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트럼프를 메시아적 지도자로 치켜세우고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협정에 동참하면서, 어렵게 얻어온 지역 균형과 국내 정당성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대통령은 최근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비굴한 자세의 외교 행보를 마치고 워싱턴에서 귀국했다. 미국 관리들과 중앙아시아 지도자들 사이에 앉아 있던 토카예프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과도한 찬사를 보내며 정상 외교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이자 국가지도자로서, 우리가 모두 공유하고 소중히 여기는 상식과 전통을 되돌리기 위해 하늘이 보낸 존재다… 수많은 나라의 수백만 명이 당신께 감사하고 있다. 당신은 미국 정치와 외교에 상식과 전통을 회복시키기 위해 보내진 위대한 국가지도자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것이었지만, 카자흐스탄 공식 매체는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이유가 분명하다. 토카예프의 굴종적 태도는 워싱턴에서는 미소를 끌어냈을지 모르지만, 국내와 동맹 수도들에서는 당혹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방문의 진짜 핵심은 카자흐스탄이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 2020년 1기 트럼프 정부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이 맺은 협정)’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1992년 수교 이래 이스라엘과 아무 문제도 없었던 나라에게는 대체로 상징적 제스처다. 카자흐스탄은 이스라엘 석유 수요의 15~20%를 공급한다. 양국은 2001년에 방위 협력을 체결했고, 2004년에는 산업·상공회의소 공동위원회도 설립했다. 방문 기간 동안 트럼프는 토카예프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간의 전화 통화를 주선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외교부는 이러한 외교적 기이함을 알고 있었는지 “이번 중요한 결정은 오직 카자흐스탄의 이익에 따라 내려졌으며, 공화국의 균형적이고 건설적이며 평화적인 외교정책의 성격과 완전히 일치한다”고 주장하며, 유엔 결의에 따른 두 국가 해법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평화보다는 ‘보여주기’식일 가능성이 높다. 즉 트럼프가 2기 임기에서 정상화 확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스라엘 홍보 캠페인에 또 하나의 무슬림 다수 국가를 추가하는 것이다.
화물차(왜건, wagon)와 ‘왝 더 독(wag-the-dog, 꼬리가 개를 흔드는)’ 정치
토카예프는 이번 미국 방문을 ‘경제적 교류’라고 주장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카자흐스탄 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포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9월 말 방문에서 이미 논의가 시작되었고, 일련의 회담 끝에 미국은 카자흐스탄에 40억 달러 규모의 철도 화물차(wagon) 판매를 약속했다. 하워드 루트닉(상무장관)은 이를 “획기적 합의”라고 추켜세우며,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고 미국과 중앙아시아의 성장·기회·연결성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카자흐스탄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카자흐스탄은 소련 시절의 광범위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 모두와 깊게 철도망이 통합되어 있다. 세계 반대편에서 철도 차량을 수입해야 할 경제적 이유는 거의 없다. 토카예프의 결정은 화물 운송보다 정치적 ‘운송’에 가깝다—즉 미국의 전략적 야심을 유라시아 전역에 실어 나르겠다는 신호다.
실제로 루트닉은 이 철도 화물차들이 “유럽-아시아 신항로”에 투입될 것이며, 그 핵심에는 “미국 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의 동서 에너지 회랑과 중국의 일대일로(BRI)에 맞서는 미국 중심 대안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주권을 화물차 단위로 팔아넘기기
이러한 움직임은 전례 없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유사한 사례를 경고하고 있다. 1938년 10월, 튀르키예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앙카라 주재 소련 대사는 모스크바에 “튀르키예의 정부와 사업계가 급격히 파시스트 독일로 기울고 있다”고 경고했다. 즉 ‘사업계’의 이익이 정부의 결정 방향을 좌우했다는 뜻이다. 비슷한 일이 지금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다.
토카예프의 전임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집권기 동안 카자흐스탄의 과두적 ‘사업계’는 영국 대기업들—특히 셸(Shell)—과의 관계를 심화했고, MI6의 영향력을 받아들였다.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의 법원은 카자흐스탄의 법체계 밖에 두고,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기준을 따르도록 설계되었다.
이 얽힘의 심각성은 6월 1일 더욱 분명해졌다. 고성능 드론이 러시아 공군기지를 공격했는데, 출발 경로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드론이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러시아에 들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극적 에스컬레이션이며, 미국–나토가 이미 유라시아의 새로운 경로를 시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모스크바의 침묵 속 불만
명백한 도발에도 러시아는 눈에 띄는 분노를 보이지 않았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토카예프의 트럼프 찬사에 대해 냉소적으로 말했다. “뭐가 이상한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다들 그렇게 말하기 시작하잖나.”
그러나 러시아의 절제는 전략적이다. 토카예프는 워싱턴 방문 며칠 뒤인 11월 12~13일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이자 동맹”으로 격상하는 공동 선언에 서명했다.
‘동맹’이라는 표현은 러시아 외교 언어에서 드물며, 모스크바가 여전히 카자흐스탄을 영향권에 묶어두길 원한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방문 기간 동안 양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전달된 메시지도, 중재자도 아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토카예프가 트럼프의 메시지를 푸틴에게 전달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토카예프가 <뉴욕타임스>에 “푸틴이 우크라이나 최전선 동결 제안을 내놓으며 최대한의 유연성을 보였다”고 말한 뒤 더욱 그랬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즉각 부정했다.
푸틴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토카예프가 그런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는 전선 동결 제안 자체를 반복적으로 거부해 왔다. 따라서 토카예프의 발언은 외교적으로 무의미하거나, 최악의 경우 스스로를 과대포장하기 위한 서툰 시도일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워싱턴 방문은 외교라기보다 카자흐스탄의 균형적 외교정책을 희생하면서 토카예프를 ‘지역 지도자’로 포장하려는 조악한 연출처럼 보인다.
늑대들과 춤추기
더 넓은 지역적 흐름은 더 불길하다. 우즈베키스탄의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도 이번 백악관 방문에 참여했고,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러시아·중국 자본에 여전히 의존하는 나라로서는 충격적인 규모다.
러시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푸틴은 11월 11일 미르지요예프와 통화했고, 이어 토카예프와 대면 회담을 가졌다. 크렘린의 회담 자료는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동반자이자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서방·중앙아시아 전문가 알렉산드르 크냐제프(Aleksandr Knyazev)는 텔레그램에 이렇게 썼다. “카자흐스탄 경제에 대한 미국의 1,000억 달러 투자 약속은, 우즈베키스탄의 미국 경제에 대한 1,000억 달러 투자 약속만큼이나 허상이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를 향한 서방의 구애가 무응답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여파는 외교를 넘어 확산될 수 있다. 카자흐스탄과 이웃 국가들이 서방 쪽으로 더 기울면, 러시아는 특히 노동 이주에 대한 처벌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이슬람주의 네트워크에 대한 안보 우려 때문에 점차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다. 관계가 더 악화되면 대규모 추방이나 새로운 법적 장벽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송금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와 국내 안정 모두를 위협한다.
위험한 선을 걷는 중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수출은 여전히 러시아 인프라와 카스피해 연안국 합의에 따라 운영되는 항로에 깊이 의존한다. 국가 경제 전반은 러시아와 중국 양측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적 논리가 이러한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는 선회를 정당화하는가? 왜 쇠퇴하는 제국의 불안정한 제안을 좇기 위해 균형을 허물려고 하는가?
카자흐스탄의 에너지 수출은 러시아가 통제하는 경로를 거치고, 국가 인프라는 소련 이후 네트워크에 의해 만들어지고 유지되었다. 심지어 카자흐스탄의 제한된 국방능력조차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조정에 의존해 있다.
따라서 토카예프는 워싱턴에서 일시적 박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자국의 안정을 보장해온 국가들과의 장기적 관계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카자흐스탄이 러시아를 겨냥한 외부 작전의 통로가 된다면, 그 결과는 재앙적일 수 있다.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균형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그리고 토카예프는 하늘을 향한 자신의 기도가 지정학의 이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출처] Abandoning strategic neutrality, Kazakhstan joins the Abraham Accord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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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잘 얄린(Hazal Yalin)은 국제 문제, 특히 러시아를 중심으로 글을 쓰며, 주로 러시아 고전 문학을 포함해 70권이 넘는 책을 번역했다. 그는 역사학 박사 과정에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