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메트로폴리탄 대학의 청소 감독관인 로스 존스턴은 점심시간에 직원 휴게실에서 동료와 상사의 흉을 보다 무심코“밖에서 만나면 한 대 갈기고 싶다”고 말했다. 몇주 뒤 경찰에 체포된 존스턴은 천장의 화재경보기 안에 감시용 핀홀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자신이 협박죄로 형사 고발됐음을 알게 됐다. 영국 보험회사 노위치유니언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다른 경쟁사를 비방한 두 직원 때문에 50만파운드(10억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경쟁사가 전자우편 사본을 입수했던 것이다.
최근 영국 <채널4>가 방영한 `커팅 에지’라는 프로그램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방불케 하는 극도의 감시사회로 변한 영국 직장 사회의 현주소를 고발했다. 고용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직업 권리연구소의 캐롤린 존스 소장은 영국 회사의 절반 이상이 핀홀비디오 카메라를 사무실, 휴게실 등 곳곳에 몰래 설치해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회사가 직원들의 전화, 팩스, 이메일, 인터넷 사용을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인공위성까지 동원해 외근직원의 휘발유값 등 비용 청구나 방문지가 일치하는지 체크하기도 한다.
네슬레, 스미스클라인 비첨 등은 아예 직원들이 스마트 배지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하여 작업장에 있는 시간을 측정하며 블룸버그, 월마트, 버거킹같은 미국계 영국 회사는 사내 연애와 결혼 금지를 고용조건에 명시하고 있다.
존스는“직장에 가려고 대문을 나서는 순간 이미 인권도 놔두고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용주의 직원들에 대한 감시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최근 들어 감청기기가 보다 정교해졌고 경찰이나 군에서 사용되던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90년 이후 직장내 횡령이 37%나 증가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투자회사 `언스트 앤 영’의 조사에서, 97~98년 기간중 영국 상위 1000개 회사의 66%가 횡령을 경험했으며, 이 가운데 80%에 내부 직원이 연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은 유럽에서 회사가 도산하는 두번째 이유다.
현재 사생활보호법이 없는 영국에선 횡령과 정보 유출방지를 구실삼아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고용주의 사생활 침해를 제한할 뾰족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또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집권 후 계속된 노조의 약화와 고용주의 권한 강화, 회사의 구조조정에 따른 관리층의 감소와 이를 대체해 온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고용주의 감청 남용을 더욱 부추겨 왔다.
사무실 내에 흐르는 침묵이 신경에 거슬린다는 회계 담당 직원들의 불평을 접수한
가 잡담소리를 들려주는 기계를 사들였다는 일화는 새 천년의 사무실 풍경을 예고해주는지도 모른다. 런던/이수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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