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에 있어, 오스카 후보 지명은 ‘황금 티켓’과도 같다.
오스카의 홍보 효과는 영화관 개봉이나 재개봉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대여 및 판매 증가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2025년 오스카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영화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의 경우, 이런 노출이 미국 내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아직 미국에서 배급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오스카 수상을 계기로 이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노 아더 랜드’는 이스라엘 정부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철거하고 해당 지역을 군사 훈련장으로 사용하려는 계획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의 노력을 다룬다. 이 영화는 철거 대상 지역 주민인 바젤 아드라(Basel Adra)를 비롯해 유발 아브라함(Yuval Abraham), 함단 발랄(Hamdan Ballal), 레이첼 쇼르(Rachel Szor) 등 네 명의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인 활동가이자 기자들이 공동 연출했다. 이들은 미국 여러 도시에서 상영회를 조직했지만, 전국 배급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본격적인 개봉이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배급사는 영화가 극장과 가정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연결 고리지만, 종종 그 존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몇 년 동안 논란이 되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큰 상을 받은 영화들이 배급사를 찾기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영화들은 추가적인 장벽에 부딪혀 왔다.
아랍어를 연구하고 팔레스타인 영화에 대해 글을 써온 연구자로서, ‘노 아더 랜드’가 직면한 어려움에 실망스럽다. 하지만 놀랍지는 않다.
영화 배급사의 역할
영화 배급사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거의 보이지 않는 존재다. 하지만 배급사가 없으면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급사는 특정 국가 또는 여러 국가에서 상영할 수 있는 영화의 판권을 확보한 후, 이를 극장 체인 및 스트리밍 플랫폼에 홍보하고 배급한다. 그 대가로, 배급사는 극장 개봉과 가정용 콘텐츠 판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는다.
2025년 오스카 최우수 다큐멘터리 후보에 올랐던 또 다른 작품 ‘쿠데타의 사운드트랙(Soundtrack to a Coup D’Etat)’은 이러한 배급 과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2024년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초연되었으며, 몇 달 후 미국의 주요 독립영화 배급사인 키노 로버에 의해 판권이 인수되었다.
물론, 배급사를 찾지 못하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모든 영화가 자동으로 배급 기회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며, 특히 신인 감독이나 알려지지 않은 제작자의 작품은 배급 계약을 성사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 아더 랜드’처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고,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인정받았으며, 이제는 오스카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작품이 여전히 미국 배급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이미 배급사를 확보해 여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노 아더 랜드’는 미국에서 배급사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
논란을 피하려는 경향
최근 몇 년간 영화 평론가들은 한 가지 경향을 주목했다. 논란이 될 만한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미국에서 배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조직화 운동을 다룬 영화나, 2021년 도널드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몇 안 되는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인 애덤 킨징어(Adam Kinzinger)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은 오랜 기간 논란을 불러온 주제다. 하지만 ‘노 아더 랜드’의 배급 문제가 대두된 것은 이 이슈가 특히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과 그에 따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 및 지상 침공은 미국 국내 정치에서도 강한 분열을 초래했다. 이는 2024년 대학 캠퍼스에서의 시위와 그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도 이어졌다. 또한, ‘노 아더 랜드’의 감독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했다는 점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독일에서는 이와 관련된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 아더 랜드’의 미국 배급 문제는 단순한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 사회적 환경과 깊이 얽혀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23년 10월부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지속적으로 뉴스에 오르내렸다는 점은, ‘노 아더 랜드’ 같은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결국 배급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인 판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스라엘의 토지 몰수에 대한 항의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인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5 Broken Cameras)’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이 영화는 2013년 오스카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미국 배급사를 찾지 못했다. 다만, 이 영화는 유럽연합의 주요 다큐멘터리 개발 프로그램인 ‘그린하우스’의 지원을 받았다. 그린하우스는 유럽과 미국의 여러 제작 및 배급사들과 연결된 프로그램이었으며, 이 덕분에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는 배급사를 찾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할 수 있었다.
반면, ‘노 아더 랜드’는 노르웨이 공동 제작사가 있으며 유럽과 미국의 일부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주로 풀뿌리 활동가들로 구성된 영화 제작 공동체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영화제는 항의의 무대가 되어 왔다
배급 문제는 최근의 현상이지만, 팔레스타인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논란은 영화제, 영화상, 배급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국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팔레스타인은 공식적인 주권 국가가 아니며, 많은 국가와 기관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영화를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어 왔다.
예를 들어, 200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엘리아 술레이만(Elia Suleiman)의 ‘신의 간섭(Divine Intervention)’이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출품되었으나, 팔레스타인이 유엔에서 국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이후 아카데미 측은 이 규정을 변경하여 다음 해부터는 팔레스타인 영화도 출품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2021년 칸 영화제에서는 ‘아침을 기다리며(Let It Be Morning)’의 출연진이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 영화는 이스라엘 감독이 연출했지만, 배우 대부분이 팔레스타인이었다. 그런데도 영화가 팔레스타인 영화가 아닌 이스라엘 영화로 분류되자, 배우들은 이에 항의하며 영화제 참석을 거부했다.
이처럼 영화제와 문화 공간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둘러싼 정치적 성명을 발표하고 항의를 표출하는 장소가 되어 왔다. 예를 들어, 2017년 칸 영화제에서는 당시 이스라엘 극우 성향의 문화부 장관이 ‘논란의 중심이 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이 드레스에는 예루살렘의 스카이라인이 프린트되어 있었으며, 이는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것을 상징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국제법상 예루살렘의 지위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이며, 이 때문에 해당 의상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팔레스타인 영화를 둘러싼 문제들이 단순한 영화 배급 문제를 넘어, 국제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된 복합적인 이슈임을 보여준다.
2024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마크 러팔로(Mark Ruffalo), 마허샬라 알리(Mahershala Ali)를 포함한 여러 참가자들이 가자지구에서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의미로 빨간 배지를 착용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시상식 시작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노 아더 랜드’ 같은 영화는 미국 내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배급사를 찾는 데 있어 어려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나는 오스카 수상이 과연 충분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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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 폴(Drew Paul)은 테네시 대학교 아랍어 부교수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