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게임은 끝났는가?

차비스타 정부의 앞날은

[역자 주] 7월 28일(현지 시간) 진행한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3선에 성공했다. 마두로의 패배를 예측한 서방 언론의 출구조사와 여러 분석들과는 다른 결과다. 선거를 하루 앞둔 27일 발표된 마이클 로버츠의 칼럼은, 우고 차베스에서 마두로로 이어진 차비스타 정부가 경험한 곤경을 설명하고, 문제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통제를 끝내지 못한 것이라고 짚는다.  

출처: CNN en Español 뉴스 화면 갈무리

내일(7월 28일) 베네수엘라에서는 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소위 차비스타 정부의 종말을 볼 수 있는 결정적인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비스타 정부는 1998년부터 2013년 우고 차베스 대통령(그가 사망할 때까지) 하에서, 이후 지난 11년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하에 이어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에 세 번째 6년 임기를 노리고 있다.

베네수엘라에는 2,100만 명 이상의 등록 유권자가 있으며, 이 중 약 1,700만 명이 현재 베네수엘라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 여론 조사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친미, 친기업 성향의 야당 후보인 에드문도 곤잘레스에게 패할 것으로 보인다. 곤잘레스는 야당의 실제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마두로 정부에 의해 출마가 금지되었기 때문에 출마하게 되었다. 양측 모두 선거운동에서 많은 지지자들을 모으고 있지만, 여론 조사는 이번 선거가 마두로 대통령의 종말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1998년 이후 수십 년 동안 많은 좌파들은 베네수엘라 내 경제 엘리트와 미국 제국주의의 끊임없는 축출 시도에 맞서 차베스와 마두로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가 무너짐에 따라, 차베스와 마두로를 지키기 위해 여러 차례의 쿠데타 시도를 물리친 많은 노동자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인구는 크게 감소했으며, 지난 20년 동안 주로 숙련된 부유한 시민 700만 명이 나라를 떠났다. 노동 계급은 이제 분열되어 있으며, 일부는 '변화'를 기대하며 야당에 투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차베스 정부의 큰 희망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가?  두 가지 주요 요인이 있다: 하나는 미국 제국주의와 그 제재, 그리고 베네수엘라 엘리트들의 계략이다. 다른 하나는 차베스와 마두로가 베네수엘라에서 자본의 경제적 지배를 종식시키는데 실패한 것이다. 

1970년 베네수엘라는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었고, 그리스, 이스라엘, 스페인과 같은 나라들을 앞지르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0개국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 부는 거의 전적으로 하나의 상품, 즉 석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확인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다 1970년대 세계 경제의 침체가 찾아왔다. 1978년부터 2001년 사이에 베네수엘라 경제는 급격히 후퇴했으며, 비석유 GDP는 거의 19% 감소하고 석유 GDP는 무려 65% 감소했다. 정부 수입도 급락했다.

일련의 부패한 친자본주의 정부들이 들어섰다 사라졌다. 군부, 지식인층, 조직된 노동 계급 사이에서 이 악몽을 끝내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결국 이러한 움직임은 우고 차베스가 권력을 잡고 나라의 자원을 부유층에서 빈곤층으로 돌리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석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차베스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4.5%의 견고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차베스는 국영 석유 회사인 PDVSA에 대한 국가 통제를 재확립하고 증가된 석유 수익을 빈곤층에게 돌렸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베네수엘라의 사회 지출은 두 배로 증가했다. 정부는 가격 통제, 새로 설립된 미션을 통한 직접적인 국가 공급, 의료, 교육, 사회 서비스, 주택, 공공시설, 기본 생필품 및 기타 경제 부문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 사회적 지원을 강화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되었다. 2003년과 2011년 사이에 빈곤은 거의 절반으로 줄었고 극빈층은 71% 감소했다. 학교 등록률이 증가하고 대학 등록률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실업률은 절반으로 줄었다. 아동 영양실조는 40% 가까이 줄었고 베네수엘라의 연금 가입자는 4배로 증가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베네수엘라의 지니계수는 0.5에서 0.4로 10분의 1 포인트 하락하는 등 불평등이 급격히 감소했다. 2012년(그리고 2015년까지) 베네수엘라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평등한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차베스의 프로그램은 베네수엘라의 비석유 자본주의 부문, 석유 산업과 다국적 기업이 얻은 가치를 재분배 하는 것이었다. 비석유 부문의 소유권과 생산은 경제 계획을 위해 국가 통제 하에 두지 않았다. 차베스 정부에 참여했던 경제학자 빅토르 알바레즈는 정부가 여러 중요한 산업을 국유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차베스 하에서 민간 산업이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차베스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 실패하여 석유에서 발생하는 정부의 수출 수익 비율이 1998년의 67%에서 2016년의 96%로 증가했다.

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었다. 베네수엘라는 차베스 이전이나 이후에도 이 단일 자원 경제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다른 에너지 부국인 멕시코와 인도네시아는 어느 정도 이와 다른 상황이었다. 이들 국가는 비록 비석유 수출 부문이 미국과 일본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지배되었을지라도, 비석유 수출 부문이 성장하여 석유 수출 수익의 감소를 어느 정도 보완했다. 베네수엘라의 비석유 수출 성장률은 멕시코의 6분의 1, 인도네시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 초반 이후 비에너지 집약적 부문에서의 참여가 증가하지 않았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베네수엘라는 석유로부터 3830억 달러의 수입을 얻었다. 이는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이 지불한 석유 로열티 증가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 수입은 경제의 생산 부문을 변혁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 투자와 성장에 대한 계획이 없었고, 베네수엘라 자본은 스스로 해결하게 방치되었다. 실제로 비석유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8년 18%에서 2012년 14%로 감소했다.

좋은 시절은 석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끝이 났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석유 수출은 1인당 2,200달러 감소했으며, 그 중 1,500달러는 석유 가격 하락 때문이었다. 이 상황은 마두로가 2014년에 취임하면서 더욱 악화하였다. 석유 가격이 몇 달 만에 거의 75% 하락했기 때문이다. 비록 2017년에 석유 가격이 회복되기 시작하고 다른 석유 생산국에서는 생산이 안정화되었지만, 베네수엘라는 그렇지 않았다. 이는 바로 그 해에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차베스의 집권은 베네수엘라의 자본주의 이익을 위협하고 미국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차단했다. 멕시코와는 달랐다. 그래서 미국의 목표는 차비스타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미국은 석유 구매를 금지하고, 정부 은행 계좌를 동결했으며, 베네수엘라가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베네수엘라로 향하는 유조선을 압수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을 황폐화시키고 정부가 석유 기술에 재투자하는 것을 막았다.

미국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은 마두로 정부에 반대하는 소위 임시 정부를 '인정'하고 베네수엘라의 해외 자산 통제권을 그 정부에 이전했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미국 정유 시설에 접근하거나 다자 기구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대부분의 국제 준비금을 사용하는 것이 차단되었다. 이후 미국은 군사 쿠데타를 선동하려 했고, 미국 용병에 의한 희극적이면서도 비극적인 해상 침공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베네수엘라는 국제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은행의 수가 65% 감소했고, 2011년에서 2019년 사이에 그 거래 가치가 99% 감소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민간 부문이 국제 무역이나 결제를 수행하는 능력이 크게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여러 면에서 베네수엘라는 쿠바보다 더 나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쿠바 경제 파괴 시도는 외부, 미국으로부터 발생했고, 내부에 심각한 반대 세력은 없었다. 반면 마두로는 미국 기관들이 종종 영감을 준 반대파의 완고함과 폭력의 물결에 직면했다. 마두로는 억압으로 대응했는데, 이는 반대파 엘리트뿐만 아니라 종종 차베스의 핵심 지지 기반을 이룬 대중 부문으로도 향했다.

마두로 정부는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외채를 쌓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채를 지닌 나라다. 어느 나라도 GDP나 수출 대비 공공 외채 비율이 더 높거나, 수출 대비 부채 상환 비율이 더 높은 나라는 없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베네수엘라는 현대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중 하나를 겪었다. 경제는 86% 축소되었고, 빈곤율은 2019년에 약 96%로 추정되었다. 같은 해 인플레이션은 350,000%라는 어처구니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2018년에는 인구의 거의 3분의 1이 영양실조를 겪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 국민의 대략 4분의 1에 해당하는 전례 없는 이주가 현재 770만 명을 넘어섰다.

우파 친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베네수엘라가 '사회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21세기 베네수엘라의 역사가 주는 교훈은 '사회주의'의 실패가 아니라, 오직 하나의 자산인 석유에 의존하는 약하고 점점 고립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의 통제를 끝내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에 대한 투자, 그들의 기술 향상, 새로운 산업 개발 및 기술 발전에 대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자본주의 부문에 맡겨졌다. 그리고 독립적인 조직을 통한 국민의 참여가 없어 정부의 부패를 견제하고 미국 제재와 베네수엘라 엘리트의 혼란에 맞서 정책을 추진하지 못했다.

경제에 대한 사회주의적 투자가 없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자본주의는 에너지 부문의 수익성에만 의존했으며, 이는 석유 가격의 붕괴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었다.

차베스 시대에 이루어진 노동 계급의 성과는 이제 사라졌다. 대다수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마두로 정부 상층부의 사람들은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베네수엘라 자본가들과 그들의 지지자들만큼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마두로 정부는 이제 노동 계급의 지지보다는 군대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군대를 잘 보살핀다. 군인들은 군사 기지 등에서 독점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대출과 차량 및 아파트 구매에서 특혜를 받으며, 상당한 급여 인상을 받고 있다. 또한 환율 통제와 보조금을 이용해 이웃 나라에서 저렴한 휘발유를 구매해 큰 이익을 내며 판매하는 등 이익이 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침체가 끝나고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약간 개선되었다. 외교 관계 협의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2022년에 8%, 2023년에 4%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4.5%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은 마두로에게 '공정한' 선거를 허용하는 대가로 미국 제재를 상대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거래를 제안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매우 높지만 55%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개선은 마두로의 선거 패배를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고, 너무 작다. 마두로는 현재 미국에서 마약 밀매 및 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있으며,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인도에 반한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야당이 승리를 거두면, 마두로와 그의 정부 구성원들에 대한 사면을 둘러싼 치열한 협상이 포함된 6개월의 과도기가 예상된다. 이는 잠재적 권력 이양에 앞서 그가 반드시 요구할 것이라고들 말한다.

선거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이후의 상황은 더욱 알 수 없다. 경제 상태와 노동자들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차비스타 유산에 대한 잠재적인 지지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그 종말을 의미할 수 있으며, 이는 미국 제국주의가 지원하는 신자유주의 친자본주의 정부의 직접적인 통치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출처] Venezuela: the end game?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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