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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은 원자와 그보다 작은 스케일에서 물질이 어떻게 움직이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다. 이러한 미시적 스케일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식하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이른바 ‘이상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확률의 세계가 작동하며, 사실상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2025년이 ‘양자 과학과 기술의 해’로 지정된 만큼, 앞으로 본격화할 양자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기초적인 수준의 용어 정리가 필수적이다.
양자역학의 창시자들, 모두 노벨상 수상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 1858~1947)는 1900년,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양자(quantum)’ 단위로 흡수되거나 방출된다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양자 이론의 출발점을 마련했다. 다섯 해 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설명하며, 빛이 파동이자 입자라는 이중적 성질을 지닌다는 개념을 확립했다.
이 외에도 양자역학의 발전에 핵심적인 세 인물을 언급해야 한다.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962)는 전자가 특정한 에너지 준위(오비탈)에서 궤도를 형성한다는 원자 모형을 제안했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와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 1887~1961)는 양자역학의 수학적 형식주의를 각각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을 통해 정립했다.
이론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양자역학 발견 전후 모습. 출처: Pinterest, CC BY
기본 입자
기본 입자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가장 작은 단위의 물질이다. 내부 구조가 존재하지 않으며, 더 작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본 입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인 페르미온(fermion)이며, 다른 하나는 페르미온 간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보손(boson)이다.
중성미자(neutrino)는 페르미온이며 따라서 물질에 속하지만, 매우 작은 질량과 낮은 상호작용 확률로 인해 일반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중성미자가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기본 입자는 나눌 수 없으며, 아직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분할에 성공하지 못했다. 전자는 기본 입자이지만, 양성자와 중성자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분할 가능성에 상관없이, 이들 모두는 극도로 작은 크기로 인해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른다.
인터넷 밈(Meme), 왼쪽: 처음으로 양자역학을 읽을 때, 오른쪽: 양자역학을 17637172837번째 읽을 때
양자(Quantum)
‘양자’는 라틴어로 ‘얼마나 많은 양’을 뜻하며, 측정할 수 있는 물리량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윗값을 의미한다. 양자는 분할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에너지의 양자는 상호작용에서 교환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불가분의 에너지를 말한다.
광자(photon)는 전자기 현상의 양자적 표현을 담당하는 기본 입자이며, 빛을 구성하는 입자이자 하나의 에너지 양자다.
전하, 스핀(spin), 각운동량 등의 다른 물리량들도 양자화되어 있으며, 특정 불연속적인 값만을 가질 수 있다.
양자역학의 역설
미시 세계에서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벌어진다. 하나의 입자가 동시에 두 위치에 존재할 수 있고, 고양이가 동시에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을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보지 않으면 달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설명은 상태의 중첩(superposition of states)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루어진다. 양자역학에서 모든 것은 확률로 기술되며, 어떤 구체적인 상태가 관측되는 순간까지는 다양한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졌을 때, 관측 전까지는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하다가 우리가 바라보는 순간 그중 하나로 '붕괴(collapse)'한다. 이러한 성질은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양자 컴퓨터의 핵심 원리로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 밈(Meme), 동물병원/ “고양이에 관해 말씀드리자면요, 슈뢰딩거 선생님,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가 있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양자 세계에서는 ‘불확정성’이 지배한다. 즉, 어떤 입자에 대해 모든 물리 정보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입자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선 입자를 움직이게 해야 하고, 이는 더 이상 동일한 위치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마치 빠르게 움직이는 공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과 같다. 이와 유사한 불확정성은 에너지와 시간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파동-입자 이중성
입자는 때로는 ‘알갱이’처럼 행동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파동처럼 퍼지는 성질을 나타낸다. 이는 마치 하나의 입자가 두 개의 성격을 지닌 것과 같다. 어떤 경우에는 고체처럼, 또 어떤 경우에는 물결처럼 작용한다.
빛이 작은 입자들의 흐름이라는 생각은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이 처음 주장했지만, 이는 실험적 근거 없이 제시되었다. 뉴턴과 동시대를 살았던 토머스 영(Thomas Young)은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빛이 파동처럼 간섭과 회절을 보인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뉴턴의 입자설이 워낙 강력했기에 영의 업적은 오랜 시간 묻혀 있었다.
현재는 빛이 파동이자 입자라는 사실이 잘 정립되어 있으며, 이는 빛뿐만 아니라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 다른 입자에도 적용된다.
파동-입자 이중성(Dualidad onda-partícula), 경찰:“멈춰! 신분증이 왜 두 개나 있어?” 입자:“그건 제 파동-입자 이중성 때문이에요. 전 무죄예요.”
양자 기술과 양자 우위
양자 기술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기능을 구현하는 기기나 응용 기술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초고속 양자 컴퓨터, 초정밀 양자 센서, 해킹할 수 없는 양자 통신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기술들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양자 기술이 고전 기술을 성능 면에서 확실히 능가하는 상태—는 어떤 분야에서도 완전히 달성되지 않았다. 양자 우위는 특정 양자 기술이 고전적 대응 기술을 명백히 앞지르게 될 때 실현될 것이다.
양자 얽힘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입자가 마치 ‘마법의 무전기’처럼 즉각적으로 연결된 상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의 상태 변화는 다른 입자에 즉시 반영된다. 이는 정보가 빛보다 빠르게 전달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 현상은 마치 구두 한 켤레를 두 상자에 나누어 담고, 서로 모르게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상자를 가져갔을 때, 한 사람이 상자를 열어 왼발 구두를 확인하는 순간 다른 사람의 상자에 오른발 구두가 있음을 즉시 알게 되는 것과 같다. 단, 양자 얽힘에서는 실제로 양 입자의 상태가 관측 그 순간까지 결정되지 않는다.
양자 암호화
암호화란 메시지를 인가된 수신자만 읽을 수 있도록 암호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양자’ 기술이 적용되면 그 안전성은 극적으로 향상된다.
양자 암호화에는 주로 광자(photon)가 사용되며, 광자는 상태의 중첩을 통해 동시에 두 상태에 존재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우리가 동시에 집에 있고 학교에도 있는 것과 같지만, 누군가 우리를 관찰하는 순간 한 곳에만 존재하게 된다. 이를 ‘파동함수 붕괴’라고 부른다.
또한, 오늘날의 기술로는 두 광자를 얽힌 상태로 만들어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게 할 수 있다. 이 정보는 정해진 열쇠 없이는 읽을 수 없으며, 열쇠 없이 열람을 시도하면 정보가 손상되고, 송수신자에게 외부 접근이 감지된다.
유럽우주국(ESA)의 이글-1(Eagle-1)은 세계 최초로 양자 암호 통신 기술을 탑재한 인공위성이며, 2025년 말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입자 가속기
그 이름 그대로, 입자 가속기는 자기장을 이용해 입자를 가속하고 서로 충돌시키는 장치다. 이를 통해, 우주 초기에 발생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극한 조건—즉, 빅뱅 당시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지닌 입자들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입자, 반입자, 광자 등이 생성되는 상황—을 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입자 가속기는 CERN의 LHC(대형 하드론 충돌기)지만, 현재 전 세계에는 2만 개 이상의 입자 가속기가 가동 중이다.
이처럼,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양자역학의 기묘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출처] Diccionario muy básico de física cuántica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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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호세 토르칼 미야(Francisco José Torcal Milla)는 사라고사대학교(Universidad de Zaragoza) 응용물리학과 정교수이자 EINA 소속, I3A 연구소 소속 연구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