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대해 자주 나오는 농담은, 매번 이 회의가 ‘코프아웃(cop-out)’에 그친다는 것이다. 회의가 열릴 때마다 에너지의 주된 공급원인 화석 연료 생산을 중단하자는 데는 끝내 합의하지 못한다. 탄소와 다른 온실가스 배출의 주된 원인이 화석 연료 사용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그렇다. 각국은 생산, 운송, 전쟁 등 모든 분야에서 배출을 계획적으로, 실제로 줄이자는 데 의미 있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매번 산림 파괴, 해양 오염, 그리고 종과 생물다양성의 급속한 멸종을 되돌리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에도 합의하지 못한다.
‘코프아웃’이라는 농담은 이제 진부해질 대로 진부해졌다. COP30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었다. 비록 그들이 이끌어낸 ‘합의’는 여전히 농담처럼 보였을지라도 말이다. 시간은 끝났다. 세계는 지금 인간과 다른 종들, 그리고 지구 자체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타트 삼파다 기후재단(Satattva Sampada Climate Foundation)의 하르짓 싱(Harjeet Singh)은 “COP30은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토크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브라질 벨렝(Belém)의 협상가들은 “며칠 동안 무엇을 논의할지를 논의하면서 실질적인 행동을 피하려 했고, 결국 새로운 대화를 고안해냈다. 이는 화석 연료에서 정의롭게 전환하겠다는 약속과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조치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화석 연료에서의 전환”이라는 핵심 의제는 화석 연료 생산국들과 대부분의 서방 강대국들이 반대하면서 결국 폐기됐다. 심지어 전환을 위한 ‘로드맵’이라는 완화된 안조차도 거부됐다.
핵심 쟁점은 각국이 현재 제시한 국가 기후 계획, 즉 국가결정기여(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2.5°C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였다. 이는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설정한 1.5°C 목표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COP30의 ‘합의문’은 각국의 목표와 1.5°C 제한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탄소 배출 감축량 사이에 존재하는 큰 격차에 대해 “계속 논의한다”는 데 그쳤다.
COP30에 참석한 기후 과학자들은 다시 한번 경고했다. 이들은 내년부터 배출량이 감소하기 시작해야 하며, 이후 수십 년간 꾸준히 줄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금 당장 화석 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연간 최소 5%씩 줄이기 시작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통제 불가능하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기후 위기를 피하고자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감축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2040년, 늦어도 2045년까지 화석 연료 배출량을 절대적 ‘제로’에 가깝게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전 세계는 새로운 화석 연료 투자를 중단하고, 화석 연료에 대한 모든 보조금을 폐지하며,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화석 연료를 빠르게 단계적으로 퇴출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또한 재정 지원, 즉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재정 흐름이 2015년 파리협정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협정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은 “기후 재정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보조금 기반이어야 하며, 정의로운 전환과 형평성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금융을 확대하고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개발도상국은 필요한 전환을 계획할 수도, 투자할 수도, 이행할 수도 없다.” COP30은 부유한 국가에서 가난한 국가로의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데 합의했지만, 늘어난 자금은 기존과 달리 5년이 아니라 향후 10년에 걸쳐 분배될 예정이었다.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원들을 빠르게 대체해야 한다
전 세계 전력 생산 비중(에너지원별, %)
반대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가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면 향후 25년 동안 전 세계 석유와 가스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생에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에도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석탄 사용량은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에도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서 전 세계 CO₂ 배출은 감소하지 않고 증가할 것이다.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연간 CO₂ 배출은 현재 수준에서 약간 증가해 2030년대 초 연간 400억 톤에 접근하고, 2050년까지 이 수준 주변에 머물 것이다. 배출량은 선진국, 특히 유럽에서 상당히 줄어들고, 중국에서도 2030년 이후 감소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증가한다.
그리고 문제는 탄소 배출만이 아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이며, 최근 기록된 지구 온난화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전의 여러 ‘코프아웃’에서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30% 감축하기로 합의했지만, 메탄 배출은 계속 증가했다. 미국, 호주, 쿠웨이트,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등 가장 큰 서명국 여섯 곳의 배출량은 현재 2020년 수준보다 8.5% 높다.

그래서 세계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와 지난 2년은 176년 기록 가운데 가장 더운 세 해였다. 201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난 11년도 모두 기록상 가장 더웠던 해로 남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빙하가 녹고, 숲이 사라지고, 산불·홍수·가뭄이 증가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에 이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신 유엔 보고서는 각국의 기후 공약이 ‘바늘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 세계가 2.8°C 상승을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배출 격차 보고서 2025: 목표에서 벗어남⟫(Emissions Gap Report 2025: Off Target)은 파리협정 아래 제출된 새로운 기후 공약들이 21세기 동안 지구 기온 상승 속도를 아주 미미하게만 늦추고 있으며, 세계가 기후 위험과 피해의 심각한 고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197개국 가운데 3분의 1도 안 되는 62개국만이 파리협정 아래 국가결정기여로 알려진 기후 행동 계획을 제출했다. 인당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은 이 절차를 아예 포기했다. 미국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유럽도 약속한 이행에 실패했다. 분석 대상이 된 45개의 글로벌 기후 지표 가운데 그 어떤 지표도 2030년 목표 경로에 진입하지 못했다.

보고서에서 분석된 45개 글로벌 기후 지표 중 어느 것도 2030년 목표 궤도에 올라 있지 않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며 또다시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기상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1년 사이 350만분의 3.5(3.5ppm) 증가해 424ppm에 도달했으며, 이는 1957년 현대적 측정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이산화탄소 급증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한 해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된 화석 연료 연소가 주요 요인이었다. 또 다른 요인은 지구 가열로 인해 더 뜨겁고 건조해진 조건에서 산불이 증가한 것이었다. 2024년 미주 지역의 산불 배출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2024년은 기록된 것 중 가장 더운 해였다. 기후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세 번째 요인은 지구의 탄소 흡수원이 실패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다. 매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절반은 바다에 용해되거나 성장하는 나무와 식물에 흡수되며 대기에서 제거된다. 그러나 바다는 더 뜨거워지고 있어 CO₂ 흡수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육지의 더 뜨겁고 건조한 조건과 증가하는 산불로 인해 식물 성장량이 감소하고 있다.
파리협정의 2°C와 1.5°C 경로에 맞추려면, 2035년에는 2019년 대비 각각 35%와 55%의 연간 배출 감축이 필요하다. 필요한 감축 규모, 이를 이행하기 위해 남은 짧은 시간, 그리고 어려운 정치적 환경을 고려하면, 이번 10년이 끝나기 전에 세계 기온이 더 높게 상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기후 변화로 죽어가는 사람들과 종들처럼 죽었다.

21세기 동안 특정 온도 상승 한도를 유지할 가능성(%)
실제로 지구의 열 상승은 이제 전 세계에서 매분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고, 기후 위기의 건강 영향을 다룬 주요 보고서가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열로 인한 사망률은 1990년대 이후 23% 증가했으며,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54만 6,000명이 사망했다. 지난 4년 동안, 한 사람은 평균적으로 연간 19일 동안 생명을 위협하는 더위에 노출됐고, 이 중 16일은 인간이 초래한 지구 가열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날들이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전반적으로 높은 기온에의 노출은 2024년에 노동 손실을 사상 최대인 6,390억 시간까지 증가시켰고, 이는 최빈국에서 국내총생산의 6% 손실로 이어졌다.
지속적인 화석 연료의 연소는 지구를 더욱 뜨겁게 만들 뿐 아니라 대기오염을 유발해 매년 수백만 명의 사망을 초래하고 있다. 점점 더 뜨겁고 건조해지는 조건이 산불을 부추기면서 연기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했고, 2024년에는 기록적인 15만 4,000명이 사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가뭄과 폭염은 작물과 가축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연평균과 비교해 2023년에는 1억 2,300만 명이 추가로 식량 불안정에 직면했다.
배출 감축 목표가 달성되지 않거나 아예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돈'이다. 막대한 피해에도, 세계 각국 정부는 2023년에 화석 연료에 대한 직접 보조금으로 총 9,56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2024년 유엔 기후 정상회의 COP29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약속된 연간 3,000억 달러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영국은 2023년에 280억 달러, 호주는 110억 달러의 화석 연료 보조금을 지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베네수엘라, 알제리를 포함한 15개 국가는 자국 보건 예산보다 더 많은 금액을 화석 연료 보조금에 사용했다.
세계 100대 화석 연료 기업들은 2025년 3월까지 이어지는 1년 동안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려는 파리 기후협정의 목표와 양립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그 세 배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상업은행들은 이러한 확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화석 연료 부문에 대한 상위 40개 대출 기관은 2024년에 총 6,110억 달러를 투자해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이들이 '녹색 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5,320억 달러로 그보다 적었다.

2016~2023년 누적 화석 연료 금융 지원액
화석연료 생산이 확대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의 주도권을 민간 투자에 맡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민간 투자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때만 이루어진다.
수익성이 핵심 문제다. 그것도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다. 첫째, 전 세계 평균 수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서 투자가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재생에너지의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가격 하락은 해당 분야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과 태양광 발전 운영 기업들은 심각한 이윤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적 투자 논리가 요구하는 ‘더 높은 생산성을 통한 비용 절감’과, 수익성이 낮아질수록 투자가 위축되는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낸다.
브렛 크리스토퍼스(Brett Christophers)는 그의 저서 ⟪가격은 잘못됐다 – 왜 자본주의가 지구를 구하지 못하는가⟫(The Price is Wrong – Why Capitalism Won’t Save the Planet)에서,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기 위한 투자 목표 달성의 장애물은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의 가격 차이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수익성이 화석연료보다 낮다는 점이라고 주장한다. 크리스토퍼스는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는 풍력 발전의 생산 비용이 매우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비용이 적다는 사실은 수익성도 함께 낮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 또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모순은 석유·가스 기업들이 석유와 가스 생산을 빠르게 중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논리를 강화한다.
‘우드맥켄지’(Wood Mackenzi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피터 마틴(Peter Martin)은 이를 또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다. 그는 “자본 비용의 상승은 에너지 및 천연자원 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높은 금리가 “자본집약도가 높고 수익성이 낮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스가 지적했듯이, 석유와 가스 산업의 수익성은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1980~1990년대에 주요 석유·가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분야에 초기 진입했다가 예고 없이 철수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그는 “같은 비교 논리는 왜 이러한 기업들이 지금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달팽이처럼 느리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크리스토퍼스는 셸(Shell)의 CEO 와엘 사완(Wael Sawan)의 발언도 인용한다. 재생에너지 부문의 낮은 수익률이 회사에 수용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저는 저탄소 분야에 대해 매우 단호하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어떤 사업이든 강한 수익을 추구할 것이다. 낮은 수익률은 정당화할 수 없다. 우리의 주주들은 우리가 강한 수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볼 자격이 있다. 만약 어떤 사업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다면, 그 사업을 지속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더 낮은, 그리고 더 낮은 탄소를 추구하고 싶지만, 그것은 반드시 수익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JP모건의 경제학자들은 “세계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 ‘현실 점검’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리며, 넷제로(net zero) 목표에 도달하려면 “세대가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세계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수십 년, 혹은 세대 단위로 측정해야 할 장기적 과정이며, 단기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분석한다. 이는 현재 재생에너지 투자가 “기준 이하의 수익률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기후 재앙을 피할 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원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전 세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는 자본주의 시장 체제를 대체해야만 가능하다. 한편, ‘코프아웃’은 계속되고 있다.
[출처] COP 30: it’s no jok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