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앙위 결과를 보고
지난 9월 17일 16차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보궐 지도부를 선출한 이후 처
음으로 민주노총 중앙위(10.13)가 열렸다. 이날 열린 6차 중앙위는 99년 하반기
주요사업계획(안)을 결정함으로써 99년 하반기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의 대강을
확인하는 한편, 보궐지도부의 향후 활동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위는 하반기 ‘투쟁방침’으로 ‘노동시간 단축, 구조조정 대응과
현안투쟁, 국가보안법 철폐, 사회보장제도 및 각종 제도개선투쟁’을 채택하였
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서 볼 것은 바로 노동시간 단축투쟁과 구조조정 대응
투쟁, 그리고 사회보장제도 및 각종 제도개선투쟁이다. 민주노총은 주 40시간으
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노동시간 단축특별법(이하 특별법) 제정을 연내에 쟁취
한다는 목표 아래, 특별법제정을 위한 국회 입법청원을 내는 것을 시작으로 노
동시간단축투쟁을 시작하는 한편 노사정 동수의 ‘노동시간단축특별위원회’ 가동
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민주노총은 6차 중앙위의 결정사항에 따라 10월 14
일 노동시간단축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기자회견을 했다). 주40시간 단축의 연내
법제화를 위해 “최대한 투쟁해야”하고, 올해 쟁취하지 못할 시 2000년에 총파업
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대응과 현안투쟁에서는 한라중공업, 대우그룹, 한전 매각, 공안탄압
투쟁 등 현재 진행 중인 투쟁을 사안별로 정리해 공동투쟁을 만들어내고 “민주
노총 차원의 대응이 필요할 경우 중앙이 책임질 투쟁을 분명히 하고 투쟁의 마
무리까지 책임있게 공동실천”하기로 했다. 사회보장제도 및 각종 제도개선투쟁
에서는 실업예산 및 사회복지, 의보 통합 산재보험제도 개혁, 세제 및 재정 개
혁, 노동관계법 개정 등을 요구하기로 했으며, “노동법 개정은 민주노총 주관
하에 대국회 청원 및 활동”을 하기로 하였다.
이렇듯 민주노총 보궐 지도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제일의 투쟁목표로 설정하는
한편, 한라중공업 투쟁 등 진행중인 구조조정 반대투쟁이나 노동관계법 개정투
쟁은 큰 비중을 두고 있지 않다. 구조조정 반대투쟁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총력
지원·지도하는 투쟁으로 조직하기 보다는 “민주노총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경
우”에 한해 민주노총 중앙이 결합하는 것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 물론 민주노총
은 10월 15·16일에 한라중공업 지원방문투쟁을 조직하고 기자회견을 조직하면
서 한라중공업에 대한 엄호전선을 폈지만, 이는 10월 15일 현재 전면파업 68일
자, 공장검거 40일째에 접어든 한라투쟁의 중요성과 장기성에 비한다면 너무나
도 뒤늦은 대응이었다. 노동법 개정투쟁은 사회보장제도 및 제도개선 투쟁 중의
하나로 설정되어 있을 뿐이다. 더군다나 정리해고제나 근로자파견제 등 고용불
안과 비정규직을 합법적로 양산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법조항에 대한 분명한 철
폐 의지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즉 민주노총 중앙위 결정을 통해서는, 진행 중인 투쟁을 전체 민주노총 차원
의 투쟁으로 조직하기 위한 목적의식적 지도력을, 신자유주의 공세의 핵심인 노
동시장 유연화를 공세적으로 저지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없다. 정리해고제 철폐
투쟁과 함께 제기되지 않는 법정 노동시간 단축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진행 중
인 투쟁조차 민주노총이 감싸안고 총노동의 힘으로 돌파하려는 의지와 사업계
획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2000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총파업투쟁이 가능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민주노총이 민주노총(준)시절부터 1,2기 동안 누적되어온 조합원의 민
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불신, 민주노총 내부의 관료주의적 경향을 시급히 극복하
면서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합원
및 전체노동자의 고통과 요구에 착목할 것, 진행 중인 투쟁에 민주노총 차원의
조직적 지원과 연대, 그리고 그 투쟁에 전망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
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진행 중인 한라투쟁, 전력산업분할매각 반대
투쟁, 공안탄압 사업장 투쟁 등에 대해 민주노총 차원의 다양하고 힘있는 대응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또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철폐투쟁과 함께 하는
노동시간 단축투쟁이 조직되어야 한다. 이랬을때,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조의 투
쟁·조직력을 사수하고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격을 분쇄하는 힘을 키워나
갈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이를 외면하고 6차 중앙위의 결정과 같은 사업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면, 1,2기 동안 나타난 민주노총의 조직적, 노선적 위기는
치유되기는커녕 더욱 증폭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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