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의 자주 독립을 지지한다!

우리는 1991년 모든 일간지에 실렸던 끔찍했던 한장의 사진을 기억한다. 한

여학생을 발가벗겨 등에 대못을 박아놓고 낄낄대고 있는 병사들의 사진. 우리

는 그 때 동티모르라고 하는 작은 나라가 75년 이후 지속된 인도네시아의 강제

점령에 대항하여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군은 무자비한 학살로

대답했음을 알게 되었다.

동티모르는 400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있었으며, 75년 독립을 했다. 그러

나 독립 선언 9일만에 군사를 이끌고 점령해온 인도네시아에 의해 다시 강점당

했던 것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그가 처음에 쿠데타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을

때 30만 가까이되는 인도네시아인들을 공산당 색출 명분으로 학살했듯이 대규

모로 동티모르인들을 학살하며 강제점령을 했던 것이다. 수하르토는 인도네시

아인들을 동티모르로 이주시켜 이 지역 상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했고, 이들을

통해 친 인도네시아 정당과 민병대를 키워왔다. 동티모르 독립혁명전선(프레틸

린) 등 독립세력들은 게릴라전을 통해 대항해왔다. 이에 대해 수하르토는 무자

비한 학살을 감행했고, 그 와중에서 군사적 학살과 기아로 숨진 동티모르인은

무려 25만명이나 된다. 전 동티모르인의 1/3이 가까이 되는 숫자이다.

그 끔찍했던 한 장의 사진은 곧 잊혀졌으나, 1998년 인도네시아에서 그 영원

할 것 같던 독재자 수하르토가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학생들의 시위와 폭동으

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간 후 우리는 다시 동티모르를 떠올리게 되었다. 동티모

르는 계속된 독립투쟁의 힘으로, 그리고 국제적인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여론에

힘입어 결국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쟁취했다.

8월 30일에 유엔 감시하에 투표가 치루어졌고, 9월 가 인도네시아 내 자치보다는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이제 동티모르의

독립은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고 있다. 투표 이전에도 계속해서 독립세력을 위협하고, 민간인들을 학살해

온 인도네시아 군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그야말로 잔인한 인종청소를 다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민병대와 일부 인도네시아 군부는 주민들을 위협해서

서티모르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으며, 가옥에 불을 지르고, 떠나기를 거부하는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하고 있다. 수하르토의 수하였던 하비비 대통령은 유엔

감시하의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폭력을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

하고 보안군, 그리고 민병대를 통해 동티모르인들의 권리를 잔인하게 유린하고

있다.

동티모르인들의 독립의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하다. 그러나 이 일은 어쩌면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동티모르는 계속된 투쟁을 통해 동티모르

독립혁명전선 등 민중들의 지지를 받는 조직을 스스로 세워냈다. 그리고 그 힘

으로 지속적인 투쟁을 해왔다.

하지만 그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었다. 미국은 ‘공산주의

위협으로부터의 차단’이라는 명분으로 철저한 반공주의자이자 부패한 독재자인

수하르토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함구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는 매장량만 210조원에 이르는 동티모르해의 석유에 대한 이권 때문에 인도네

시아의 주권을 오히려 인정하고 있었다. 그 외 서구 각국들은 동티모르인들에

게 향해진 무기를 인도네시아에 팔아 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제3세계 국가들은

‘비동맹회의’나 ‘아세안’에서 인도네시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국주의적 강점에 항의하지 않았다. 경제적 이해관계 속에서 인권이나 자유,

독립과 같은 가치들이 얼마나 무시되고 짓밟힐 수 있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게

된다.

이제 동티모르가 독립을 선택했다고 해서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

는다. 인도네시아는 7일 동티모르 지역에 게엄령을 선포했고, 학살극에서 보이

듯이 동티모르에 대한 지배력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동티모르 외에도 아체,

이리안자야, 암본제도 등이 독립을 요구하며 투쟁을 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

에 선례를 남기려 하지 않는 것이다. 독립 세력은 이미 이런 학살사태를 예견

하고 민병대의 완전 무장해제와 유엔 평화유지군 배치를 투표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었다. 그러나 유엔은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오히려 동티모르를 지배했던 포르투갈이 기회는 이때다 하고 군지휘관들에게

파병 등 동티모르 사태 개입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하는가 하면, 호주도 군대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동티모르에 대한 선점을 통해 평화유지

군의 이름을 빌려 후견인 노릇을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동티모르 독립세력은

현재 계속되는 학살 때문에 이러한 외세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반면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겠다는 선언만 되풀이할 뿐 인도네시아를 쉽

게 자극하려 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의 민중들은 투쟁을 통해 수하르토를 몰아냈고, 총선을 통해 민주

투쟁당이라는 야당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으나, 그들은 독재정권을 청산하려 하

지 않고 합종연횡을 통해 정권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인도네시아 민중들은 자신들의 투쟁의 성과가 어떻게 동티모르의 독립으

로 연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정한 국제연대의 의지를 배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인도네시아에서도 동티모르의 독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헌법개

정을 위한 인도네시아연합’에서는 “인도네시아의 군부독재와 제도적 부패는 동

티모르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의 민주세력들도 똑같이 박해했다”면서 동티모르의

독립투쟁을 전세계적 반독재, 반외세 투쟁이라는 점에서 지지를 표명하고 있

다.

그렇다. 동티모르의 독립은 인권에 대한 참혹한 유린에 맞선 반독재투쟁이

자, 그것의 원인인 제국주의적 침략에 저항하는 반외세투쟁이다. 그들은 비록

자국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세계의 무관심 속에 고통을 받았으나 지치지 않았

다. 하지만 지금 오히려 동티모르 독립세력은 위기에 처해있다. 투쟁으로 쟁취

한 독립을 다시 무화시키거나, 또한 자국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으려

는 각국의 이해다툼 속에 동티모르는 다시 족쇄 속에 놓여지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을 막는 것은 전세계 여론도 아니고, 유엔도 아니다. 우리는 똑똑히 안

다. 동티모르의 완전 독립과 인권의 회복을 바라는 것은 결국 각국의 노동자와

민중들일 수밖에 없다. 독재와 외세에 의해 수탈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해왔던,

그러나 치열한 투쟁을 통해서 그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동티모르인들과 진정하게 연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민중들은 동티모르인들에 대한 학살을 부추기는 하비비 대통령을

퇴진시키기 위해 투쟁해야 하며, 그 속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와 국제연대의 의

미를 배워야 한다. 우리 남한의 노동자·민중들 역시 동티모르인들에 대한 학

살에 반대하고, 외세의 개입에 반대하며, 동티모르의 진정한 독립이라고 하는

대전제를 공유하고 다양한 지원행동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외세로부터의 자

주, 그리고 진정한 해방은 오로지 투쟁하는 노동자와 민중의 힘, 그리고 그 힘

의 국제적 연대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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