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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기금화, 왜?

“건강보험 재정의 기금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언론보도는 이제 한풀 꺾인 셈이지만, 행정부와 입법부의 각종 보고서 출간, 토론회 개최, 관련 당사자들의 입장 발표를 거치면서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의견 수렴을 어느 정도 거쳤다고 볼 것이다. 다음 수순은 정부 내 관련 부처의 의견을 조정하여 입법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란, 건강보험 재정을 다른 사회보험처럼 기금 체계 안에서 운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보험 가입자와 공급자, 정부와 보험자가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주요 사항을 심의, 결정하여 운영되는 방식을 취한다. 다른 사회보험 재정은 매년 기금운용계획이 수립되어 국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후 이에 따라 운용되는 점에서 건강보험과 다르다. 기금화의 주요 논거로 제시되는 것은 건강보험 지출 규모의 급증이 예상되고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부담이 큰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고 건강보험 재정의 기금화는 투명성과 책임성 증대의 유력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기금화 문제와 관련하여 이미 여러 차례 의문이 제기되었다. 기금화가 과연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가? 이미 건강보험 재정은 2001년 재정 위기 이후 비할 바 없는 감독과 관리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가?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 재정 통제권을 넘어서는 최고의 형태가 존재하는가? 현재의 의회민주주의 수준에 비추어 재정의 기금화는 오히려 가입자들의 참여와 권한을 제약하는 결과를 빚는 것이 아닌가? 과연 현재 기금 형태로 운영되는 사회보험 재정은 건강보험 이상의 투명성과 책임성, 가입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는가?
제도의 형식적인 면에 주목할 때, 나아가 제도의 형식이 내용을 규제하는 측면이 있음을 인정할 때, 이와 같은 세부적인 쟁점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기금화 논란의 숨은 함의가 보다 분명하게 밝혀질 것이며, 기존 사회보험 운용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전에 분명하게 밝혀두고 싶은 것은 기금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현재 기금화를 주장하는 측은 행정부의 기획예산처, 국회예산정책처, 한국개발연구원 등이다. 기금화 주장의 연원은 2003년 한국개발연구원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제출한 문건 <고령화에 대비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찾을 수 있으며, 2004년 8월 국회예산정책처의 <2003년도 세입․세출 결산 분석>에서 구체화되었다. 이들 주장의 열쇠어(key word)는 단연코 “의료비 급증에 대한 대비”, “재정 규율의 확립”이다. 즉,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는 건강보험에 투여되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려는 수단이라는 인식이 기저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것을 건강증진기금을 폐지하고 건강보험 재정과 통합하여 건강보험기금을 신설하자는 기획예산처 <기금존치평가보고서>의 제안과 연결해보면,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기금화를 주장하는 측의 숨은 의도는 분명해진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예산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담뱃값에 부과하는 건강증진부담금을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하자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을 개정하여 예산 부담을 기존의 40%에서 35%로 기금 지원분을 10%에서 15%로 증가시킨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에 대한 국회의 분석에 따르면, 지역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금 수준이 실제보다 적게 책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줄이면서 기금을 보험 재정으로 전용하자는 수작인데, 결국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의 명목으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을 쌈짓돈으로 생각하고 예산의 책정을 회피하려는 얄팍한 속셈인 것이다. 이 상태에서 보험 급여를 확대하려면 결국 보험료 인상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아니 어쩌면,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염두에 두면서 내년 이후에 더 이상 급여 확대가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이는 말

제 96 호 최 용 준 (민중의료연합 대표) [주간민중복지는 보건복지민중연대(민중의료연합,민중복지연대)의 웹매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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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금순

    건강보험의 도입으로 발생 될 많은 문제점을 다시 한번 검증하고 건강보험의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를 적극 수렴하여 현건강보험제도의 유지.발전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