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깃발을 올린 대우의 세계경영은 대우가 워크아웃에 이르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다. 한때 대우의 과감한 세계시장 개척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는 시각이있었지만 정작 그 이면엔 한국 경제의 위기를 예고하는 메시지가 깔려있었다. 김우중 대우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틈나는대로 “세계적인 업체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며 “국내시장에만 의존했다간 다 망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가 자력으로 세운 기업은 하나도 없고 모두 부실기업을 인수합병해 크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그는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경제 구조상 경쟁이 치열한 선진국 시장보다는 개도국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중저가 제품을 팔 수 있는 저소득층 시장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체코 인도 등 개도국이나 사회주의체제를 막벗어난 체제전환국에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 김 회장의 세계경영 목표는 “대우만한 재벌을 현지에 만드는 것”이었다. 당연히 해외거점에 진출할 때는 국내의 사업역량을 총집결, 투입하는 “선단식” 진출방식을 택했다.

대우전자 관계자는 “자동차사업을 벌이려다 보니 전망이 불투명한 시장에 전자가 묶여 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계경영은 한때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중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선진기술을 터득해 가는 대우식 접근은 새로운 해법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기술력 없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고 위험한 것인지를 대우의 몰락은 단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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