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반, 트럼프의 새로운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홍콩에 본사를 두고 케이맨 제도에 등록된 대기업 ‘CK허치슨 홀딩스’는 글로벌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아무런 예고 없이 이 회사는 자회사인 ‘허치슨 포트 홀딩스’의 80%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파나마 운하 양단에 위치한 발보아(Balboa)와 크리스토발(Cristobal) 항만의 90% 지분도 포함되며, 매입 주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매각은 "미국이 파나마 운하의 항만을 통제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이 전략적 해운로의 운영에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 이후의 일"이라고 분석되었다. 2025년 3월 4일,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의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자랑했다.
"우리의 국가 안보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내 행정부는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만 해도, 한 미국 대기업이 파나마 운하 주변의 두 항만을 매입한다고 발표했으며, 운하와 관련된 여러 시설, 그리고 몇 개의 다른 운하와도 관련된 것들을 인수하고 있다.“
CK허치슨의 항만 운영 자회사 매각 결정은 총 230억 달러 규모(부채 50억 달러 포함)의 거래로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블랙록 컨소시엄은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항만 수십 개를 통제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파나마의 발보아 및 크리스토발 항만, 멕시코의 4개 항만, 유럽의 13개 항만, 중동 및 아프리카의 12개 항만,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11개 항만이 포함된다. 예상할 수 있듯, CK허치슨은 중국 내 10개 항구, 특히 홍콩 내 2개 항구의 통제권은 유지할 예정이다.
블랙록 컨소시엄에 있어 이번 거래가 얼마나 좋은 재정적 선택이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파나마 운하에 대한 개입은 축복이라기보다 저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파나마의 물 부족 위기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파나마 운하 당국(ACP)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동안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운하를 통과한 선박 수가 29% 감소했다.
이번 매각 결정은 기본적으로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추진되었다. 이에 대해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CK허치슨 홀딩스가 파나마 운하 및 기타 지역에서 항만 운영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비록 이 거래가 순전히 상업적 결정으로 포장되었지만, 분석가들과 소식통들은 홍콩의 다른 주요 기업들도 전례 없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거래는 트럼프 행정부의 승리이자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전략에 대한 타격이다. 전 세계 무역량의 약 6%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미국이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또 다른 대체 해상 무역로가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동맹국인 니카라과는 최근 자체 운하 건설 계획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물론 완공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며, 실제로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멕시코는 "테우안테펙 지협 간 해양회랑(Interoceanic Corridor of the Isthmus of Tehuantepec, CII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태평양 연안 오아하카주의 살리나 크루스(Salina Cruz) 항과 멕시코만 연안의 코아차코알코스(Coatzacoalcos)를 철도로 연결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이다. (출처: upstater) 2023년 보도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실행된다면 가뭄으로 타격을 입은 파나마 운하에 대한 글로벌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은, 이 프로젝트가 거의 완공 단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다방면에서 최대 28억 달러에 이르는 미주개발은행의 투자금이 유입되었다.
이 회랑이 통과하는 멕시코 남동부 지역은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 모두 이 지역의 경제 개발을 우선순위로 삼았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이 지역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해왔지만, 미국 기업들은 주로 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에 집중하면서 이 지역을 상대적으로 방치해왔다.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조만간 판가름 날 것이다.
파나마로 돌아가면, 중국은 여전히 이 나라의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파나마 운하의 두 주요 항만을 인수했다는 사실은 파나마가 미국의 이익에 더욱 밀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블랙록의 글로벌 인프라 확장 전략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벤자민 노턴(Benjamin Norton)은 ‘지정학적 경제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블랙록은 세계에서 가장 큰 투자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24년 4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11조 6천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했다. (전 세계 500대 투자 운용사가 보유한 총 자산은 2023년 말 기준 128조 달러에 달한다.)"
<AP통신>은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이제 23개국에서 최소 43개 항만을 통제하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월가 거대 기업인 블랙록의 자회사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는 미국 정부가 주도한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 파트너십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이 파트너십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G7이 공동으로 출범시킨 프로젝트였다.
2024년 이탈리아 G7 정상회의에서 블랙록의 억만장자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서방 국가 정상들과 함께 자리했으며,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통해 월가 기업들이 글로벌 인프라, 특히 가난한 과거 식민지 국가들의 인프라를 매입하도록 돕자고 제안했다.
블랙록은 민주당과 공화당을 막론하고 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핑크는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누가 이기든 상관없다. 어차피 두 정당 모두 월가에 이익을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핑크가 직접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블랙록이 파나마 운하 항만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금융 전문 매체는 또한 핑크가 블랙록이 전 세계 정부들과 얼마나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자랑하며, "우리는 점점 더 ‘제일 먼저 연락받는’ 존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5년간 지속된 흐름을 멈추려는 시도
우리는 2021년 여름 이후 여러 차례의 분석을 통해, 미국의 주요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이 지난 30년 동안 단순히 ‘미국의 뒷마당’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니라, 경제적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중국은 이미 남미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최근 페루 찬카이(Chancay)에 개항한 중국 자금과 통제 하에 있는 초대형 항만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대일로 구상이 중국의 경제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부터 CK허치슨이 파나마의 두 주요 항구를 지배해 온 것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중미 국가들과 갈등을 빚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파나마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사실, 파나마는 2017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중 최초로 일대일로에 가입했다. 그 이후, 베네수엘라, 칠레, 우루과이, 에콰도르, 볼리비아, 코스타리카, 쿠바, 페루, 니카라과,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20개국이 일대일로에 서명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파나마 대통령 호세 라울 물리노(José Raúl Mulino)는 일대일로 협정을 갱신하지 않을 것이며, 파나마는 중국의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그는 파나마 정부가 허치슨 항만 운영권 계약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발표는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베이징은 워싱턴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냉전적 사고방식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 외교부 대변인은 금요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베이징은 ‘미국이 압박과 강압을 통해 일대일로 협력을 비방하고 훼손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린 지앤(Lin Jian)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공격은 그들의 패권적 본성을 다시 한번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해당 지역을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이 의도적으로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중국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른 방식의 다극 질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미국은 결국 다극적 세계 질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제국의 리브랜딩: 트럼프 2.0의 외교 정책’(The Empire Rebrands: Foreign Policy Under Trump 2.0) 코너(Conor)가 지적했듯이, 미국이 바라보는 다극 질서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상상하는 다극 질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보다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한 거래 관계다. 이는 트럼프 이전에도 존재했던 미국의 전략적 접근 방식이다.
글렌 디젠(Glenn Diesen)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극적 세계에서 안보는 강대국 간 경쟁을 줄임으로써 향상될 수 있으며, 균형 잡힌 힘과 현상 유지의 수용 속에서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평화가 가능하다. 중소 국가들도 다양한 강대국과 협력하여 경제적 연결성을 다변화함으로써 정치적 자율성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을 패배시켜야 할 주요 경쟁자로 간주하고 있으며, 중소 국가들을 강압적으로 특정 세력권 내에 가두어 정치적·경제적 종속을 유지하려 한다.“
이것이 현재 라틴아메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신임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가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도미니카공화국, 코스타리카 등 중미 5개국을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표면적으로 루비오는 다음 세 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첫째,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막는 것. 둘째, 초국적 범죄 조직과 마약 밀매를 근절하는 것. 셋째, 중국을 견제하고, 미주 대륙 내 경제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
미국은 여전히 중미 지역에서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미국이 여전히 최대 무역 파트너다. 하지만 이것은 대부분 멕시코와의 무역 덕분이다. 2022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라틴아메리카 전체 무역량의 71%가 멕시코와의 교역에서 발생한다. 이를 제외하면, 이미 중국이 라틴아메리카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한 상태다.
한편, 중국의 멕시코 및 중미 지역과의 무역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최소한 최근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바로 이 흐름을 트럼프 행정부는 저지하거나 심지어 되돌리고자 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2.0 행정부는 200년 된 ‘먼로 독트린’을 “부활”시키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는 우리를 훨씬 더 필요로 한다. 우리는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을 들은 남미 고위 관리(익명 요청)는 다음과 같이 반응했다.
"그런 말을 해서 도대체 얻는 게 뭐란 말인가? 신뢰를 파괴할 뿐이다. … 우리를 새로운 비전에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초대하지 않는다. 오직 위협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먼로 독트린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위상이 시대에 따라 변동해 왔을 뿐이다. 21세기 초반 20년 동안, 워싱턴은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느라 라틴아메리카 정책을 뒷전으로 밀어놨다. 미국은 수조 달러를 쏟아부으며 혼란과 죽음을 확산시켰고, 새로운 세대의 테러리스트들을 키워냈다. 그 사이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의 자원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특히 식량, 석유, 리튬 같은 전략적 광물 자원이 주요 타깃이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워싱턴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여러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2002년,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Hugo Chávez) 정부에 대한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009년, 온두라스에서 마누엘 셀라야(Manuel Zelaya) 정부를 전복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베네수엘라 차비스타(Chavista) 정부를 또다시 전복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2019년, 볼리비아에서는 성공적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어냈다. 2022년, 페루 사회주의 지도자 페드로 카스티요의 몰락은 미국 리마 대사이자 전 CIA 요원이었던 리사 케나의 사전 승인을 받았다.
2020년대 초반이 되자, 워싱턴은 먼로 독트린을 현대적 맥락에서 다시 조정하고 있음이 명확해졌다. 202년 전, 먼로 독트린은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식민화를 반대하는 미국 외교 정책이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이를 중국, 러시아, 이란, 그리고 심지어 헤즈볼라 같은 세력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미 의회에서는 초당적 법안인 ‘우리 반구에 헤즈볼라는 없다 법안’이 발의되었다. 이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라틴아메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워싱턴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상호이익을 기반으로 하는 무역 및 투자 협정을 제안하고 있으며, 대부분 내정 간섭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베이징은 ‘돈으로 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과거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래리 서머스는 이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라틴아메리카 정상들이 나에게 뭔가를 요청하면, 나는 그들에게 훈계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내가 설교하는 동안, 중국은 공항을 짓고 있었다."
국제 무역에서 "윈-윈" 전략이 "제로섬 게임"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동안,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점점 더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왔다. 2023년 1월, 당시 미국 남부사령부 사령관이었던 로라 리처드슨 장군은 애틀랜틱 카운슬 연설에서 라틴아메리카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 먼로 독트린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적용하려는지, 앞으로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즉, <워싱턴포스트>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의 중소 국가들을 위협하며 압박하는 방식은 ‘먼로 독트린’의 부활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움직임이 사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남미에서의 미국 개입이 한층 격화되고 있으며, 이는 중남미 각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그리고 물론 중국도 예의주시할 사안이다.
이번에는 중국 정부도 트럼프의 공격적인 외교·통상 정책에 대해 훨씬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미국 대륙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남미 국가들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라틴아메리카가 “어떤 나라의 뒷마당도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라틴아메리카는 라틴아메리카 국민들의 터전이지, 어떤 나라의 뒷마당(backyard)이 아니다."
왕이는 베이징에서 소사(Sosa)와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 같은 발언을 했으며, 중국 외교부가 이를 공식 성명으로 발표했다. 그는 "중국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자국의 주권과 독립, 그리고 민족적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오히려 남미 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더욱 심화하려 하고 있다. 멕시코 출신 국제관계 전문가 브렌다 에스테판(Brenda Estefan)은 최근 <아메리칸 쿼털리> 기고문에서 파나마에서 미국이 초기 승리를 거뒀다고 해도, 다른 국가들, 특히 남미 국가들을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은 남미에서 교류하는 11개국 중 10개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가이아나만이 예외이며, 이곳은 단순한 양자 관계만 유지하고 있다.
1월에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 기업 지도자들과 만났다. 그들은 라틴아메리카, 특히 멕시코에서의 투자를 더욱 확대하려는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 우리의 논의를 통해, 중국이 더 이상 라틴아메리카를 단순한 자원 공급지로만 인식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략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과의 대립 구도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브라질—라틴아메리카 최대 경제국—은 워싱턴이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국가다. 브라질은 베이징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했으며, 중국 기업들은 항만과 철도부터 전력망에 이르기까지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자해왔다. 현재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인 대두, 소고기, 커피, 철광석 등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2023년 양국 간 무역은 사상 최대인 1,810억 달러에 달했다. 또한 브라질과 중국은 BRICS를 통해 지정학적 관계를 강화하며, 이는 워싱턴이 브라질에 영향을 행사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중에서 페루는 GDP 대비 중국 투자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투자처는 최근 개항한 찬카이(Chancay) 심해항으로, 이는 중국과 남미 간 직접적인 무역 연결을 위한 거점으로 설계되었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그의 한 참모는 찬카이를 통해 들어오는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다. 2023년 말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하비에르 밀레이는 중국의 "살인적인" 독재 정권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는 태도를 바꿨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2009년부터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어 왔으며, 이는 아르헨티나의 환율 안정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었다. 또한 양국 간 무역 관계도 심화되었다.
아르헨티나의 재정 상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밀레이는 외부 자금을 거부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실제로, 2024년 10월,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지 거의 정확히 1년 후, 밀레이는 미국의 주요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을 두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중국은 매우 흥미로운 무역 파트너다.” 밀레이는 불과 1년 전 중국 정부를 "살인자"라고 묘사했던 인물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귀찮게 하지 않는 것뿐이다.”
멕시코, 진퇴양난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최대 무역 파트너인 멕시코와 두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 큰 균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노르웨이 물류업체 제네타(Xeneta)에 따르면, 멕시코-중국 간 무역 경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멕시코의 급성장하는 산업 기반을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간 경제적 통합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워싱턴은 이러한 흐름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멕시코는 미국의 압력에 매번 굴복했다. 지난해 4월, AMLO 정부는 무역 협정이 없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수백 개의 "임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관세는 신발, 목재, 플라스틱, 전자 부품, 악기, 가구, 철강 등 544개 품목에 적용되었으며, 세율은 5%에서 50%까지 다양했다. 이는 중국산 수입품을 겨냥한 조치였지만, 법령에서 "중국"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보호무역 조치가 점점 확대되는 것에 대해 멕시코 경제계에서도 드물게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정부는 이러한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는 아시아 국가의 상품 유입을 차단해 ‘북미 요새화’를 구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는 멕시코 섬유 및 신발 산업의 문제를 지적하며, “중국산 제품의 대규모 유입이 이 산업의 몰락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두 주요 무역 파트너인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중요한 양보를 한 직후 나온 것이다. 그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 협정)에서 규정된 멕시코와 캐나다산 상품을 25%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에는 분명한 논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멕시코와 미국의 경제는 이미 깊이 얽혀 있어 이를 분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멕시코 수출의 83%가 미국으로 향하며, 이 중 상당수는 미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조립한 제품들이다. 만약 이 공급망이 위협받을 경우, 멕시코는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는 집권당인 MORENA의 경제 프로젝트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
멕시코는 세계의 두 경제 강대국 간 치열한 경쟁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을 다음 BRICS 회의에 초청했지만, 멕시코가 BRICS 국가로 가입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트럼프 행정부가 USMCA 협정을 무력화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상황에서도, 멕시코 경제가 미국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AMLO가 작년에 말했듯이, 멕시코의 지정학적 현실은 이를 선택의 문제로 만들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도, 단절할 수도 없다. 우리는 3,800킬로미터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이는 아마도 19세기 중반 미국의 침략과 점령, 그리고 멕시코 영토 절반의 합병을 의미하는 듯하다), 우리는 유럽 국가도 아니고 브라질도 아니다. 우리는 이 지역의 일부이며, 협력하면 서로를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을 돕는다는 것은 결국, 멕시코 경제를 쇠퇴하는 초강대국에 묶어 두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나아가 전 세계에도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에는 중국도 미국 및 서방의 도발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며칠 전, 베이징은 캐나다산 유채씨유, 유채박, 완두콩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고, 해산물 및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오타와가 중국산 전기차 및 기타 제품에 대한 관세를 점진적으로 인상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였다.
멕시코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의 2%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과의 외교 및 무역 관계가 경색될 경우, 이는 멕시코가 북쪽의 강대국에 더욱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워싱턴이 원하는 바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닉 코비슬리(Nick Corbishley)는 경제, 금융 및 정치 분야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