성장해 2000년에는 적게는 3천억달러(OECD), 많게는 5천4백억달러(EBI)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독일 미국 등 선진국들도 재활용기술을 선점·독점해 로열티를 요구하거나 수출상품에 일정 비율이상의 재활용품 사용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장재의 65%까지 재활용을 의무화한 독일의 DSD제도가 그 한 예다.
이처럼 환경산업은 더 이상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환경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가능케하는 전략산업이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망 신종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사정은 다르다. 휴지나 비누를 제외한 재활용산업은 대부분 3∼4년 정도된 신생업체들이다. 이런 이유로 유통, 자금, 인적자원, 재원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자원재생공사 조상윤(홍보실)과장은 태동한지 얼마 안되는 경쟁력이 없는 환경산업은 “정부가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과 ‘공공기관의 폐기물 재활용촉진을 위한 지침’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및 특별법인은 재활용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백화점 등에서는 환경상품 판매장소를 설치·운영하게 되어 있다.
환경부에 의하면 97년 공공기관의 재활용제품 우선구매 실적은 4백42억4천6백만원이다. 중앙행정기관이 1백58억5천3백만원, 지방자치단체가 1백56억9천4백만원, 정부투자기관이 1백7억8천6백만원, 특별법인이 19억1천3백만원을 구매했다. 내년은 5백29억9천1백만원을 우선구매할 계획이다.
이번 회기에 통과된 99년 환경부 예산은 전년대비 3.6% 증가한 1조1천5백36억원이다. 이중 재활용관련예산은 융자금 5백억 등 1천2백44억5백만원이다. 환경부 예산의 10.8% 규모다.
또한 정부는 내년부터 공공기관의 재활용제품 구매량을 늘리기 위해 조달물품 중 재활용제품의 종류를 85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구매의무화대상 기관도 현재 1백10개 기관에서 3백50개 기관으로 늘렸다. 이 조치로 “재활용제품 수요확대 효과는 98년 5백50억원에서 99년 2천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환경부 윤상진(환경경제과)사무관은 밝혔다.
그러나 재활용제품의 우선구매제도를 도입하고 조달중앙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섬에도 불구하고 수요기관의 조달요청이 있어야 우선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구매담당자의 재활용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후관리 곤란, 고가매입에 따른 회계감사 불안은 공공기관의 우선구매제도 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환경상품의 가장 큰 구매자는 정부일 수밖에 없다”는 정광모(소비자연맹) 회장은 기업은 좋은 환경상품을 만들어내고, 정부나 소비자는 “그걸 우선 쓰겠다”는 서약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정전(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환경친화적 공공구매 가능규모를 약 2천7백48억원 정도로 추정한 서울대 연구가 있는데, 이 정도면 우리 나라 환경산업 시장규모의 15.5%나 된다”고 밝히고, 공공구매가 환경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는 무척 크다고 말한다.
또한 환경상품의 수요확대를 위해서는 “최저낙찰이라는 공공구매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격만 따져서 공공구매를 수행한다면 사회적 경제성은 높지만 사적 경제성이 낮은 환경상품이 발붙일 여지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구매담당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환경교육도 공공구매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리수거와 재활용에 대한 열기는 지금도 대단하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시민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환경산업의 성장이라는 문제에는 별다른 구실을 하고 있지 못하다. 현재 환경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 현재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들 제품을 많이 사주는 것이다. 환경산업이 돈벌이가 된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구매도 필수적이다.
시민·기업·정부가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생산품을 구매하는 것,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환경부하를 최소화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한 의무가 아닌가 한다.
/ 지은경 <그린스카우트>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