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카라 나토 정상회의…미국 역할 축소와 유럽 방위의 미래

튀르키예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 출처: 젤렌스키 X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러시아가 키이우를 두 차례 대규모로 공격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다시 위협 수위를 높였으며, 튀르키예는 대대적인 치안 단속에 나섰다. 이 세 가지는 77~8일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둘러싼 즉각적인 현안 가운데 일부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문제는 나토 의제에 오르겠지만, 개최국 정상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보는 외교적으로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상회의의 결과는 결국 미국의 입장이 좌우할 것이다.

지난해 헤이그 정상회의에서는 나토에 회의적인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동맹국들이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5%를 매년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불만을 누그러뜨렸다. 올해 과제는 그 목표를 향해 충분한 진전을 이뤘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트럼프가 구상하는 '나토 3.0' 비전에 대응하는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를 "유럽이 자국 방위를 주도하는 보다 균형 잡힌 동맹"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비 증액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만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는 전년보다 국방비를 20% 늘렸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6개국(발트 3국과 덴마크, 폴란드, 노르웨이)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미국보다 높았다. 2025년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던 독일도 대규모 국방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절대 규모로는 현재 나토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국가가 됐다.

동맹국들은 미국산 방위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 있다. 2025년에는 군대가 없는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이 GDP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2024년 나토 기준을 충족했지만, 2026년에는 이런 성과를 유지하지 못할 전망이다. 체코와 헝가리는 목표치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많은 국방비 증액 계획도 아직 실제 군사 역량 강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유럽의 방위산업은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새 투자를 흡수할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정상회의의 성패는 결국 운과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기분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들이 실제로 국방력 강화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는 앙카라로 출국하기 며칠 전에도 미국이 "일방적인" 나토를 계속 지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불만 때문에 이번 회의는 국방비 지출이 적은 회원국인 알바니아를 2027년 정상회의 개최지로 승인했던 결정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또 다른 불만인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 대한 나토의 미온적 지원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회의를 주재하는 마르크 뤼터(Mark Rutte) 나토 사무총장은 이 문제를 지나치게 깊이 논의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문제가 거론된다면 최근 주요 7개국(G7)이 합의한 표현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즉 미국과 이란의 합의를 환영하고, 이란의 핵 개발 야심을 규탄하며,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해상작전을 지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나토가 어떤 군사작전에서 조정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동맹국들의 합의가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공동 대응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크렘린에서 비롯되는 유럽 안보 전반의 위협을 논의할 여지가 더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불신을 점점 키우고 있으며,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크라이나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해 나토-우크라이나 이사회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조율하는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람슈타인 그룹) 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과 독일이 제공한 국방 지원 패키지와 비슷한 보다 구체적인 지원 약속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출범한 나토의 우크라이나 선지원목록(PURL)도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 지원을 지속하는 데 이미 큰 성과를 거뒀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최근 키이우와 다른 도시들이 겪은 것과 같은 러시아의 대규모 폭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출처: EZKAFERNO X

앙카라 정상회의는 이 계획을 다시 확인하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국방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놓고는 여전히 합의하지 못했다. 미국은 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가입 절차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어디에 있나

앙카라 정상회의 의제에서 빠진 다른 항목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기후변화와 여성·평화·안보 의제가 관심에서 멀어진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성·평화·안보는 유엔이 주도하는 이니셔티브로 여성의 평화 구축 기여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정책이다. 두 의제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나토 공동성명에 포함됐지만 지난해 헤이그 정상회의 선언에서는 모두 사라졌다. 앙카라에서도 이를 언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더 흥미로운 점은 중국의 우선순위가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2019년 런던 정상회의 선언은 중국을 처음으로 정상회의 차원에서 언급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기회이자 도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주도한 결과였다. 당시 미국은 전략적 경쟁 시대에 나토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느냐를 기준으로 동맹의 가치를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비슷한 논리를 유지했고, 2024년 워싱턴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결정적으로 지원한 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중국은 2025년 헤이그 정상회의 선언에서 사라졌다. 최근 나토 외교장관·국방장관 회의에서도 중국은 논의하지 않았다. 앙카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한 것이 한 가지 이유다. 다른 동맹국들 역시 중국 문제가 나토 의제에서 빠지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글로벌 역할 확대에 민감한 프랑스는 나토 의제에 중국을 포함하는 데 줄곧 회의적이었다. 반면 동유럽 국가들은 중국 문제에 집중하면 러시아 대응이 약화한다고 본다. 독일처럼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도 러시아 시장이 축소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의 선언문도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다시 짧게 작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빙산처럼 수면 아래에는 훨씬 많은 내용이 존재한다. '나토 3.0'으로 전환하기 위한 세부 계획은 이미 6월 중순 열린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합의했다. 최근 미국의 병력 조정 계획으로 발생한 유럽 방위 공백도 대부분 메웠다.

이번 정상회의는 많은 소음을 낳겠지만, 미국의 우선순위 변화에 맞춰 계속 적응해 온 나토의 움직임은 이 동맹이 상당한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Nato summit will reveal how alliance plans to manage European security as US cuts back its support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크 웨버(Mark Webber)는 영국 버밍엄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 국제정치학 교수다. 슈테판 볼프(Stefan Wolff)는 영국 버밍엄대학교 국제안보학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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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유럽 안보 나토(NATO) 미국의 안보 역할 축소 나토 3.0 국방비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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