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지금 우리 모두 한 목소리로 ]
학습지 교사의 단결권을 보장하라!
이은영(서울여성노조 출판홍보팀장)
학습지 교사 ㅂ씨는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J학습지회사에 취직했
다. 출퇴근이 자유롭고 자신이 일한만큼 능력만큼 보수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
라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자부심까지…. 거기다 IMF 이후 대졸실업자
가 날로 늘고 있는 이때에 일자리를 구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매일 오전 9시에 지국으로 출근, 교육을 받고 수업준비를 한 뒤 오후동안엔
각 가정을 방문해 한 학생당 20분 가량의 수업을 진행한다. 교사 한명이 담당하
는 회원은 60∼100과목, 하루 일과를 마치는 시간은 보통 밤 9∼10시.
80년대 이래 고액과외 등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성장해온 학
습지 시장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97년 이후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
업대란으로 고학력 인력(특히 여성)과 주부 등이 대거 학습지 시장에 뛰어들면
서 학습지 업계는 고질적인 교사난을 해소하게 됐고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교습
을 받을 수 있는 학습지가 더욱 인기를 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학습
지 시장의 성장 이면에 저임금, 강도높은 노동, 계약직이란 한계를 안고 일하는
학습지교사의 현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학습지 시장은 현재 100여개 업체가 뛰어들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는 그야말
로 학습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98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학
습지 시장 규모는 2조 1천억원, 공교육비의 6.9% 수준이며 지난해말 기준으로
회원수는 460만명으로 추산된다. 또 학습지 방문교사의 수만해도 연간 채용인원
이 30대 그룹 신입사원 채용규모와 맞먹는 1만명에 달한다. 1만명, 이 수치는
학습지 시장의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니라 학습지 교사의 높은 이직률, 매우 높
은 노동강도과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인해 이직이 잦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난 11월 8일, 최초의 학습지 교사노조가 섭립됐다. 9명의 발기인으로 시작
한 재능교육 교사노조(이하 교사노조)는 한달이 되기도 전에 8천5백여 교사 중
2천 5백여명이 가입하는 놀라운 기록을 보였다. 이같은 폭발적인 지지에 대해
장이남 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구조적 착취에 대해 교사들 대부분이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학습지 교사
도 떳떳한 노동자이며 당연히 단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교사노조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 현재 위탁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교사들을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하라는 것. 80년대 말 노조설립 이후 학습지 업체 대부분
이 고용형태를 ‘계약직’으로 전환했고 교사의 경우 재택근무 등으로 단결의 가
능성을 아예 없애버린 곳도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학습지 교사들은 근로기
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 논란을 빚어왔다. 그러나 장부위원장
은 “출퇴근시간, 징계, 업무의 지휘감독 등 다른 노동자들과 똑같은 근로관계를
맺고 있어 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며 “사측은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탄압하는 도
구로 교사들의 계약직신분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노조는 또 구조적
착취의 수단이 되고 있는 150만원의 관리예치금제도를 폐지하고 이에 대한 그동
안의 이자수익을 반환할 것과 최저생계비의 보장, 휴회제도(회원감소시 교사에
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의 폐지나 개선, 4대 보험적용 등 복지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재능노조는 노조위원장을 해직하고 지국장의 조합원 자격
을 인정하지 않으며 교섭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사측에 맞서 파업중에 있으며 교
사노조 또한 이를 지지하며 연대파업, 농성 중에 있다. (인터뷰기사 참조)
얼마 전 골프장 캐디에 대해 노동부가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 근로관계를
인정한 것과 더불어 교사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타 학습지 교사뿐 아니라
보험설계사, 야쿠르트 배달원 등 다양한 외판업 종사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에 많
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이번 재능교육의 교사노조의 탄생
과 그 투쟁에 대해 노동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사측에서는 타학습지
회사와 경총을 압박해 흑색선전을 일삼으며 언론조차 이들의 투쟁상황을 보도하
지 않고 있다.
재능교육 교사노조가 넘어야할 산은 아직 많다. 교섭에 응하지 않고 구사대를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는 사측에 맞서야 하고, 9명의 해직교사의 복직을 위해 싸
워야 하며, 노조의 합법화, 즉 계약직 노동자의 단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험난한 길을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길 뒤에는 100만의 계약직 노동자
의 지지가 있고 함께 힘을 모으려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재능교육이 개발한
‘스스로 학습법’과 같이 재능노조와 교사노조가 ‘스스로 힘을 얻는’ 그 날을 위
해 한 목소리로 외쳐본다. “학습지 교사의 단결권을 보장하라!”
[ 인터뷰-김수복 재능교육 교사노조위원장 ]
사무실이 어수선한데 왜 그런가?
재능교육에는 정규직 노조(재능노조)와 교사노조가 있는데 현재 재능노조가
28일째 파업 중에 있다. 재능교사노조도 이에 동참하여 연대투쟁 중이다. 회사
측에서 파업농성 중인 이곳의 전기와 난방을 모두 차단해 발전기로 전기를 끌어
다 쓰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이 많이 어둡고 컴퓨터, 전화 등의 사용이 수월하
지 못하다.
얼마 전 노조 설립신고를 한 것으로 아는데…
지난 11월 8일 설립신고를 했다. 8천5백여 명의 재능교육 방문교사 중 2천5백
명이 노조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측에서도 일부 교사들의 주장으로 생각하
다가 교사들의 호응이 커지자 아차하는 분위기다. 방문교사들이 모두 위탁계약
직이기 때문에 신고필증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립신고서가 반
려되더라도 법외노조로 남아 합법화와 학습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또 재능노조 파업시 연대집회에서 지지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11월 12일 사측에서 교사 9명을 해고했고 며칠후 업무방해죄로 위원장인
나를 4간동안 경찰서로 강제연행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전국의 방문교사들이 총파업 수업거부를 하며 서울 본사 앞에서 현재까지 5차례
시위를 벌였다. 전국적으로 힘을 모으는 일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
다.
학습지 회사 중 재능교육에서 제일 먼저 교사노조가 탄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약으로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출퇴근 시간, 학습방법, 학습일정에 대
한 규정 등을 두어 이름만 계약직이지 정규직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4대보험 등의 복지제도 뿐 아니라 사회적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사측에서는 1년 이상 근무자에게 퇴직상여금을 지급해
야 한다는 규정을 악용, 매해 12월 모든 교사를 재계약하고 있다. 또 97년 학습
지 교사에게 부과하던 관리예치금제도가 대부분의 학습지회사에서 폐지되었으나
재능교육은 거꾸로 모든 교사에게 150만원의 예치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타 학
습지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 노조탄생의 견인차가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학습지
업계에서는 대교노조가 88년 처음 탄생했으나 사측의 탄압으로 휴면화 됐다가
98년 다시 결성되었고 600명에 이르던 조합원이 현재 30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재능교육도 89년에 노조가 설립되었다가 99년 6월 다시 결성되었고 지난 11월에
는 최초의 학습지 교사노조가 결성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서울여성노조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교사노조의 문제는 노동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10만 학습지 방문교사의 문제
를 넘어서 국내에 100만 정도로 추산되는 계약직,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단결권
의 문제로 이미 확대되었다. 재능교육 뿐 아니라 경총 등 사용자측이 노동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재벌언론들이 우리의 투쟁을 전혀 보도하지 않는 점이 이를 증
명한다. 사측에서는 더 나은 복지제도를 도입할테니 노조만은 만들지말라고 말
한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동지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특히 재능교사의 80%가 여
성이다. 서울여성노조의 연대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계속해서 재능교
사노조의 투쟁에 관심을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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