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이야기 ]

‘미래를 위한 투쟁’이 남긴 것

여정인(서울여성노조 후원회원)

제3회 서울 국제노동영화제 둘째 날. 너무 어려 데려갈 수 없는 딸을 맡겨놓

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아이의 표정을 보며 ‘꼭 이렇게까지 해서 보러 가

야 할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미래를 위한 투쟁(Fighting for the future)’은 그런 생

각을 깨끗이 털어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

속을 꽉 채웠던 것은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벅찬 감동이었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들의 미래가 마치 나의 것처럼 절박하게 느껴졌다.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영국 남웨일즈의 200년이나 된 탄광에서 탄가루로 시커

멓게 얼룩진 얼굴을 한 그들의 미래가 말이다.

이 영화는 대처 수상으로 대표되는 영국 보수당의 집중적인 탄광 노동자 탄압

정책에 의해 폐쇄될 위기에 처한 타워 탄광을 직접 인수한 노동자들이 스스로

탄광경영을 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타워는 현재 가동중인 것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탄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그곳은 200년이

라는 세월의 무게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직접 경영하는 최초의, 그리고 유

일한 탄광이라는 점 때문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노동자들이 탄광으로 돌아왔을 때의 떠들썩한 기쁨과 축제분위

기가 가라앉은 후 이사회를 조직해 실질적인 경영의 문제에 대처하는 모습, 갖

가지 문제를 대중적으로 결정해 가는 방식 등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처음에는

‘나도 탄광의 주인이니 석탄도 내 것’이라는 생각으로 석탄을 함부로 집어가는

행동과 제한된 석탄배급량에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에서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에

익숙한 그들에게 ‘공동의 소유’라는 형식이 얼마나 생소하고 어려운 것이었는지

읽을 수 있다. 또한 단지 일자리를 잃지 않겠다는 소박하고 개인적인 이유로 탄

광 인수에 참여한 사람부터 자본과 이윤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는 사회주의적인

이상을 가진 사람까지 그들은 다양했다.

그들이 함께 타워를 이끌며 설득과 합의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보는 이가

답답할 정도로 어려웠다. 지역에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관광 종합관 건설

안에 대한 토론에서는 격론과 인신공격이 오가고 결국 투표로 제안이 부결되는

과정 속에서 한 노동자가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일일이 물어보지 않고 자기들끼

리 다 결정해 버리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우스개 삼아 한 말이 그 어려움을

대변해 준다. 민주적인 합의의 과정이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설득하느라 노력

과 시간을 소비하고 끊임없는 반대와 의심에 찬 폭언에 시달리면서 투표를 해도

부결되기 일쑤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민주적인 원칙이기 때

문이다. 10년이면 수명이 다할 타워탄광을 대신할 수 있도록 지역에 관광사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이사회의 주장에 다수의 노동자들이 찬성하지 않는

다. 타워는 성공적인 경영을 하고 있고 그들은 이미 가진 이익을 잃을 수도 있

는 모험을 두려워하고 있다. 나이든 사람들은 곧 퇴직할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

다고 생각하고 젊은 사람들은 그 때가 되면 투자했던 돈을 가지고 다른 일을 찾

아 떠나려고 하는 것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자

식, 손자들까지 지역에서 자유롭게 일할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아가 노동자가 자

본의 지배를 받지 않고 새로운 실험은 계속될 수 있을까. 영화의 현재 시점에서 그 대답은 미지수다.

제안은 부결되었지만 타워탄광이 수명을 다 한 후에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이어 갈 수 있도록 이사회가 새로 내놓은 인근 지역의 새로운 탄광개발이 승인

되는 장면이 바로 그 불확실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그것은 그들의 역사가 지금

처럼 혹은 지금보다 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하리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제목에서 말하듯 그야말로 ‘미래를 위한 투쟁’이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이 대처 수상과 보수당 정권, 단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

를 거리로 내몰았던 자본가들과 싸웠던 것보다 어쩌면 더 치열하게, 그리고 아

마도 더욱 오래도록 치러내야 할 투쟁이 될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

금 결론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딪치면서도 결국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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