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건강권을 생각한다.
‘산재노동자 이상관자살 책임자처벌과 근로복지공단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
회’의 근로복지공단앞 철야농성투쟁이 90여일이 넘고 있다. 이번 투쟁은 6월 22
일 창원 대우중공업 국민차사업부에서 산재로 요양치료중이던 이상관(27세)의
자살을 계기로 IMF이후 더욱더 추락하고 있는 노동자 건강권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키는 계기로 작용하여 왔다.
매년 1∼2명 수준에서 그치던 산재노동자들의 자살비율이 IMF 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올들어 벌써 11명이 산재로 고통받다가 자살하였다. 그뿐 아니라 지금
현장 곳곳에서도 ‘해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산재를 당하고도 자비용을 들여 치
료를 하면서 노동자 스스로 산재를 ‘은폐’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있다. 이러
한 현실은 물론 사회보장제도가 낙후된 우리 나라에서 ‘실업’은 곧 ‘죽음’과도
같은 상황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실업노동자가 이미 300만이 넘는 상태에서, 그리고 외환위기가 극복되었다고
선전되는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총자본의 고용파괴·노동배제 공세
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총자본의 공세에 맞서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지난 3∼4년 여동안 ‘고용안정’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저지투쟁에
조직력과 투쟁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고용안정’을 중심으로한 생존권투쟁의
중요성과 전체 대중투쟁 전선에서의 중심성에 대해 노동운동 내에 이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것에 대해서는 같은 의견을 갖
고 있다. 하지만 IMF이후 고용안정에 파묻혀 희생되는 노동자 건강권 문제에 대
해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노동조합운동에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활동은 대중의 생존권을 확보하는 일
이며, 이는 임금과 고용, 건강권의 문제로 집약된다. 당면한 총자본의 신자유주
의 공세는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한 임금, 고용, 건강권 전반에 대한 공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년여간 민주노조운동은 대부분 자본과 정권의 ‘경제위기
공세’에 짓눌려 수세적으로 ‘고용을 중심으로한 임단협 투쟁’에 집중되면서 사
실상 노동자건강권을 ‘희생’시켜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 어느 사업장을 가보아
도 이러한 현상은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산재가 발생해도 이에 대한 현장과 조
합차원의 실질적인 대응은 힘있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자본은 현장통제의
매 계기 속에서 이미 고용, 임금, 건강문제 전반에 대한 노동의 후퇴를 강제하
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아직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매
번 민주노조운동 내 선거시기가 되면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공약과 실천적 구
호가 난무하지만, 선거 후 실질적인 대응은 뒷전으로 내몰린다.
이번 이상관 공대위의 투쟁 과정에서도 드러나듯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차원의
대응양식은 많은 아쉬움과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이 현재
‘산업안전보건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이번 투쟁을 통해 사회적으로
환기되고 있는 ‘노동자건강권’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실천방침을 갖고 임해
야 한다. 더이상 우리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고용과 건강을 맞바꾸거나 하나를
위해 하나를 희생하는 태도와 실천양식은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이상관동지의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이번 공대위 투쟁은, 산재보상제도와 근로
복지공단 개혁을 넘어,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신자유주
의 공세에 맞선 민주노조운동의 생존권투쟁은 전반의 문제를 통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실천이 되어야 한다. 그럴때만이, 진
정으로 노동해방-노동의 인간화에 부응하는 민주노조운동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내기 위해서는 생산
과 경영 전반에 대한 노동자의 집단적 통제가 중요하다. 그리고 자본의 현장통
제에 맞선 현장투쟁의 매개기 속에 노동자건강권의 실질적인 확보의 노력이 함
께 결합되어야 한다.
“죽지않고 다치지 안고 병들지않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는 이제 민주노조 운
동 내에서 단순히 ‘명분’과 ‘수사’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현장투쟁과 일상활동의 매개기 속에서, 그리고 전체 민주노조 운동의 총력투쟁
의 매 계기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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