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세계적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억압이 전세계를 억누르고 있고 이에 대한 대중의 원초적 저항의식이 전혀 퇴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68년 세계사적 사회운동을 현재의 의미로 재해석한 [신좌파의 상상력-세계적 차원에서 본 1968년]의 저자이며 미국 좌파운동의 산 증인인 조지 카치아피카스교수(엔트워스 공과대학 인문사회과학부·49)가 이후출판사 초청으로 방한했다.

-68년 운동이 실패한 이유는.

△지도자들의 비조직화와 내분 때문에 권력장악에는 실패했지만 막대한 유산을 남긴 면에서 보면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베트남전을 종결시켰고, 흑인·여성·동성애자들의 소수자 운동이 사회의 인정을 받는 등 사회적 세력관계를 변화시켰지 않는가. 또 혁명영역을 ‘권력’을 뛰어넘어 일상의 삶과 문화로 확대시켰다.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의 몰락을 다니엘 벨 같은 사람은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 선언했는데.

△다니엘 벨의 분석은 틀렸다. 사회주의의 첫 시도인 소련의 실패일 뿐이다. 사회운동은 오히려 더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의 87년항쟁이 그 좋은 예고 현재의 WTO반대투쟁도 그렇다. 구좌파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탄압기의 기독교처럼 그 정신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도 공산주의운동이 남아있고 새로운 좌파들이 태어나고 있다. 그런데 신좌파는 환경·여성·소비자운동 등 각분야에만 집착한 나머지 관심폭이 좁다. 이들이 성공하려면 각각의 연대를 통해 구좌파가 갖고 있던 보편성을 획득하고 전사회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잠재적이고 보편적인 관심사를 추구하기 위해 대중속으로 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제3의 길 등 자본주의의 전망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는데 당신이 보는 자본주의의 미래는.

△이매뉴얼 왈러스타인은 ‘End of World’라는 책에서 25년안에 지금의 세계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체제가 예상외로 유연하기 때문에 붕괴하기 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변할 것 같다. 이 변화의 주체는 공장·사무실·학교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될 것이다.

-세계최강자 미국의 영향력은 21세기에도 계속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IMF·UN 같은 강력한 국제기구들이 미국의 지배아래 있고 문화적으로도 미국의 헤게모니가 강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인 투표율하락·맥도날드화·가족붕괴 등이 미국지배의 한 표현이다.

미국의 힘은 민주주의와 창조력에서 나온다. 민주주의는 투표권과 인권보장뿐 아니라 가정에서 어린이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까지 포함한다. 여기서 창조력이 생긴다. 미국을 극복하려면 그 이상의 민주주의와 창조력이 있어야 한다.

-‘가치’창출의 원동력이 ‘노동’에서 ‘정보’와 ‘기술’로 변해 전통적인 노동운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

△과학과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과학과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프롤레타리아화하고 있다. 미국은 학생이 노동자보다 많기 때문에 학교도 생산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데 교수와 학생들의 생활수준이 하락하고 있다.

– 미국의 좌파운동은.

△베트남전부터 시작된 반전운동이 가장 큰 맥이라 할 수 있고 최근에는 신자유주의 반대·제3당건설·감옥내 인권 등이 이슈다. 시애틀 뉴라운드회의 반대에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전체적인 당이 아니라 주별로 녹색당이 있는 정도다.

-유럽의 좌파 정치운동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견이 있는데.

△동의한다. 녹색당 등 유럽좌파정당들은 비폭력을 내세우면서도 미국의 코소보폭격을 지지하고, 녹색당이 배출한 장관이 반핵운동을 벌인 녹색당원을 잡아넣고 있다. 그들의 이념과 활동이 많이 변질됐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충고할 말이 있다면.

△85년도에 한국에 진출한 독일계섬유회사에 대한 한국여공들의 투쟁이 독일내 사회단체들의 보이코트를 통해 성공한 일이 있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세계적인 문제의 한 부분이므로 각국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황방열 기자 hby@kng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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