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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법 5년의 투쟁, 성과와 과제

“계급사회의 기반은 빈곤과 무관심. 전쟁의 명분은 달라도 목적은 언제나 같다. 그 목적이란 외국과 싸워 승리하는게 아니라 한 사회의 지배자가 피지배자에 대해 계속 지배계급으로 남기 위하여 사회의 빈곤을 유지하는 것이다 - 조지오웰”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후,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국민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한 기초법은 시행된지 5년이 지나도록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급자의 두배가 넘는 인원이 최저생계비 미만임에도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기초법의 사각지대라기보다는 기초법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배제의 기제들 때문이다. 기초법의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조건부 수급조항 등은 기초법이 국민의 권리로서의 생계보장이 아니라 빈민관리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기초법 5년의 투쟁

모든 제도는 투쟁의 산물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제도는 또 다른 투쟁을 형성해내기도 한다. 기초법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기초법 제정과정에서의 타협의 산물이며, 기초법 시행이후 5년여의 과정은 근로연계와 사적부양을 강화하려는 시도들과 이에 반대하며 조건없는 현실적인 생계보장과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려는 투쟁의 과정이었다.

2001년 겨울 최옥란 열사의 최저생계비 현실화투쟁은 수급자 당사자운동과 조직적 연대가 결합하여 이후 일상적인 연대체를 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옥란열사를 중심으로 한 농성투쟁 이후 ‘기본생활권 쟁취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현실화를 위한 연석회의’가 결성되었으며, 일부 정책적 제기 수준에 머물렀던 기초법과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사회운동의 의제로 제기하고자 했다.
2003년 기초법 요구안의 마련, 상담활동 및 상담활동가 교육, 빈곤해결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농성투쟁 및 선전전, 2004년 빈곤사회연대의 발족과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행동,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대책위 구성 등의 활동속에서 기초법과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개별 법안이나 사안에 국한시키지 않고 ‘불안정노동과 빈곤’의 문제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일관된 흐름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수급자뿐 아니라 다양한 빈곤주체를 중심으로 한 활동지향은 당사자운동과의 연계를 통해 기초법을 넘어 빈곤문제로 투쟁의제를 확장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즉, 최옥란열사 투쟁 이후로 한국사회 유일한 사회안전망인 기초법에 대한 문제제기와 최저생계비 현실화 투쟁은 우리사회 빈곤의 원인과 ‘빈곤화’의 과정을 밝히는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지속적인 연대의 조직과 투쟁을 통해 전체 민중의 문제로 빈곤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최옥란열사의 수급권 당사자 운동의 의미와 이를 계승하여 직접행동을 통한 빈곤계층의 조직화를 목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조직화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지역과 단체와 함께 기초법과 빈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연계하며, 지역속에서 실천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시기별 이슈제기에 그친 측면이 크다. 또한 법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이 병행되지 못하면서 외곽에서의 요구로 국한된 측면도 존재한다.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

정부는 기초법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내온 적은 한번도 없다. 소득인정액제도를 도입하며 오히려 비상식적인 기준을 상정했으며, 가구유형별 최저생계비 도입은 논의만 되었을 뿐 어떠한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저생계비의 계측과 결정은 예산에 따라 좌지우지되어 방안만 무성했을 뿐이다. 2005년 올해에도 정부는 여전히 법 개정에는 관심이 없으며 긴급지원법으로 또 다른 포장에만 바쁠 뿐이다.
현재 ‘기초법 전면 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가 구성되었으며, 국회앞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공대위의 활동은 지난 운동의 원칙속에서 한계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기초법에 대해 법개정뿐 아니라 시행령, 시행규칙,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대한 대응 등이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지역, 주민과 밀착된 선전활동을 통해 삶의 세밀한 지점에서 드러나는 문제까지를 지적하고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최저임금/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투쟁을 통해 “노동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사회구성원으로서 기본적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기본생활이 보장되는 최저임금/최저생계 보장”을 제기했었다. 현재 ‘5대요구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 또한 빈곤해결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중심으로 투쟁하는 주체들과 연대하고 개별사안이 아닌 사회적 의제로 기초법의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찾는 것

기초법은 ‘복지’의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지속적으로 노동을 연계로한 복지를 강요하고 있다. 결국 ‘복지’도 현재의 빈곤을 양산하고 관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며 이는 시혜나 혜택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복지는 혜택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를 찾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인간답게 살 권리)으로서의 복지는 삶의 보장을 책임지는데 있는 것이며, 이는 무조건적인 것이다. 이러한 권리는 다른 것의 조건으로 혹은 전제로 제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초법 개정투쟁은 '권리로서의 요구'를 표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한 계획과 실천속에 존재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민중복지연대의 격주간 매체 반빈곤통문 1호에 실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말

주간민중복지 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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