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살아 고생’, ‘죽어 푸대접’을 의미한다. 창원 대우중공업 노동자였던 고 이상관씨는 지난 2월 중량물을 운반하다 허리를 다쳤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그가 요양연기치료를 신청하였지만, 공단은 통원치료를 강제했다. 가족들은 오토바이와 택시로 환자를 수송했지만, 결국 제대로된 치료의 기회를 상실한 한 젊은 청년은 6월 22일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유서와 함께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하였다.

고 이상관씨의 죽음은 IMF 이후 강화된 노동강도와 안이한 산재처리가 가져온 비극이다. 민주노총과 산업재해추방운동연합회 등 7개 단체는 이러한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위를 구성, 진상조사와 근로복지공단 항의방문 등을 수행하였다. 진상조사단은 근로복지 공단 진주지사가 이상관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으며, 따라서 “책임자 문책과 자문의 제도 전면 재검토 등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상관씨는 산재 후 자비를 들여가며 검사를 받았어도 산재 후의 심리적 불안과 무력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산재보상제도는 산재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극복과 작업현장 복귀를 위한 종합적인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무관한 질환에 대해 산재요양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은애 근로복지공단 재활사업부장은 이상관씨의 경우 “정신질환을 특징적 증상으로 하는 질병이 아니”며, “허리부상 때문에 심신상실 또는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자살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산재보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푸대접’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던 유족들을 경찰이 폭력적으로 밖으로 끌어냈으며, 이 과정에서 고 이상관 씨의 아버지 이석수(67)씨는 목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부상(경추염좌)을 입었고, 어머니 정정순(63) 씨도 왼쪽 대퇴부를 심하게 삐어 한강성심병원에서 진단 2주의 판정을 받았다. 또 지난 5일 집회에서는 경찰이 집회를 방해하고 42명을 대거연행하기도 하였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얼마전에 산재에 해당하는 자살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안을 검토, 다음 달 말까지 지침으로 만들어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노동성의 이러한 방침은 정신질환 발병 원인을 심인성과 외인성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로복지공단의 입장과는 전혀 딴판이다. 노동자로 산다는 것인 살아 고생, 죽어 푸대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재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안이한 인식의 전환과 그에 따르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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