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소식지 주간민중복지

심사일원화 시도, 원인주의의 한계


지난 3월 2일 열린우리당 장복심, 유시민 의원 등에 의해 국민의료비 심사일원화를 위한 입법공청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여러 노동, 사회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 입법예고안의 골자는 심사일원화를 통해 현재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산재환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고 나이롱환자(부재환자)가 많아 입원기간과 전체 치료기간이 길고 진료비도 많이 발생하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므로 진료비 심사를 철저히 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심사평가원으로 통합을 통해, 적정심사로 의료비를 절감하자는 것이다. 또한 그 결과 보험료를 낮출 수 있고, 치료기간을 짧게 해서 근로손실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고, 부당한 입원을 줄여 병상회전율을 높여 병원수익을 높이고, 조직통합에 따라 산재나 자보의 심사인력을 감축하여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 볼만한 주장도 있는데, 그동안 산재보험공대위가 계속 주장해오던 “선보상후판정”제도(산재여부를 결정한 후에 치료를 시작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선 치료하고 보상해준 후 산재여부를 밝히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점이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의 특수성, 실제 의료비절감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주장을 들어 이에 반대하고 있고, 산재보험공대위는 선보상후정산제도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요양기간 강제단축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건강보험과의 급여격차 문제, 직업병인정의 원인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상기 안에 대한 재검토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으로 선보상 후판정이 가능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관련성이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산재의 경우 가능 할 수 있지만, 현재 문제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정신질환 등은 논란의 지점을 승인 전에서 승인여부결정 뒤로 옮겨 놓는 것에 불과하다. 건강보험과 급여항목의 차이, 급여항목 내에서 본인부담의 차이,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의 차이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정되지 못하는 직업병의 경우 엄청난 본인 부담을 안게 되어 결국 치료를 못하거나, 아예 시작도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심사일원화를 이룬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이 이들 사회보험간의 격차가 크지 않음을 통해 판단해 볼 수 있다. 사회보험, 특히 산재보험의 출발이 자본의 위험분산에서 출발했고, 무과실책임주의(노동자의 과실여부에 상관없이 보상)의 도입 이후에도 산재발생의 원인에 대한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사고성재해가 아닌 근골격계질환, 뇌심혈관계질환과 같은 소위 직업관련성질환의 경우 산재발생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끊임없는 원인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들이 겪게 되는 모든 질병은 직업과 관련되어 있다. 원인의 원인을 묻고, 또 그 원인의 원인을 밝히다 보면, 결국 궁극적 원인은 이 사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이데올로기 지점에서 서구 유럽에서는 일부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결과주의적 관점의 보상이다. 즉 원인에 원인을 밝히는 작업, 이로 인한 치료의 지연, 노동력의 상실보다는 원인에 상관없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보상후판정(여전히 원인주의에 입각해 있음)과 다른 결과주의적 관점이다. 물론 결과주의 관점이 또는 사회보험이 궁극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과거의 건강보험 통합일원화 투쟁이 그렇듯, 노동계급의 힘을 모아나가고, 노동계급의 복지와 보건의료를 만들어 가기위한 과정에서 올바른 쟁점과 과제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산재보험의 보상에서 원인주의 관점의 폐기와 함께 재활 및 복귀에 관한 급여 및 내용마련이 우선 과제로 논의되어야 한다. 현재 논란이 되는 요양기간의 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말

주간민중복지 제 98 호 김형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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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 노동자건강 , 심사일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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