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무죄추정, 행복추구권 위배”
지난 27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영모 재판관)는 “미결수용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을 때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재
소자용 의류를 입히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인격권 및 행복추구
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미결수가 사복을 입고 시설 밖으로 나오면 도주를 생각할 수
있고, 도주시 일반인과 구별이 어려워 체포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재소자용 의류로 인한 모욕감이나 수치심 △수사단계부터 고지·변해·
방어의 권리의 보장 △재판에서 재소자용 의류를 입음으로써 느끼는 심리
적인 위축 등을 고려한 것이다.
재판·수사시와 구치소내 구별
반면, 재판부는 “구치소 등 수용시설 안에서의 재소자용 의류 착용은 기본
권을 침해하지 않는 합당한 행위”라는 결정을 동시에 내려 아쉬움을 남겼
다. 재판부는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는점 △수사 또는 재판에서의 방어
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는 점 △미결수에게 사복을 입히면 면회객과 구별
되지 않는점 △의복 수선, 세탁 및 의복교환 과정에서 증거인멸과 도주기
도, 흉기, 담배, 약품 등의 반입 염려 △사회적 신분이나 빈부 차이가 의복
을 통해 드러나 수용자간에 위화감을 조성하여 사고발생이 예상되는 점 등
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구치소 안이든 밖이든 미결수용자는 동일하게
무죄추정의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수의착용에 따른 재소자 인
권침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97년 성동구치소에 수감됐던 강기현(폭력 등) 씨와 같은 해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던 서준식(국가보안법 등) 씨가 각각 낸 헌법소원
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올 4월부터 5개 구치소에서 시범적으로 재판시
미결수용자에게 사복착용을 허용해왔다.
1999년 5월 29일 토요일 제13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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