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나무로 만든 집에,

그 그늘에,

마음 짐 부려 놓고자 애쓰면서

정작 나는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늘 연푸른 잎이 가만가만 돋아

마음이 파래지는,

아름 들이 몸통을 꿋꿋이 세우는

그 알 수 없는 깊이의 뿌리

땅의 정령(精靈)과 하늘의 정령을 불러 모아

밤마다 강물위에 별 잔치를 벌이는

그런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네

나무의 속삭임에 마음 준 적 없어

나는 이기적이고

강물의 말씀 새겨듣지 않아

나는 오만방자한데

산을 무너뜨려 나무를 뿌리 채 뽑고

수천 년 내려온 민족의 핏줄,

그 도도한 강줄기를 돌려 세우고자 하는

역사의 탕아 앞에

망나니의 삽자루 앞에

오늘에야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한 것을 후회하네

바람이 쉬어가고

새들의 집이 아늑한

골짝에서 골짝에서 솟은 맑은 물이

동구 밖을 유유히 흐르는 역사의 길에

족쇄를 채우고자 혈안인 그대들 앞에

나무 대신 몸을 세우노니

마흔이 넘도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해

강물의 말씀에

그 유구한 깊이에 나 오늘,

귀 기울이지 못한 죄를 씻고자 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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