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이 궁굼하다 ]
고문책임자, 국제법에서는 시효만료 없다
이근안 전 경감이 10년10개월이라는 도피생활 끝에 결국 자수를 했다. 공소시
효만료를 노렸던 것이다. 이근안 사건의 경우 다행히 공소시효가 늘어나 이근안
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능해 졌지만 원천적으로 고문자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없애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경우 반드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고문가해자에게 시효만료란 어불성설이다. 한국정부는 ‘고문및그밖의잔혹한.
비인도적인또는굴욕적인대우나처벌의방지에관한협약’을 1995년 2월 8일 발효되었다. 고문행위에 대한 고소 또는 그 증거제시로 인한 부
당한 처우 또는 협박으로부터 고소자 및 증인을 보호할 뿐 아니라 고문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고문으로 인한 진술의 증거능
력을 인정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국제법에서 고문가해자에게 시효만료란 없다. 유태인 학살을 자행한 나치들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처벌을 받고 있다. 이근안(李根安.61) 전 경감을 함주
명(68)씨에 대한 불법감금,독직폭행 및 위증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한 민주사
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이씨의 고문 및 위증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고문범죄는 `전범및반인도적범죄에관한시효부적용조약’과 국제관습법
상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고문피해자를 위한 유엔 자원기금으로 95년 1만불, 96년에는 2만불을
기부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가입’을 통한 대내외적 효과에만 신경을 쏟았을
뿐, 국내 인권상황 개선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효과적인 입법·
사법·행정적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고문으로 거짓자백
을 한 사람들의 진실규명과 피해자의 명예회복,그리고 국가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고문 가해자에 대한 시효만료를 없애고 비인도적 범죄를 원천적으
로 봉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근안 ‘고문기술자’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짚어 보자. 첫째 이근안은 하수인에
불과하다하여 동정적인 눈길을 보내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는 듯 하지만
어림없는 일이다. 그가 조금이나마 양심이 있었다면 하수인에 충실하기 위해 비
인간적인 행위를 할 수 있었겠는가. 72년부터 88년까지 16년 동안 이근안 전 경
감에게 고문을 “14년 전 전기고문으로 척추디스크가 다 녹아 버렸습니다” 이근안 전 경감에
게 고문을 당한 납북 어부 김성학씨는 시효만료로 고문피해에 대한 국가의 배상
을 받을 길이 막막한 실정이다. 고문사건 발생 14년이 지나 민사상 재산권 소멸
시효 기간인 10년을 훨씬 넘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근안에게 고문을 지시한 원흉은 지금도 권력의 우산 속에서 호강
을 하고 있다. 이근안이 하수인에 불과하다면 고문을 지시한 사람을 가려내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이근안 전 경감의 자수와 함께 정형근 현직
의원의 고문 수사도 의혹을 더해가고 있다. 정형근 의원이 일선 수사관을 총지
휘해 고문수사를 주도했다는 게 사실이면 지금이라도 양심선언을 하고 고문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있는 민주투사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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