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과 11일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대한 국민의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각각 제주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은 영리병원 허용, 외국교육기관 설립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사회복지의 지방이양, 공무원 비정규화 시도 등 무수한 쟁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민주노총과 노동사회단체들의 반발을 사왔던 법안이다.
그러나 정부는 11월 4일 이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9일 제주시 공청회, 11일 서울 공청회를 개최했다. 반대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개최된 공청회의 끝은 불보듯 뻔한 법. 법안에 담긴 영리병원 허용, 주민자치와 상관없는 각종 의료, 교육시장화 정책 때문에 전국병원노조협의회와 민주노동당, 사회단체들은 결국 11월 9일 제주시 공청회를 무산시켰고 정부는 11일 제주와 서울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공청회마저 참가자를 제한하는 강경방침을 내렸다. 아예 공청회 장소를 원천봉쇄하고 참가자를 제한하는 공청회에서, 공청회 진입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는 노동자와 국민들 앞에 정부의 본질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국민의 참여를 가로막고 반대의견은 아예 듣지 않으려는 이 정부는 ‘참여정부’가 아닌 ‘사기꾼정부’임을, 말로는 주민자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기업과 자본의 정부’임을, 자신들의 반대세력에게 줄 것이란 경찰의 방패와 곤봉밖에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제주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국화를 꾀하는 기업자유화정책
이미 11월 11일 오전 10시, 의료연대회의, 범국민교육연대, 사회양극화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까지 망라하여 제주특별자치도법 반대하는 노동,의료,교육,문화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들 단체는 의료와 교육 부문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진 제주특별자치도법을 반대하고 비민주적 입법과정을 밟고 있는 정부를 규탄했다.
그 중에서도 국내영리병원 설립허용이 가장 큰 쟁점이며, 실제 제주시 공청회를 무산시킨 것 또한 실질적으로는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병원노동자들의 목소리였다. 이미 제주도의 병원협회는 협회차원에서 영리병원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공공병원 병상비율이 20%인 현실에서 병원 상당수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되면 비영리병원도 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고통받는 것은 의료비 폭등으로 고생하게 될 제주도민들이다. 더구나, 의료기관의 환자 알선유치행위를 인정하는 등 상업적 의료의 극단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은 그야말로 ‘의료’를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노골적인 의도가 담긴 법안이다.
교육부문 또한 마찬가지다. 제주특별법안은 외국학교의 설립을 대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도 허용하며, 내국인 입학도 완전히 허용한다. 등록금, 교육과정 편성 등이 학교자율에 맡겨진 외국귀족학교의 설립.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등록금, 불완전한 교육과정으로 인한 교육의 붕괴현상을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문제는 의료와 교육의 시장화가 제주도에 국한되지 않고 필연적으로 전국화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미 11월 9일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등은 지역특구법 개정안과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지역특구 내에 국내외 법인들의 병원-학교 설립자유화, 경제자유구역청의 지방자치단체연합으로 설립운영 보장, 경제자유구역 내 외투기업에 준하는 국내기업에 대한 경영지원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기업특혜, 무역자유화로 일관하는 노무현 정부 그리고 APEC
이미 비정규직이 800만을 넘어서고 있으며, 빈곤의 심화가 사회적 의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는 꿋꿋하게도 제주특별자치도법과 같은 기업특혜정책을 내세우고 무역자유화를 부르짖는 APEC을 개최하여 장밋빛미래를 호도하고 있다. 11월12일에서 19일까지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회의가 제시하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제. 그것은 18-19일 개최되는 정상회담에 모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들의 공동체일 뿐이며, 빈곤과 전쟁을 일으키는 기업CEO들과 이를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각국 정부들의 공동체일뿐이다. 국가사회복지는 지방이양시키겠다면서도, 노무현 정부는 2700억원의 혈세를 부산을 꾸미는데 쏟아부었고, 노점상을 탄압하고 실업자를 양산하면서 타국에서 오는 ‘손님’들의 이목만 중시하고 있다. 그들만의 공동체,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자유무역, 투자촉진, WTO홍콩각료회의 특별선언 등을 내세우고 이로 인해 파탄나는 민중들의 삶은 무참히 짓밟는 것이 노무현 정부와 APEC의 본질이다. 10만의 이라크 민중을 죽이고 꾸준히 신자유주의의 선봉에 선 조지 부시와 노무현 정부에게 이제 ‘우리들의 공동체’를 만들 것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노무현에게 NO! 부시에게 NO!
경제자유구역법, 의료산업화 정책, 기업특구법, 민자유치법, 제주특별자치도법 등 일관되게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가리지 않는 전부문의 시장화정책이 노동자민중에게 남길 것은 심화될 빈곤과 파탄난 생존뿐이다. 제주특별자치도법 공청회를 원천봉쇄하고 노동자와 사회단체들의 출입을 막았던 것은 그들이 두려움을 알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민중에 의해 그들의 본질이 폭로되고 그들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갈 것을 알기 때문이다.
17일 APEC반대 문화제가 열리고 18일과 19일 양일간에 걸쳐 부산에서 APEC반대 범국민대회가 열린다. 쌀개방협상 비준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분노가, 비정규직철폐와 사회공공성 쟁취를 외치는 노동자들의 함성이, 신자유주의세계화 반대와 민중생존권 쟁취를 외치는 외국활동가들의 외침이 함께 만날 것이다. 그리하여 빈곤과 전쟁을 확대하는 노무현정부와 조지 부시에게 NO라고 외칠 것이다. 의료산업화정책에,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반대했던 이들이라면, 노무현 정부에 이제 확실히 말할 때이다. 전쟁으로 이라크민중들을 학살하고 신자유주의로 전세계민중들을 수탈하는 선봉장 조지부시에게 정확하게 들려줄 때다. 당신들의 신자유주의 공동체를 거부한다고! 우리의 삶은 상품이 아니라고, 이제 당신들은 OUT이라고!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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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민중의료연합 격주간 이메일신문 의료와 진보 준비3호에 실린 글입니다. [주간민중복지 제 1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