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법 토론회 및 안기부 피해자 기자회견
안기부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2일 국회 안기부법 소위가 공
청회를 가진데 이어, 13일에는 언론노련,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
듀서협회 주최로 안기부법 관련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또 12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안기부의 수사권 박탈’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
표했으며,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도 13일 날치기 안기부법의 무효
화를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장은 ‘날치기 법안
을 무효화하자’ 데서 한발 나아가 ‘안기부를 개혁하자’는 것으로 모아
지고 있다.
13일 언론 3단체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장주영 변호사는 안기부 개
혁방안과 관련, “안기부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안기
부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변호사는 안기부의
권한남용과 불법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국회정보위를 통한
통제·형사처벌에 의한 통제·언론에 의한 통제·헌법재판소나 법원에
의한 통제방법이 있지만, 이같은 방법으로도 안기부의 권한남용을 실
질적으로 통제하기엔 미흡하다고 밝혔다.
장 변호사는 “정보수집기능만을 가진 헌법보호청(서독)이 경찰기능까
지 행사한 슈타지(동독)에게 승리하며 통일을 이룬 것은 우리에게 좋
은 교훈”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긴급토론회에 앞서 박충렬(37), 김은주(28) 씨 등 문민정부 들어
대표적인 안기부 피해자 7인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국보법 7조와
10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고, 무
수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했음을 감안할 때, 개악 안기부법이 원상회
복되고 궁극적으로 안기부의 수사권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웃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문민시대 안기부 인권유린의 대표적 사례들
▷ 93년 9월 김삼석·김은주 남매 간첩 사건
안기부는 두 남매가 재일북한대남공작 조직과 연계되어 금품을 수수하
고,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등 간첩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 94년 배인오(본명 백흥용) 씨는 “안기부 프락
치로 활동하면서 안기부측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조작사건”이라고
양심선언을 했으며, 권영해 안기부장도 이를 시인했다. 김은주 씨는 집
행유예를 받고 석방됐으나, 김삼석 씨는 실형 4년을 선고받고 아직 복
역중이다.
김은주 씨는 “첫날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고, 도대체 무슨 이유
로 잡혀왔는지도 모른 채 17일간 수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 94년 2월 구국전위 사건
안기부는 경희대 강사 안재구 씨 등 23명이 반국가단체를 결성해 활동
했다고 발표했으나, 16명은 이 사건과 다른 혐의로 기소되었고, 나머지
7명 가운데 김상식 씨만 반국가단체 가입 예비 혐의로 기소됐다.
▷ 95년 11월 간첩 혐의로 김태년·박충렬 씨 구속
박충렬 씨: 부여에서 체포된 무장간첩 김동식의 진술(무전기를 건네주
었다는)만 가지고 간첩 혐의로 연행. 변호인 접견이 금지된 채 경기도
마석과 관악산 등으로 끌려다니며 무수한 구타와 협박을 당하며 간첩
혐의를 시인할 것을 강요당했다. 결국 간첩 혐의가 발견되지 않자 이
적표현물 소지(국보법 7조)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심에서 무죄판
결을 받고 석방됐다.
김태년 씨: “가혹행위에 따른 육체적 고통 뿐 아니라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간첩 혐의에 따른 공포와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아무 증거도 없었고, 이적표현물 소지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고향에
내려가면 이웃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다만 안기부의 발표를 믿
지 않는 이웃들이 다소 위안이 되었다.”
▷ 96년 12월 안기부원의 가혹행위로 분신기도한 김형찬 씨
안기부 직원 4명이 이재규(외국어대 총학생회장) 씨의 영장을 제시하
며 연행한 뒤, 신당6동 파출소에서 집중 구타하며 이재규임을 시인하
라고 강요. 신원조회 결과 신분이 확인됐으나, “운동권에 아는 사람 한
사람만 불라”며 협박한 뒤, 재차 경기도경 대공분실로 연행. 공포감 속
에 석유난로를 뒤집어 쓰고 분신을 기도해 현재 하반신 3도 화상을 입
고 치료중이다.
97년 3월 14일 목요일 인권하루소식 제 8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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