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 주] 방글라데시 법원이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에 이어, 지난 21일에는 내 2011년 하시나 총리가 영구집권을 노리며 폐기했던 중립 내각 구성 헌법 조항을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중립내각은 선거 관리를 위한 것이나 법원은 내년 2월 치러질 총선은 현재의 과도정부가 관리하도록 했다. 인도에 머물고 있는 하시나 총리는 내년 2월 총선 보이콧을 부추기며 반발하고 있다. 하시나 총리가 이끌던 아와미연맹은 출마가 금지된 상태다.
사형을 선고받고 인도에 도피 중인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 출처 : 현지방송 화면 갈무리
방글라데시의 국내 전쟁범죄 법원은 전 총리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궐석 재판을 진행해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하시나가 2024년 학생들이 이끈 봉기를 정부가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를 선동하고 살해를 지시했으며, 잔혹행위를 막기 위해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점을 유죄로 판단했다.
하시나는 법원의 결정을 “편향적이고 정치적 의도가 깔린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증거가 공정하게 평가되고 검증될 수 있는 제대로 된 법정이라면, 나는 고발자들과 맞서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시나는 방글라데시 과도정부에 이 혐의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방글라데시 법원의 이번 판결은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이 수집한 방대한 증거를 토대로 하고 있다. 2025년 2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발표한 보고서는, 삼 주 동안 이어진 혼란 속에서 최대 1,400명이 사망하고 1만 1,700명이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사망자와 부상자의 대다수가 방글라데시 보안군의 총격으로 발생했다”라고 적시했으며, 보안 기관들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인권 침해를 체계적으로 저질렀다”고 평가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이 탄압 과정에서 어린이 최대 180명이 목숨을 잃었다.
혼란이 이어지던 당시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학생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고, 현장 사살 명령이 포함된 통행금지 조를 내렸으며, 모바일 데이터와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보고서는 방글라데시에서 시위대에 대한 폭력이 “보안 기관과 정보 기관이 서로 조율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보안군이 비무장 시위대를 근거리에서 고의로 쏘아 즉결처형을 한” 사례들을 다수 기록했다.
HRW도 같은 패턴을 확인했다. HRW는 2025년 1월 브리핑에서 “1,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과도하고 무차별적인 탄약 사용으로 수천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동일한 결과를 내놓았으며, 시위대에 대한 실탄 사용과 구금자 학대 사례를 보고했다.
법원은 보안 기구의 여러 부문이 서로 협력해 움직였다는 증거를 받아들였고, 인권 침해가 심각해지는 동안 고위 관리들이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판사들은 권한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이런 학대를 막아야 했지만, 충분히 개입할 수 있었음에도 폭력은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많은 피해자 가족에게 이번 판결은 그들의 상실을 국가가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사건이 되었다. 유엔 조사관들이 수집한 증언에 따르면, 부모들은 병원과 경찰서를 며칠씩 전전하며 아이들을 찾았지만, 기록이 없다는 답을 듣기 일쑤였다. 유엔은 병원 직원들이 보안군의 압력을 받아 사망 기록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보고했다.
미나크시 강굴리(Meenakshi Ganguly) HRW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혼란이 일어난 당시 “방글라데시는 셰이크 하시나 정부에 반대하는 누구에게든 아무런 제약 없는 보안군의 학대로 오랫동안 고통받아 왔다”라고 말했다.
하시나는 2024년 총선에서 네 번째 연속 총리 임기를 획득했다. 그러나 주요 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은 그 선거가 사기라고 주장했다. BNP는 핵심 지도자들 다수가 선거 전에 추방되거나 감옥에 갇히면서 선거를 보이콧했다.
하시나 집권 시절 방글라데시 보안군은 폭넓은 재량권을 갖고 활동했다. 여기에는 준군사조직인 신속대응대(RAB)가 포함됐으며, 이 조직은 “중대한 인권 침해”를 이유로 2021년 12월 미국 재무부의 제재를 받았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2024년 혼란 전 활동가들에 대한 압력을 기록했으며, 언론인들은 괴롭힘을 당했다.
다음 단계
이번 판결은 방글라데시에서 법치를 회복하고 대중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약속한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과도정부에 매우 중요한 국면에서 내려졌다. 앞으로 그의 정부가 맞닥뜨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하시나를 실제로 송환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힌두스탄 타임스>는 하시나가 축출된 뒤 머무는 인도에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미 공식 서한을 보내 그의 송환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하시나의 송환이 이루어질지는 전혀 확정적이지 않다. 인도는 하시나에 대한 혐의가 정치적 성격을 띤다고 판단할 경우 방글라데시의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송환 요청에 대해 “우리는 방글라데시 국민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하시나 송환을 요구하는 압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가 연루된 폭력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유엔 조사 결과는 이 사안에 국제적 성격을 더하며, 향후 인도의 결정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방글라데시 과도정부가 직면한 또 다른 도전은 재차 발생할 불안의 가능성이다. <로이터>는 법원 판결 며칠 전 다카 수도 일부 지역과 항구 도시 차토그람에서 하시나 지지자들과 보안군 사이의 충돌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방글라데시 경찰은 판결 이후 다카에서 정당 사무실로 향해 행진하던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하시나의 아들 사지브 와제드 조이(Sajeeb Wazed Joy)는 정부의 아와미연맹 금지 조치가 유지될 경우 그의 어머니를 지지하는 아와미연맹 지지자들이 2026년 2월로 예정된 총선을 막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전 하시나 정부에 대한 법적 절차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가의 정치적 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법원은 치명적인 무력이 국제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사용되었고, 그 위반이 광범위했으며, 국가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 이후 어떤 과정이 이어질지는—추가 기소, 보안 부문 개혁, 또는 송환 절차로의 이행이든—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러나 다음 단계는 정의가 계속 실현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출처] Bangladesh signals that no leader is above the law by sentencing Sheikh Hasina to death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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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자드 우딘(Shahzad Uddin)은 영국 에식스대학교 글로벌책임성과개발센터 소장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