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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서비스 산업화론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의료서비스 산업’이라는 개념이 이제는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교과서적으로 산업의 정의는 ’동일한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집합‘이며, 기업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생산활동을 계속 영위하는 경제단위’로 정의된다. 따라서 ‘의료서비스 산업’이라는 개념은 의료서비스가 돈을 주고 사고파는 상품의 하나이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의원은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성립된다. 그러나, 국내 의료법은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병원 설립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을 기업으로 정의하는 ‘의료서비스 산업’ 개념을 채택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러나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의료서비스 산업화론’이 어떤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이것이 국민의료보장에 미칠 영향이다.

의료서비스 산업화론의 제기 배경
국내에서 의료서비스 영역을 산업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문제인식은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2003년 정부의 동북아 중심병원 유치계획과 2004년 경제자유구역의 영리 외국병원 설립을 둘러싼 논란을 거치면서 본격화되었다. 특히, 의료서비스를 통한 국부 창출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의료서비스 산업화의 필요성이 부각되었고, 국내 의료서비스의 질적 취약성의 원인으로 의료서비스 영역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지목되면서 이의 완화 내지는 폐지를 주장하는 요구가 높아졌다. 2004년을 거치면서,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등과 같은 해묵은 사안들이 의료산업 내지는 의료서비스 산업 활성화라는 틀로 재해석되었다. 이전까지는 개별적으로 다루어졌던 이들 사안들은 이제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의미를 획득하면서 상호 통합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병원이라는 의료서비스 영역의 일개 분야에 국한되었던 논의의 범위가 제약, 의료기기, 생물공학 등과 같은 의료산업 전체로 확대되어 나갔다. 이처럼 의료서비스 산업화론은 2004년의 논의과정을 거치면서 진화되어 왔다.

의료서비스 산업화론의 본질
그러나 실제로 병원이 기업 방식으로 운영되는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미래의 사회적 부담을 적정화하기 보다는 고가 의료서비스와 불필요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증가시키고, 의료서비스 전반의 가격 인상을 촉진함으로써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귀결되고 만다. 미래의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는 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해야 한다는 근거이기보다는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적정지출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근거일 뿐이다. 물론 산업적 속성이 강한 의료서비스 일부 영역은 산업의 개념으로 육성,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논의는 의료서비스 영역 전반을 산업화하는 방향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국민의료보장에 미치는 문제점
의료서비스 산업화의 과제들 특히,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는 병의원과 환자를 둘로 나누고,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조직적, 재정적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질적 수준이 높거나 수익창출의 가능성이 큰 병의원들이 주로 건강보험을 탈퇴하고, 의료서비스 영역의 기술개발도 이들 병의원의 주도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건강보험에는 상대적으로 질적 수준이 낮은 병의원들이 남게 된다. 환자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둘로 나누어질 수 있다. 충분한 경제적 능력이 있는 환자는 고가의 첨단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병원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은 환자는 건강보험 적용 병원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영리병원을 이용하게 될 고소득층으로 하여금 건강보험 탈퇴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로 발전할 개연성이 크다. 이용하지도 않을 건강보험의 보험료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에 대한 ‘전국민 당연가입’을 폐지하지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일부 계층, 특히 우리사회의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고소득층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되면, 의료보장제도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양극화된 의료서비스, 양극화된 국민
보험개발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3년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 수입은 5조7천억원 수준이며, 연간 15%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건강보험 연간 보험료 수입의 40%를 넘는 수준으로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으며, 동시에 민간의료보험의 문제점 또한 커진다. 최근 발표된 OECD 보고서에서도 정부의 개입을 통한 신중한 설계가 없으면, 민간의료보험을 통한 편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올 8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할 생명보험사의 개인 단위 실손보상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민간의료보험 확장의 일대 전기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매개로 한 보험회사와 병의원간의 직접적인 결합관계는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올 8월 이후부터는 개인 단위 실손보상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매개로 보험회사와 병의원이 직접적인 결합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것은 건강보험으로 하여금 두 가지의 문제에 직면하도록 만들 것이다. 첫째는 미국의 메디갭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반대하는 집단이 양산될 수 있다. 본인부담금에 대한 실손 보상이 이루어지게 되면, 실손보상 민간의료보험 상품 구매자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반대하는 경제적 동기가 강하게 형성되면서, 미국 MCCA의 경험이 재현될 수 있다. 둘째, 개인 단위 실손보상 민간의료보험 상품 시장의 형성은 향후 대체형 민간의료보험 도입의 실질적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다. 보험회사와 병의원의 결합관계가 긴밀해지고, 개인의료이용에 대한 보험회사의 리스크 관리 경험과 기술력이 충분히 축적되는 단계에 이르면, 정부가 정책결정만 하면 언제든지 대체형 민간의료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국내 민간의료보험은 ‘확대’가 아니라 ‘적절한 사회적 규제와 개입’이 필요한 단계이다. 노정한 문제점의 개선 없이 이루어지는 민간의료보험의 무제한적인 팽창은 국민의료보장과 건강보험의 정상적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총체적 대응투쟁이 필요하다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바라보는 운동진영은 아직까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총체적 사안으로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첨예한 쟁점에 대해서는 정부측이 점진적인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기 때문에 명시적인 활동의 계기를 형성하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의료서비스 산업화의 담론은 확대 재생산되면서 의료서비스의 미래상에 대한 대안으로서 우월한 입지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의 국면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으며 의료서비스 산업화의 파국적 결과에 대한 지속적인 경고가 필요하다. 더불어, 공적 의료보장제도의 확충과 공공 보건의료인프라 구축이 유력한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있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주간민중복지 제 101호 이 진 석(민중의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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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 주간민중복지 , 의료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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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k0319

    정말 좋은 글을 읽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한다고 하면 참 좋은 제안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이런 사실이 정말 포장된 빗좋은 개살구라는 걸 알려야 한다. 물론 언급한 대로 진행된다면 의료산업화는 국가간 경쟁적으로 앞다투어 추진할 사항이다. 그렇지만 그 추진과정에서 야기되는 일반 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가혹하게 한다면 되겠는가? 불상한 일반서민들 주머니에서 비싼 진료비를 이윤창출의 기업가에게 넘기는 정책인 것이다. 우리 의료현실이 공보험의 보장성이 갖추었다면 문제될 것 없다. 그렇지 않으니깐 문제란 것이다. 다수의 희생을 통하여 소수의 기업가이익을 얻는다고 그 이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는가. 외국환자를 유치하여 국부를 증대시킬려면 일반서민의 고통분담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