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동구 보선에 담긴 네가지 뜻
압도적 표차로 보수정치판 일격
국보법철폐 대중적 요구 입증
노동자 등 헌신적 선거투쟁 한몫
10월28일 끝난 울산 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노총과 (가칭)민주노
동당이 함께 내세운 이영순(38) 후보가 45.9% 지지로 당선돼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울산노동계는 우선 이번 선거를 ‘김대중정권과 썩어빠진 보수정치권,
부패타락한 행정관료들에 대한 명백한 정치적 심판이자 노동자 민중
의 위대한 승리’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선거는 국민회의, 한나라당,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3파전이었다. 두 보수정당은 이번 선거에 중
앙당 지도부가 내려와 대대적인 지원을 펼쳤다. 그 속에서 이영순후
보가 2위인 한나라당 후보를 1만표가 넘는 압도적 차이로 누름으로써
보수정치판에 일격을 가한 셈이 됐다.
이와 함께 눈여겨 볼 것은 56.3%를 기록한 높은 투표율에 담긴 ‘민
의’. 사실 보궐선거일은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는다. 안양을 비롯한 다
른 지역 보궐선거가 30% 안팎의 낮은 투표율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
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지난해 6.4지자체선거의 전국평균 53%를 웃
돈 것은 놀라운 투표율이 아닐 수 없다. 28일 출퇴근시간에 투표장에
길게 늘어선 노동자들의 행렬은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투표 막판인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만 1만여명의 노동자가 한표를
행사해 한 시간만에 14%나 높이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는 무엇보다
노동자·민중을 제물로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신자유주의정책에 대
한 분노와 저항의 분출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생존권과 정치세력화
에 대한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를 잘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한 대중적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이번 선거는 잘 알려진 지난 6.4선거에서 정리해고반대, 민중
생존권사수를 전면에 내걸고 당선된 김창현 전구청장이 이른바 영남
위사건으로 구속돼 국가보안법상의 유죄가 확정됨에 따라 치러졌다.
국민회의는 선거운동 기간 이를 ‘색깔론’으로 연결해 노동자후보에 대
한 흑색선전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를 뚫고 이영순후보가 압승했
다는 사실은 국가보안법이 이미 대중적으로 무력화됐음을 뜻하는 것
이다.
끝으로 노동자·민중이 나서면 못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6.4선
거와 이번 보궐선거의 잇따른 승리는 ‘노동자 밀집도시’라는 특수성에
서 비롯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연월차를 써서 선거운동을
도운 수많은 노동자들과 지역 민족민중운동단체와 회원들, 시험기간
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청년학생들, 그리고 남편의 일자리를 지키
겠다고 나선 노동자가족들의 헌신적인 ‘선거투쟁’이 거둔 열매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창규/울산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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