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변한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 조성웅

하루 종일 불안하다

몸이 너무 아파 무단결근 한 날

새벽까지 분노로 찌들다가 숙취에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무단결근 한 날

오늘은 정말 일하기 싫어서 무단결근 한 날

하루 종일 불안하다

무엇을 해도 검은 그림자처럼 불안은 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굳어진 반장 얼굴은 공포다

다음날 출근 시간

사무실 앞까지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반장에게 한 소리 듣고 나서야 비로소 속 편해지는

이 불안은 정신병이 아니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밥줄 끊겨야 하는

두려움이다

등판에 온통 부항자국

월급 시급 계산서가 나오면

모두들 이번 달 얼마나 일했나 목이 빠진다

일하는 소, 승훈이 형님

모두들 야! 400시간이 넘네

이번 달 돈 좀 되겠는데

부러워하지만

목욕탕에서 본 승훈이 형님 등판은 온통 부항자국뿐

미포만은 말이 없다

용접공인 만석이 형님

허리디스크로 산재신청을 하려고 할 때 

업체에서는 증인을 매수하여 산재를 못 받게 했다

일하다 허리디스크가 생겼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

중공업 박 부서장님 무재해 표창장 받고 이사로 승진해야 하기때문

억울하고 분하고 서러워

우리 만석이 형님 업체 대표 앞에서

산재 요구하며 독극물을 마셨다

하나 남은 목숨으로 산재를 요구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산재승인을 하면 전산 클레임에 걸려 중공업에 다시는 취업하지 못하는 현실

눈도 감지 못하고 쓰러진 만석이 형님이 마지막 본 미포만은 말이 없다

삶은 변한다

우리 집 3층에는 아내가 다니던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소장이 살고

그녀의 남편은 현대자동차 직영이다

집 두 칸을 터서 한 칸으로, 널찍하게 살고 있다

아내는 입사 초기 하청업체 관리자를 집 앞에서 보기가 껄끄러워

소장을 피해 출퇴근해야 했다

언니라고 부르라고, 사근사근, 새콤달콤, 달짝지근거리던 업체 소장

크리스마스이브 날, 성탄 선물처럼 아내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이렇게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지

업체 친구들과 집에서 보기로 한 날

소장은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 해

아내를 만나면 해고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 악물고 아내가 출근하자 소장은 이미 해고되었으니 나가라고 했다

“한 번 끌어내 봐라, 시체 치우게 될 것이다”

소장은 대, 소위원 지지 성명서를 받으려는 라인까지 따라와서 방해하려 했다

한 소위원에게 “쓰레기 같은 짓 하다가는 몰매 맞는다”

한 소리 듣고서야 사라졌다

소장은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커지자

“차라리 내가 그만 둘께, 제발 조용히 좀 있어라 ”

애원 반, 협박 반 섞어가며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구역질 나니까 꺼져라”

우리 집 3층에 사는 아내 업체 소장은

아내가 아침 출퇴근 피케팅 하러 나가는 시간을 피해 출근한다

한 날은 집 앞에서 만났는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하다”란 말과 함께 허겁지겁 3층으로 사라졌다

그렇다

삶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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