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쓰기 수업에 가장 큰 가르침을 준 사람을 꼽으라면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돌아가신 이오덕 선생을 꼽고 싶다. 잘난 척, 고상한 척 하는 글이 아니라 정직한 글, 쉬운 글이 진짜라는 선생의 지론은 『우리글 바로쓰기』와 『우리 문장 쓰기』라는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우리 문장 쓰기』의 ‘남의 글 고치기’라는 부분에서 선생은 대부분의 잘못은 남의 글을 고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저지른다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 대선 와중에 소설가 이외수도 남의 글에 잘못 손을 댔다가 곤욕을 치렀다. 고치기는 잘 고쳤는데 고쳤다는 자체가 문제가 된 모양이다. 한글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한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분이 국어와 국사를 영어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신다”며 이명박 당시 후보가 현충원 방명록에 남긴
“당신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읍니다. 번영된 조국,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모든것을 받치겠읍니다.”
란 글귀를 교정을 봐서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발끈한 이명박 지지자들이 이외수의 외모와 사생활까지 거론하며 인신공격에 나섰고 이외수는 급기야 “내가 영어가 아닌 한글로 써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된 모양”이라며 탄식했다. 몇 달이 지나 내가 가끔 기웃거리는 진보넷 블로그에서도 논쟁이 붙었는데, 한 블로거가 이명박이 싫어도 이런 식은 아니라는 글(htt p://blog.jinbo.net/taiji0920/?pid=1345)을 썼고 거기에 찬반 댓글이 마흔 개가 넘게 달린 것이다.
젊어서는 산업역군으로 뛰어다니고 늙어서는 국가발전에 헌신하느라 맞춤법에 소홀한 이명박이 아니라 다 영어로 하자면서 한글 맞춤법을 무시하는 이명박에게 이외수는 화를 낸 것이고, 초딩들과 븅신, 븅딱하며 채팅질하는 소설가 이외수가 아니라 꼰대처럼 맞춤법 틀렸다고 사람 무시한 문인 이외수에게 그 블로거는 화난 것이니 내보기에는 둘 다 그럴 만하다. 오히려 나는
“받치겠읍니다”
보다
“모든것”
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이 성가신 띄어쓰기를 세종대왕님의 창제정신에 맞춰 아예 무시해버리면 지면도 잉크도 절약이지 않은가 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해본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든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든, 경 제 만 살 리 면 된 다 니 까 말 이 다.
출처: [월간]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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