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미운짓’ 살펴보니
마음은 ‘콩밭’에…기댈 게 없다
개혁입법은 간데없고
정치개혁도 밀실흥정
처리법안은 시대착오
국회의 소모적 정쟁과 제 잇속 챙기기에 비난여론이 높은 가운데 파행운영과 시대착오적 행태가 잇따라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안건은 법안만 6백50여건에 이른다. 남은 국회일정을 고려하면 이 가운데 처리 가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개혁입법과 관련해서는 그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실정이다.
의문사 진상규명, 민주화운동 명예회복과 보상, 인권법 등 이른바 ‘인권3법’은 심의가 늦어지거나 여야간의 견해차 등으로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김대중대통령이 최근 ‘고무·찬양죄 부분 개정’을 공언하고 나서 ‘완전폐지’ 여론과는 거리가 먼 상태다. 반부패기본법은 국민회의가 지난 1일 수정안을 내면서 회기내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애초의 입법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노동관계법에 대해서는 이번 회기에서는 아예 밀쳐둔 분위기다.
정치개혁법안과 관련해서는 여야의 당리당략으로 개혁의 의미가 퇴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선구제-정당명부제’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진 선거법협상에 대해서는 ‘밀실흥정’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이와 관련해 △1인2표 정당명부제 △권역별 명부제 철회 전국비례제 실시 △선거기탁금 증액 중단 등을 촉구했다.
산적한 법안 처리는 뒷전인 채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 국회는 파행으로 치닫기 일쑤였다. 1일의 정족수 미달에 따른 본회의 산회사건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지역구 관리에 온 신경이 가 있는 의원들의 상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란 지적이다. 2일에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안을 넘기고 말았다. 예결위 구성 이후 예산과 상관없는 정치공방만 계속하며 시간을 허비한 까닭이다. 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날까지도 정치공방을 계속했다. 일부는 지역구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배정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편 이미 통과되거나 회기내 처리가 예상되는 일부 의안 가운데는 시대착오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2일 본회의에서 통과된 ‘의회지도자상 건립안’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상을 국회경내에 두도록 하고 있어 비난여론이 높다. 민족문제연구소는 3일 이와 관련해 “의회와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의 흉상을 건립한다는 게 제정신이냐”며 “찬성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펴겠다”고 밝혔다. 문화관광위는 11월30일 방송법안을 처리했으나 ‘방송개혁’과는 거리가 멀어 “방송개혁을 위한 지난 5년간의 논의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는 방송노조의 비판과 함께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법사위 법안심사소위는 26일 동성동본금혼 조항을 그대로 둔 내용의 민법개정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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