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나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비료 같은 예상하지 못한 시장에까지 충격이 퍼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현상은 세계 경제의 숨겨진 연결 구조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동시에 21세기 세계 경제에서도 계절 요인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확의 리듬은 여전히 중요하며 농업뿐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산업의 속도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비료 말고도 세계 경제에서 무엇이 계절적 영향을 받을까. 또 누가 2월에 벌어지는 전쟁의 영향을 받을까.
가장 분명한 답 가운데 하나는 에너지 산업 전반이다. 다만 작물이나 칼로리 형태가 아니라 탄화수소 형태다.
날씨는 중요하다.
겨울에는, 특히 최근 유럽과 미국이 겪은 것처럼 추운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증가한다. 지금까지도 인간의 생명에 더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더위보다 추위다. 여름에는 세계의 매우 더운 지역에서 에어컨과 냉방 수요 때문에 소비가 급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가스 수요의 두 사이클이 서로 겹친다. 겨울에는 가정이 난방을 위해 가스를 사용하고 여름에는 전력 시스템이 에어컨을 가동할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가스를 사용한다.
출처: EIA.
<최종 사용 부문별 천연가스 공급량 (2010년 1월~2015년 6월)>전력 부문의 천연가스 소비는 여름철에 정점을 보이며, 다른 부문은 겨울철에 정점을 보인다. 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Natural Gas Monthly. 주: 차량 연료로 사용되는 천연가스는 포함하지 않는다.
이러한 수요의 정점과 저점을 관리하기 위해 에너지 시스템은 재고를 보유하고 생산을 조정한다. 이상적으로는 과도한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이를 정교하게 최적화한다.
누군가 잘못된 시점에 전쟁을 시작해 에너지 시스템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교란하면 상황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겨울이 끝날 무렵은 전쟁을 맞이하기에 좋지 않은 시기다. 이때는 에너지 재고가 대체로 줄어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22년 2월에 그 교훈을 유럽과 아시아에 가르쳤다.
2022년 유럽은 가스를 확보하고 저장량을 충분히 채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비자들이 겪은 가격 충격은 극적이면서도 고통스러웠다. 분명히 재고가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얻어야 했다. 그렇다면 2026년 현재 상황은 어떨까.
이런… 또 해버렸다.(Britney Spears - Oops!...I Did It Again)
유럽의 가스 재고는 다시 한번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의 개빈 매과이어(Gavin Maguire)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새로운 가스 저장 규정, 높은 천연가스 가격, 평년보다 높은 겨울 기온, 그리고 침체한 지역 경제 활동이 결합하면서 유럽의 가스 저장 운영업체들이 이번 겨울 재고를 정상 수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까지 소진했다. 또한 미국과 카타르 같은 국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2026년 내내 국제 가스 시장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
출처: 로이터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는 수년 내 최저 또는 사상 최저 수준> 주요 유럽 가스 소비국의 재고는 이 시기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LSEG 자료에 따르면 유럽 최대 가스 소비국인 독일의 천연가스 재고는 3월 초 기준 저장 용량의 27%에 불과하다. 이는 2023년 이후 같은 시기의 평균인 64%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유럽의 주요 가스 거래 허브가 있는 네덜란드의 가스 저장량도 저장 용량의 약 10% 수준에 그친다. 이는 3월 초 평균인 약 48%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독일 산업계는 우려를 나타내며 공급 충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비상 계획을 준비했다. 그러나 불과 2026년 2월 17일, 현재 야당이 된 녹색당이 소집한 독일 연방의회(분데스타크, Bundestag) 경제위원회 회의에서 독일 경제장관 라이헤(Reiche)는 이러한 낮은 가스 재고 수준을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시장이 필요한 공급을 제공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독일은 현재 충분한 LNG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어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터미널 때문에 가스 저장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대형 저장 시설들이 폐쇄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이처럼 미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던 상황 속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벌인 전쟁이 폭발적으로 끼어들었다. 시점도 블라디미르 푸틴이 공격을 시작한 지 정확히 4년이 되는 2026년 2월 말이었다.
그 결과 무엇이 벌어졌을까. 세계 상당 지역으로 에너지가 흐르는 생명선인 호르무즈 해협이 겨울이 끝나는 시점에 봉쇄됐다. 바로 에너지 재고가 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해협 봉쇄가 유럽의 LNG 공급에 즉각적인 파괴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유럽 LNG의 단지 7%만 카타르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EU의 원산지별 월간 LNG 수입> 마지막 업데이트: 2026년 3월 5일. 출처: 브뤼겔(Bruegel), 블룸버그(Bloomberg) 자료 기반. 주) ·아메리카는 미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합계다. ·아프리카는 알제리, 앙골라, 나이지리아, 이집트, 카메룬, 적도기니의 합계다. ·중동은 카타르, 오만, 아랍에미리트의 합계다. ·기타는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중국,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페루, 싱가포르, 한국, 영국의 LNG 합계다. ·2023년 11월에 환산계수를 Mt → bcm 기준 1.38로 변경했다.
하지만 카타르의 거대한 LNG 터미널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사라지면 전체 LNG 시장에 충격파가 퍼지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다. 그 영향은 유럽에도 그대로 미친다.
천연가스>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목요일 약 50유로/MWh 수준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이는 전 거래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뒤 가격이 8% 하락한 이후 나타난 움직임이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량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감소했으며 EU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금지함에 따라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러시아는 2025년 기준 EU 가스 수입의 약 13%를 차지했다. 가스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은 중동 긴장으로 세계 최대 LNG 시설인 카타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유럽의 에너지 균형에 대한 위험을 높인다. 수요일에는 이란이 미국과 협상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가스 가격이 8.3% 하락했다. 그러나 테헤란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호위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불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은 EU 가스 저장량이 현재 저장 용량의 약 30% 수준으로 매우 낮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LNG 수입 그래프를 다시 보면 상단 구간, 즉 중동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급원이 바로 러시아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은 여전히 러시아 가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동유럽은 흑해를 거쳐 파이프라인으로 러시아 가스를 계속 공급받고 있다. 나머지 유럽은 러시아 LNG를 구매한다.
출처: 프란시스코 사시(Francesco Sassi)
<유럽에 남아 있는 러시아 가스 공급과 LNG 수입 항만> 흑해 경유 파이프라인 공급, 러시아 LNG 수입 항만(2025년 수입 기준 규모 표시), 러시아 LNG 수입 경로/ 지도 표시 주요 항만 : 시네스, 우엘바, 바르셀로나, 바히아 데 비스카야 가스, 무가르도스, 몽투아르 드 브르타뉴, 덩케르크, 제브뤼허, 가테, 라벤나
3월 4일, 유럽이 제재를 강화하고 올해 안에 가스 수입을 끝낼 수 있다는 위협이 커지자 푸틴은 러시아가 지금 당장 유럽에 LNG 판매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는 유럽이 2021~2022년에 겪었던 상황과 비교하면 가스 가격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아래 그래프는 5년 기간의 가스 가격 추이를 보여준다.
천연가스 가격 추이 (5년)> EU 천연가스 가격: 50.240 유로/MWh, 주간 변동: +18.276 (+57.19%)
그러나 유럽이 다시 이런 문제에 직면해 크렘린(Kremlin)의 영향력에 흔들리는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 자체가 다름 아닌 스스로 만든 의존 구조다.
그런데도 이해하기 어렵게도 유럽 일부 정부, 특히 독일 정부는 오히려 LNG 의존도를 더 높이자고 주장한다. “공급 안보”를 명분으로 라이헤 경제장관은 20GW 규모의 가스 화력 발전 설비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가스가 여전히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새로운 충격에 대한 훨씬 설득력 있는 대응은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 설비를 훨씬 더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녹색 전력기술 혁명 덕분에 상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충격 당시와 비교해도 극적으로 달라졌다. 재생에너지는 이제 중동의 핵심 에너지 공급, 적어도 가스 공급을 대체하기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에 도달했다.
<태양광 성장 1년만의 효과> 데이브 존스(Dave Jones) “단 1년간의 태양광 증가량이라고?” 2025년에는 8,200만 톤의 LNG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는 가스 1,200TWh에 해당하며, 이를 가스 발전소에서 사용했다면 약 600T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한편, 2025년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은 약 600TWh 증가했다. 출처: 라우리 밀리비르타(Lauri Myllyvirta) 자료.
기후변화로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계절 자체는 여전히 반복된다. 그러나 우리가 난방과 냉방 수요를 충족하는 방식은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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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