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5일 국무총리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사이버공간에 국경을 세우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말은 그 동안 국내서버를 이용한 음란사이트에 대한 단속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외국서버를 이용한 한글판 음란사이트 단속에는 속수무책이어서, 청소년보호법을 발동, 코넷, 보라넷, 넷츠고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자(ISP)에 대해 인터넷 국제관문에서 음란물 강제 차단을 의무화하는 특별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인터넷 상의 유무료 포로노사이트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정부의 대책발표 또한 처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발표는 아예 ISP에 통제를 가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읽혀진다.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은 그 현실적 가능성에 회의를 표할뿐만 아니라 역작용 내지 오용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제까지 알려진 차단 기술은 대개 ‘프록시(proxy) 서버’를 거치도록 하여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사이트를 걸러내거나 패킷에 포함된 정보제공자의 정보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음란사이트들이 또다른 프록시 서버를 설치하여 건전한 사이트처럼 위장하거나, 진짜 정보제공자 주소를 다른 주소 속에 감춰서 전송하는 방식(터널링)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차단막을 피해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네티즌이 반발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통제원리로 접근해서는 사이버 공간의 건강한 자정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보통신부의 통신 검열조처는 여러차례 부작용과 비난을 불러왔다. 정통부가 2년전 북한찬양 사이트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지오시티(Geocities) 전체를 폐쇄하는 바람에 네티즌들은 지오시티의 모든 정보로부터 격리되어야 했다.

최근 검찰을 비판하는 글을 통신에 올렸다가 구속된 강미경씨의 사례나, 서해안 교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나우누리에 올렸다가 삭제와 아이디 정지조치를 당한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정보 차단과 제재의 수위가 과연 어디까지여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이버 공간의 검열장치로 작용해 온 전기통신법 53에 대한 위헌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발표된 이번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음란물 강제 차단 방침은 또 한번 사이버 공간 속의 표현 자유논쟁과 정보공유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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