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새 대통령 ‘엘 티그레’, 평화보다 철권을 선택하다

비판론자들은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정부가 2016년의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무너뜨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출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페이스북

콜롬비아의 대통령 당선인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Abelardo De La Espriella)'엘 티그레(El Tigre·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심각한 치안 불안에 시달리는 나라를 물려받게 된다.

퇴임을 앞둔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이 추진한 '파스 토탈(Paz Total·총체적 평화)' 전략은 쉽지 않은 유산을 남겼다. 무장단체들과의 대화는 제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그쳤다. 그 사이 무장조직과 범죄조직은 지역 장악력을 더욱 강화했고, 폭력 수행 능력도 키웠다. 또한 코카 재배와 불법 광산 개발, 갈취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이러한 문제를 선거운동의 핵심 쟁점으로 활용하며 '철권' 정책을 약속했다. 그는 무장단체와의 협상을 중단하고,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며, 코카 재배지를 항공 살포와 강제 제거를 통해 없애고, 범죄자들을 미국으로 송환하며, 초대형 교도소를 건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국가보다 무장단체의 지배 아래 살아가는 지역사회가 적지 않은 콜롬비아에서 이러한 공약은 분명 정치적 호소력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철권 정책이 현재 콜롬비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폭력조직들이 지역사회와 깊이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단순한 강경 대응만으로 해체하기는 쉽지 않다.

한때 콜롬비아 농촌 지역 전역에서 비교적 중앙집권적인 통치를 펼쳤던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질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그 자리는 전문화되고 국제적 연계를 갖춘 여러 무장조직이 운영하는 분산된 범죄 통치 체제가 대신했다. 이러한 조직들은 2016년 평화협정 체결과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의 무장해제 이후 크게 세력을 확장했다.

콜롬비아 국가는 그 과정에서 생긴 권력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대신 극좌 성향의 민족해방군(ELN,), 걸프 클랜(Gulf Clan, AGC·콜롬비아 가이타니스타 자위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잔존 세력, 그리고 수시로 재편되는 지역 갱단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코카 생산과 밀매, 불법 광산 개발, 갈취를 비롯한 각종 범죄 활동을 둘러싸고 서로 경쟁하는 한편, 필요에 따라 협력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핵심적인 문제는 이러한 범죄조직이 활동하는 지역사회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그 공동체와 깊이 얽혀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역 청년들을 조직원으로 모집하고, 동네 상점에서 돈을 거둬들이며, 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도로를 통해 물자를 운반한다. 또한 많은 가구가 생계를 유지하는 데 의존하는 거의 유일한 소득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무장세력과 민간인이 이처럼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는 '철권' 정책만으로 전투원과 민간인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이는 중요한 문제다. 강경 대응은 국가가 적을 식별한 뒤 압도적인 무력을 사용해 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메시지는 선거운동에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무장조직이 지역사회의 사회·경제적 삶과 분리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이를 실제로 실행하기가 훨씬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콜롬비아 정부가 무력 사용을 피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국가는 민간인을 보호하고, 살인과 갈취를 저지르며 아동을 강제 모집하고 영토를 장악하는 무장조직에 맞설 책임이 있다. 문제는 어떤 형태의 무력을 누구를 상대로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배후에 어떤 정치적 전략이 있는지이다.

2016년 평화협정의 위기

군사적 압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치안 정책은 2016년 평화협정을 약화시킬 위험도 안고 있다. 이 협정은 단지 콜롬비아무장혁명군의 무장해제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 협정은 콜롬비아의 범죄 폭력이 농촌의 불평등, 국가의 취약한 행정력, 제한된 정치 참여, 불안정한 토지 소유권, 그리고 많은 지역사회가 불법 경제에 의존하는 현실에 의해 지속된다는 점도 인정했다.

협정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포괄적 농촌개혁(Comprehensive Rural Reform, CRR)은 토지 재분배를 비롯한 농촌 개혁을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토지 불평등이 오랫동안 콜롬비아 분쟁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다. 토지에 대한 보다 공정한 접근권을 보장하고, 소외된 농촌 주민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면 농촌 공동체가 무장조직과 불법 경제에 의존하는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농촌개혁 대신 군사적 치안 강화와 민간 주도 개발에 의존하는 전략은 소규모 농민들을 정책에서 배제할 위험이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농민들이 여전히 안정적인 토지 소유권과 사회기반시설, 합법적인 생계수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무장조직은 계속해서 강압적인 보호를 제공하고 불법 경제를 통한 일자리를 내세울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국가가 단기적으로 군사적 승리를 거둘 수는 있어도 지속적인 정당성과 통치 권위를 확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같은 문제는 새 정부가 제시한 마약 대응 정책에도 적용된다. 항공 약제 살포와 강제 근절은 코카 재배지를 없앨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농민들에게 합법적인 생계수단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많은 농민은 다시 코카를 재배하거나 무장조직의 통제 아래 더 깊숙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코카 재배 농민을 주로 범죄자로 취급하는 정책은 장기적인 치안 전략에 필수적인 지역사회의 협력을 잃게 만들 위험도 있다.

마지막으로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과도기 정의 제도를 해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콜롬비아에는 무력분쟁 피해자들의 정의 실현과 배상, 진실 규명, 폭력 재발 방지의 권리를 보장하는 여러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평화협정과 과도기 정의 체계는 모두 2017년 입법법률 제2호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진실·정의·배상으로 이루어진 더 큰 제도적 틀의 일부를 이룬다.

이 제도들은 헌법적 지위와 콜롬비아 의회의 폭넓은 지지, 국제사회의 압력 때문에 완전히 폐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예산 삭감과 제도에 대한 신뢰 훼손, 그리고 요구사항을 선별적으로만 이행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무력화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분쟁 피해 지역에서 민간인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국가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될 것이다.

더 큰 위험은 차기 콜롬비아 정부가 평화와 안보를 서로 대립하는 목표로 인식하는 데 있다. 그러나 두 가치는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평화협정의 여러 조항은 안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제대로 이행될 경우 무장조직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국가를 재건하는 과정의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

[출처] Colombia’s new president ‘El Tigre’ promises an iron fist but that may not solve the violence he has inherited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요한나 아마야-판체(Johanna Amaya-Panche)는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국제관계학·정치학 선임강사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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