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신세 반가운 얼굴들끼리

모처럼 꼼장어를 구우면서도

우리는 흥겹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대학로나 서울역 광장은

안타까운 깃발로 나부꼈지만

한 발만 비껴서면

일상의 주말 오후가

물먹은 바람에 펄럭이고 있을 뿐

무거운 발길들에 묻혀

우리의 대화도 아스팔트 위로 깔리기만 하고

거대한 괴물 같은 이 도시를 끼고 흐르는

깊고 푸른 강물 위로

붉은 저녁 해 잠겨가고 있었다

이미 목이 잘리고 껍질이 벗겨진

꼼장어 몇 마리

불 위에 올라왔다

지글지글 연기와 김이 오르고

날 선 가위는 꼼장어를 싹둑싹둑 자른다

무엇을 포기하는 것

또 새로운 무엇이 된다는 것

한 점의 안주가 되는 일도

이렇게도 힘든 일인가?

꼼장어는 불 위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우리는 소주와 꼼장어를 목구멍으로 밀어 넣으며

헛웃음을 웃었다

우리도 목 잘리고 발가벗기고 싹둑싹둑 도막나

결국은 어떤 놈의 안주나 되는

꼼장어가 아닌가?

어쩔 수없이 불에 타서

너희들 입 속으로 들어가지만

비굴하지는 않아야지 하는데

바람에 몰려온 연기 탓인가

흐르는 눈물 주체할 수 없다

*주말마다 집회는 열린다. 소리도 치고 팔뚝질도 하고 마지막에는 언제나 힘찬 결의도 해 보지만 끝나면 헛헛하다. 같이 있어도 외롭고 쓸쓸하다. 소주가 간절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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