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여야 합의’ 초읽기...“재벌 특혜 악법” 이대로 본회의 통과되나

노동시민사회 “반노동, 반환경, 재벌 특혜 악법 강행 처리 중단해야”

반도체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는 해당 법안이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이라며 줄곧 우려를 제기해왔으나 여야는 이를 무시한 채 “산업계 민원 해결”을 위해 손을 잡고 특별법 강행 처리에 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반도체 대기업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재정 및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뼈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 겨울 ‘윤석열 탄핵 정국’ 시기 연일 대립을 이어가던 와중에도 소위 “민생”을 위한 “무쟁점” 법안이라며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힘을 모아왔다. 이후 노동시민사회의 문제제기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발의안과 다르게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 대한 ‘주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삭제한 법안을 추진하면서 여야간 ‘쟁점’이 형성되었으나, 민주당이 지난 4월 해당 법안을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데 이어 연내 단독 강행 처리를 수 차례 공언한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재계의 ‘민원’ 해결을 위해 입장을 선회하는 모양새다. 지난 25일 정치권과 다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야는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관한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이 목적했던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위한 국회의 노력을 명시하는 등의 ‘부대 의견’을 첨부하는 방식도 논의 중이라고 알려졌다.

노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 각계에서는 이같은 거대 양당의 행보에 우려와 분노가 깊다. 노동시민사회는 반도체특별법의 문제는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만이 아니라, 소수 재벌 대기업의 이윤만을 위해 노동자·시민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침해”하고, 모두의 것인 “물과 전기 등 공공재를 선점·남용”하며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반도체 산업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에 있다 지적하고 특별법의 전면 재검토와 입법 중단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노동시민사회의 요구를 무시하는 여야의 담합에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5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긴급 집회를 열고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반도체특별법 강행처리를 반대한다”고 힘을 모았다. 공동행동에는 노동조합과 진보정당, 사회운동단체 등 80개 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긴급 집회 현장, 권영국 정의당 대표. 참세상

“재벌 대기업에 막대한 공공 재정 쏟아부으면서 이익 환수 조항조차 없어”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이재명 정부가 “지금 너무나 환상 속에 싸여 있다”면서 “AI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모든 운명을 걸고 있는 듯” 반도체특별법을 비롯한 관련 “산업 성장 정책 일변도로” 힘을 쏟을 뿐 “AI나 반도체 성장이라는 것이 생태 지속가능한 것인지”, “폐해가 어떤 것인지”, “정말로 이것이 우리 모두의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산업인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반도체특별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반도체 재벌 대기업들을 위해 “국가 재정으로 인프라를 깔아주고 세금을 감면해주며 각종 인허가 규제를 면제해주는 등 모든 것을 다 지원하는 법”이라 평하고 “국영기업도 아닌 삼성, SK 하이닉스와 같은 재벌 대기업에 엄청난 공공 재정을 쏟아부으면서도 그 이익에 대한 환수 조항은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도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칩스법이라는 걸 만들 때 지원을 받은 기업의 이익을 환수하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고 환기하고, “반도체와 AI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같이 “재벌을 위한 법”이자 “노동자의 건강과 지역 주민들의 삶, 환경은 안중에도 없는 법”, “반노동 반환경 반지역 재벌 특혜법”이 통과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긴급 집회 현장, 김성봉 노동당 부대표. 참세상

“200조 원 넘는 국가 재정, 노동자 민중 위해 쓰여야”

김성봉 노동당 부대표는 “반도체특별법으로 재벌 대기업들에 지원될 금액이 액수로만 2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그처럼 막대한 국가 재정은 “이미 1500조 원 이상의 사내 유보금을 쌓아둔 재벌들”에게 쓰일 것이 아니라, 위기의 시대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노동자를 위해, 민중을 위해”, “공공 부문의 공공성 강화와 기후정의를 위해 불평등 해결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김 부대표는 또한 “반도체 특별법은 단순한 법 하나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를 시작하는 첫 그림일 수 있다”면서 “노동자 민중과 이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하는 저 많은 제도들과 억압들을 함께 투쟁으로 막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오직 성장이 아니라, 오직 존엄과 평등을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긴급 집회 현장, 해미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참세상

“기후위기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반도체특별법, 여야 합의할 것은 제정이 아니라 중단”

해미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정부는 ’반도체 산업이 우리를 먹여 살릴 거다’,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 확보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라고 한다”면서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그 위대한 성공이 무엇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고 더 정확하게는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산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반도체 산업, 정확하게는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거대 자본이 더 수월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어주는 법일 뿐”이라고 평하고, 이를 위해 사업의 적정성에 대한 수많은 영향평가 혹은 노동권을 보호하는 제도들이 위협받고 사실상 삭제의 수순을 밟도록 하는 게 반도체 특별법”이라고 짚었다. 또한 “전력과 물 등 공공재의 선점권을 반도체 기업에게 주겠다는 법이기도 하다”면서 “기후위기 시대 한정된 자원 안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깊은 고민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여야가 합의할 건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해미 집행위원은 끝으로 “지금 필요한 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자원 이용 구조를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산업과 지역과 시민의 권리를 확충하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며 “국회는 지금 당장 반도체 특별법을 폐기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긴급 집회 현장, 이용덕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활동가. 참세상

“특별법에 노동자 민중을 위한 내용은 단 하나도 없어”

이용덕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활동가는 “산업 인프라 조성, 보조금 지급, 조세 감면, 예비 타당성 조사와 인허가 신속처리, 전문 인력 양성까지 보장하는 반도체 특별법은 사실상 공공 재정을 삼성과 SK의 대자본의 이윤으로 이전하는 법적 장치에 불과하다”면서 특별법에에 “노동자 민중을 위한 내용은 단 하나도 없다”고 규탄했다.

이 활동가는 “반도체 산업에 특별법이 필요하다면 그 법안의 중심은 자본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와 처참한 다단계 착취구조를 근절하는 데 중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공적인 통제는 생태적 한계 준수와 노동권 확대를 위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온갖 규제 완화와 재벌 특혜로 공적 재정을 자본의 이윤으로 바꾸는 반도체 특별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반도체 산업의 국유화 즉 삼성과 SK하이닉스 같은 초거대 자본을 사회화하고 그 운영을 노동자와 민중이 통제해야만 노동자 민중의 희생 아래 반도체 산업이 굴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윤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를 막을 수 있다”고도 짚었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긴급 집회 현장, 이재범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명일지회장. 참세상

“하청 노동자 착취하는 반도체 대기업에 특혜 몰아주는 특별법”

이재범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명일지회장은 삼성전자 기흥·화성·온양 사업장 등에서 반도체 생산 공정과 관련한 자재 운송을 담당하는 물류업체인 명일 소속 현장 노동자로, 반도체 생산 현장을 지탱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을 환기했다.

그는 “반도체가 이 나라 첨단 산업으로 불리면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것처럼 이야기하면서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절감했다”면서 저임금·고위험·불안정 노동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내몰고, 민주노조 활동을 억압해온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현장의 실태를 지적했다. “노동 통제와 감시, 철저한 착취와 수탈을 통해 유지되고 있는 것이 이 나라 첨단산업이라고 하는 반도체 산업 사업장 안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재범 지회장은 “지난해 126명의 명일 소속 기간제 노동자들이 도급 계약 변경을 통해 쫓겨났고, 최근 140여 명의 동료 노동자들 또한 하도급 계약 갱신 거부로 인해 다른 업체로 넘어갔다”면서 이같이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훼손하는 반도체 재벌 대기업들에게 특혜를 몰아주며 노동쟁의에 대한 규제 조항마저 포함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이 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더욱 고통으로 몰아갈 것이라 우려하며 “노동기본권 보장 없는 반도체 특별법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긴급 집회 현장, 박내현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참세상

“청년 노동자를 고위험·불안정 노동으로 내모는 반도체고등학교”

박내현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반도체 특별법은 윤석열 정부에서 시작되었다”며 “마치 윤석열 정부가 했던 모든 나쁜 일들을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것처럼 떵떵거렸던 민주당이 지금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이 법을 더 강력하고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시민사회의 우려에 대해서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별법에 포함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반도체 고등학교도 윤 정부 시기부터 “미래 산업을 위한 10만 인재 양성” 전략 하에 추진된 것이라며 이는 노동권·노동안전에 대한 적확한 대책 없이, 고위험·불안정 노동이 만연한 반도체 생산 현장으로 청(소)년들을 내모는 무책임한 정책이라 우려를 표했다.

박 활동가는 반도체 생산 현장 노동자들 중 “무수하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희귀 독성 질환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부는 반도체 고등학교를 비롯해 직업계고 청소년들 등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일을 하게될 모든 노동자들의 안전에 무관심하다”고 규탄하고 “언제나 위험은 더 약한 곳으로 흘러간다”면서 “하청 노동자들 그리고 청소년 노동자들, 그리고 아마 이주 노동자들이 그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자 안전 관심 없는 반도체 특별법 폐기하라”, “현장 안전 보장 않는 반도체고 설립 중단하라”고 힘 주어 이야기했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긴급 집회 현장. 참세상

“재벌특혜 입법 주도 민주당, 모든 책임 오롯이 져야… 지금 필요한 것은 정의로운 전환”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결의문을 통해서 “여야는 반도체산업을 ‘미래먹거리산업’이라 칭송하며 대대적인 세제·제정 지원을 한목소리로 약속하고 있다”면서 이는 “하나같이 시민의 세금과 노동자의 희생에 기반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경쟁력’과 ‘민생’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의 생명과 안전, 노동권을 짓밟고, 막대한 물과 전기를 약탈하는 ‘악법 중의 악법’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우리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히고, 특히 여당 더불어민주당에 “노동자 민중은 물과 전기를 비롯한 공공재를 당신들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결코 양도한 적이 없다”며 특별법 강행처리가 불러올 “소수 재벌만을 위한 수탈과 착취구조”의 공고화 등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재벌특혜 입법을 주도한 민주당이 오롯이 져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들은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자원 이용 구조를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산업·지역·시민의 권리를 확충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라며 “우리는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입법 저지 운동을 넘어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 보장, 공공재생에너지로 정의로운 전환으로 나아갈 것”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재벌특혜보다 노동자 건강권이 먼저다. 반도체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하라 △노동자의 양보와 희생을 전제로 한 반도체 산업평화는 기만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하라 △물, 전기, 토지는 반도체 재벌의 소유가 아니다. 필수 공공재에 대한 반도체 재벌의 약탈을 반대한다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 ‘반도체특별법’ 입법 추진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반도체 특별법 강행 처리 반대 긴급 집회 현장. 참세상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