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문화분야 공약은 역대 정권에 비하여 개혁적 성향이 강했다. 문화부 독립,문화 분야 예산 1% 조기 확보, 문화예술전문인의 문화행정 및 정책 참여 확대, 문화예술작품에 대한 검열 및 심의 철폐, 문화 및 관광산업의 국가기간산업화 등 문화예술인들의 오랜 숙원이 많이 반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차려놓은 밥상은 외화내빈이었다. 광주비엔날레 및 과천세계마당극 큰잔치 파행사태, 일본 대중문화 조기 개방, 스크린쿼터 유해론 등 대중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실정이 줄줄이 이어졌고, 문화정책에서 개혁적 성향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새천년위원회의 각종 사업에서 보듯이 문화는 여전히 삶의 질 향상이란 기본 요소가 아닌 이벤트로 인식되기도 한다.

정치경제가 문화를 질식시키는 난맥상이 여전히 되풀이되었고, ‘문화’라는 알맹이 없이 ‘문화산업’이란 껍데기만 강조하는 경제제일주의가 판을 쳤다. 과거 정권에서 문화를 부도덕한 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혹은 통치자의 업적을 치장하는 수단쯤으로 여겼던 것에 비하면 나아졌다 평가할지 몰라도 문화가 정치, 혹은 경제의 종속물로 치부되거나 ‘문화’가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되는 것은 IMF 구제금융 상황을 몰고 온 개발독재논리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다. 여전히 문화부는 독립하지 못했고, 문화는 그 자체로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박지원 장관이 민예총 회장단과의 오찬에서 문화정책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편중 지원을 해소하는 등의 전향적인 비전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김대중 정부의 문화정책은 초발심으로 돌아가 전반적인 재검토를 해야한다. 또 그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