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장기적이고 원칙적인 전열을 정비할떄
노무현 정부 집권 후반기 자유주의적 개혁은 경제·노동·교육 등의 영역에서 구체화되어 글로벌 스탠다드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 시장화·개방화의 절차를 확립하고, 시민권의 영역들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징후들의 구체적인 사례들은 보건복지 영역에서 시장 친화적인 영역들을 대거 시장화하려고 하는 영리병원의 부분적 허용, 사회복지 시설 확대에서의 BTL 방식의 활용, 연금 기금의 금융시장 활용 등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 영역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과 일차적인 소득보장의 핵심인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방치 `강화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의 이른바 참여복지에서 '참여'라는 외피로 표상된 다양한 복지공급자들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결국 '다양한' 복지 공급이 아닌 '시장화'된 복지 공급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이미 그 레토릭에서 엿보이고 있으며, 집권 하반기의 구상은 이러한 사회적 틀의 제도적 구성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긴급지원법을 비롯한 저소득층 지원 대책들은 이 징후들과 엇나가는 흐름이 아니라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자유주의적 사회질서에서 수반되는 하나의 일반적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몇몇 부분에서의 제도 개선에만 매몰되어서는 자유주의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으며, 이번 공동행동의 5대 요구안조차 부분적으로 수용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맞서 보다 장기적이고 원칙적인 전열을 정비하여야 한다.
누가, 어떻게 얻어내고 이끌어가는 복지인가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의 확대된 복지재정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 것을 돌이켜보자. 복지 확대는 다른 영역과 무관한 진공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노동, 경제 등에서 가속화되는 신자유주의적 재편의 후가를 감당하기 위한 부속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호들갑스럽게 늘려주는 복지재정이 서민들의 삶에 와 닿지도 않고, 다수의 국민은 복지 확대를 단지 자신의 조세 부담의 증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사회재편의 흐름이 복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시장화하는 단계에 이르면 삶의 질의 구체적인 하락이 현실화될 것이며, 형식적이나마 국민의 최소한의 인간답고 문화적인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헌법의 정신은 사문화될 것이다. 복지확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얻어내고 이끌어가는 복지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바탕으로 보다 권리에 입각한 복지투쟁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서민들의 삶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지 않은가.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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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민중복지연대의 격주간매체 반빈곤통문 2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