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이른바 보스정치의 정수를 보고 있다. 17일에 있었던 DJP의 ‘내각제 연기와 신당창당’에 대한 밀실합의와 이어 20일, DJ의 ‘국민회의·자민련 광역의원 초청 다과회’, 그리고 긴급하게 소집된 자민련 총재단 회의, 뒤이어 21일, 오늘 아침에 있었던 김종필 총리의 ‘내각제 연기와 합당불가’ 기자회견 등. 불과 며칠 사이에 권력을 둘러싼 이러한 보수 정치꾼들의 이전투구는 DJ와 JP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충우돌하는 하수인들의 권력의 떡고물을 향한 추잡한 행태와 김대중정권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또 한 번의 반민중적 정치 쑈 인 것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DJ의 정계개편 구도는 이른바 ‘2+α’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국민회의, 자민련의 통합과 한나라당 일부세력, 재야와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거대 여당의 구성이다. 이것은 DJ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써의 면모(?)를 갖추고 총선에 임하면서 과반수 의석의 확보와 후기 정국운영의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구상 속에서 넘어야 할, 하나의 절차인 것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선언과 충청권의 반발 등의 논란은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이러한 DJ의 구상과 함께 JP에게 얼마나 많은 권한을 넘겨줄 것인가, 더불어 그 줄서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저들만의 싸움일 뿐이기 때문이다. 고급 옷 로비사건, 조폐공사 노조를 비롯한 36개 노조의 노조탄압 공작, 임창열 부부의 수뢰사건, 신창원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경찰과 부유층의 각종 부정, 비리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노동자 민중의 절대적 희생과 탄압을 담보로 자신들의 정치생명과 경제적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음모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태에서 이러한 정치권들의 밀실야합과 합종연횡은 노동자·민중이 정권을 그들에게 맡길 수 없음을 각인하는 또 한 번의 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정권의 이번 정계개편의 구도는 내각제의 연장과 신당창당을 통해 김대중 정권의 2중대로 표현되는 일부 재야세력과 시민단체들을 정권의 하수로 완전히 종속시켜내면서 내년 총선의 승리와 후반기 정국 안정화의 의도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상반기 노동자 투쟁을 강도 높게 탄압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신노사문화 창출’ 이라는 기치아래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노동운동내부를 교란시키는 것, 동시에 4대 구조조정으로 자본의 독점을 유지, 강화시키면서 총자본의 이해에 철저히 종속되는, 98-99년의 과정에서 보였던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 전략의 완성을 위한 과정에 놓여 있는 것이다. 김대중정권은 여기에 밀실정치를 통한 보스들간의 합의와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정치질서를 유지-5,6공 수구세력과의 결탁을 통한 전국 정당화-하면서 구래의 낡은 정치를 답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보수정치권들이 자신의 위기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해 왔던 작태들, 즉 보스들간의 밀실협상을 통해서 권력을 유지, 강화시키고 이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탄압하는 뻔한 시나리오를 알고 있으며 또한 그러한 작태들은 결국 노동자·민중의 거센 투쟁을 통해 망하고 만다는 진리도 역사는 검증해 주고 있다.
우리는 노동자·민중을 기만하는 밀실정치를 통해 구태의연한 정치질서를 유지·온존하려는 보수정치권의 작태를 규탄하며 이러한 정계개편 구상 뒤에 도사리고 있는 정권과 자본의 본질을 폭로하는 투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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