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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양극화 해결은 증세없이는 불가능하다

:: 반빈곤통문

2006. 2.14. 5호


최근 증세냐 감세냐를 둘러싼 말들이 많다. 노무현대통령과 박근혜 대표가 증세와 감세 논쟁을 했고, 재정경제부의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폐지’ 검토 발표 등이 연이어 조세를 둘러싼 논란의 촉매가 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의 증세논쟁까지 더해지면서 ‘증세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벗어난 혹은 거꾸로 가는 개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신년기자연설에서 “일자리 대책, 사회안전망 구축, 그리고 미래 대책을 제대로 해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며 증세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일련의 저항에 입장을 곧 철회하는 우유부단함을 보이고 있다. 더 나아가 1-2인 가구의 추가공제를 폐지하겠다며 또다시 손쉽게 민중에게 그 부담을 지우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의 경우, 조세제도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며, 현 상황에서 증세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노무현 정부의 재정운영의 방만함을 비판하면서, “집권하면 과감한 감세정책을 실천하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와 기업 활동을 촉진하여 경제성장과 세수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노무현정부나 참여연대가 이야기 하듯이 현재 한국 조세제도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조세가 투명하지도 않고, 적절한 인프라도 없다. 게다가 간접세비율이 너무 높고 누진적인 세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증세가 필요한 핵심에는 사회 양극화 해결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 국민의 15%가 빈곤상태에 있고,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다. 실제, 2006년 예산편성에서 기초생활보장에 모두 5조3천억원이 배정되었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한 예산이다. 게다가 일하면서 가난한 비정규노동자들은 기초생활보장제도과 사회보험 어디에도 포함되지 못한다. 이들은 노동시장에서는 임금이 낮아 괴롭지만 이를 보충해줄 대책이 없다. 또한 질병이나 실업, 노후 등의 위험이 생기면 혼자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의료와 교육, 주거 때문에 가난해지며, 일단 가난해진 사람들은 의료, 교육, 주거 때문에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획기적 전환과 노동빈곤층에 대한 소득보장, 사회서비스의 사회화가 달성되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사회 양극화, 사회적 빈곤이 해결될 수 없다. 그렇다면,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이야기 하듯이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이런 사회 양극화가 해결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이미 감세의 효과는 소수의 고소득자와 대기업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는 점은 그동안 많은 알려져 왔다. 뿐만 아니라 과거 산업화과정에서 보았듯이 경제 성장과 기업활동 촉진으로 우리 삶이 윤택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부익부·빈익빈’이라는 현실만 몸소 체험해왔다. 또한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증세 없이는 조세의 투명성과 형평성 강화는 달성될 수 없다. 실제 한국정부의 GDP대비 재정규모는 낮고, 복지예산은 외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미 오랜 시간 조세의 투명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일부 개선되곤 있다고 하지만, 고질적인 병폐들은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의 투명성과 형평성 강화가 우선과제라 이야기 하는 것은 ‘실질적인 증세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회 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시급하게 돈이 필요하지만, 조세제도의 개혁이 우선이라고 한다면, 당장 하루의 생활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따라서 오히려 중요한 것은 사회 양극화해결을 위한 증세를 실현하는 과정을 조세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다. 과연, 누구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담배에 붙는 건강증진세처럼 간접세를 높일지, 아니면 노동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소득세를 높일지 말이다. 그러나 사회적 빈곤과 사회양극화 해결을 위해서는 일반 노동자의 호주머니에서 혹은 간접세를 높일 순 없다. 이미 도시가스요금은 인상되었고, 집세와 빚까지, 버는 돈을 제대로 구경도 못한다. 때문에 일반 민중들의 호주머니에 세금을 더 걷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부당하다. 따라서 이제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과 기업의 세금을 높이는 방안이다.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고, 그 돈으로 빈곤, 노동빈곤층의 생활을 보장한다면, 그리고 의료와 교육, 주거의 비용을 낮춘다면 사회 양극화해결의 효과는 2배가 될 것이다. 또한 이런 과정이야 말로 사회 양극화해소에 대한 민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이며, 실질적인 대안이다.

‘새끼줄’에서는 반빈곤투쟁의 다양한 사례들을 새끼줄처럼 엮어나가면서 빈곤에 맞설수 있는 굵고 단단한 동아줄과 같은 흐름들을 만들어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가려고 합니다


겨울빈민현장활동 후기
"집, 사람이 살고 있어요"

나는 1월 18일부터 21일까지 3박4일동안 ‘주거, 공간의 박탈을 넘어 평등한 삶의 자리로’ 라는 주제로 열린 겨울 빈활(빈민현장활동)에 참가하였다. 빈활은 주거빈곤의 문제에 대한 실천적 운동으로서 노숙, 쪽방, 다가구매입임대주택, 비닐하우스촌 등 열악한 주거빈곤의 문제를 실천적 운동을 통해 문제제기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빈활 첫날은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는 제목 아래 이틀 전부터 서울역 광장 앞에서 제작된 쪽방을 마무리 짓는 작업으로 시작하였다. 빈활에 참가한 우리들은 쪽방을 도배하고 장판도 깔고 쪽방 내·외부를 꾸미고 나니 작지만 빈활기간 동안 지낼 작은 집이 완성되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점점 추워지자 이렇게 만든 쪽방 안에서 며칠이지만 난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걱정되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쪽방에서의 첫 잠자리는 ‘주거’라는 화두를 고민하기에 충분히 추웠고 불편했다.

둘째 날은 서울시가 시행하고있는 다가구임대주택에 직접 방문하여 주거실태를 조사하고 거주자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다가구매입임대주택들은 저소득층에게 공급하기위해 매입한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매우 비싸고 주거조건 또한 열악하여 많은 가구들이 공가(空家 ) 로 방치된 곳이 많았다. 이처럼 매입이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집이 서울곳곳에 있지만 정작 서울 길거리에는 집이라는 주거의 공간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그날 저녁, 그새 쪽방이 익숙해 진건가? 피곤해서인가? 아무런 불편없이 깊고 편안한 밤을 보낸 것 같다.

그리고 셋째 날 서울역 쪽방에서의 아침, 한 할아버지께서 약주를 한잔 드시고는 우리에게 막 호통을 치시더니 금새 눈물을 주룩 흘리신다. 그리고는 자신도 예전에 이런 쪽방에서 오랫동안 살았고 노숙생활도 오래 했다고 하신다. 우리가 오늘 오후에 쪽방구조물을 철거 할거라고 하니 할아버지께서 쪽방을 왜 철거하냐고 이렇게 열심히 지어놓고 왜 철거하냐고 화를 내신다. 내가 빈활기간 동안 잠시 머무는 공간인 쪽방은 이 할아버지에게 어떤 집인 걸까? 서울역 앞 쪽방 구조물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주거에 대한 이런 저런 고민을 나에게 던져주는 아침 이였다. 오후에는 포이동 266번지중심으로 하여 주거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포이동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서 주거상태를 조사하고 방 크기를 자로 재면서 주민들의 고단하지만 행복한 삶의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포이동은 법에서 정한 인간이 살 최소한의 주거공간의 기준(최저주거기준)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상황 이었다. 언제나 화재위험과 살림살이 하나 제대로 두기가 어려운 좁은 공간, 난방자체의 어려움, 공동화장실 사용 등 주거의 전반적인 상태는 매우 불편하고 열악했다.

그리고 빈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일상의 처음을 집(주거 공간)에서 시작하여 다시 집에서 끝을 맺는다. 내가 그렇듯이 누구에게나 집은 소중하다. 집이 있을 땐 그 소중함과 절실함을 잘 느끼지 못할지라도 막상 상실되고 나면 그 상실이 자신의 삶을 흔들어 놓게 된다. 서울역 광장에 쪽방이 뚝딱뚝딱해서 들어섰는데, 쪽방은 나에게 어떤 집이였는가? 쪽방은 매우작고 허름하고 불편한 주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빈활 기간동안 나에게 길거리가 아닌 지붕과 벽으로 가려져 잠을 편히 잘 수 있게 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노숙하시는 많은 아저씨들에게 과연 이 쪽방은 어떤 공간 이었을까? 강남 타워펠리스 옆의 판자촌인 포이동266번지에서 철거위험에 항상 노출된 채 사시는 주민들에게 포이동266번지는 어떤 공간인가?

예전에 노숙을 경험한 친한 형이 오랜 노숙경험 이후 쪽방을 첨 들어갔을 때 기분에 대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정말 내가 누우면 끝나는 매우 작은 방이지만 내 방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여기서는 내 맘대로 해도 늦게까지 자더라도 누구도 아무 말 안해. 내가 자는 모습을 누가 보는 것도 아니고, 하루를 마치고 돌아 갈 집이 있다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어.” 최후의 주거 공간인 쪽방에 살든지, 포이동의 판자촌에 살든지, 주거공간은 누구에게나 삶을 시작하기위한 기본적인 공간이다. 이번 빈활은 나에게 있어 이런 주거공간에 대한 사유와 운동을 고민하게 하는 고마운 시간 들이었다. 이 고민과 실천은 집으로 돌아온 현실에서 더욱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다.

조승화(절망의빈곤,희망의연대 실천단)


근래의 노숙 관련 동향을 보자면, 마치 서울시가 노숙인 지원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거리노숙인을 위한 ‘특별자활사업’과 공무원 700명을 활용한 ‘노숙인 1대1 후견인 사업’, 그리고 요즘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노숙인 일자리 찾기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서울시는 쉼 없이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적자예산편성으로 2004년 노숙인 의료구호비가 1/4분기에 고갈되자 즉시 입원, 수술 등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행위를 중단시켰던 서울시의 과거를 떠올릴 때 ‘시장이 바뀐 건가, 사람이 바뀐 건가’ 싶을 정도로 경이롭기만 하다. 하지만 위 일련의 대책들은 탈 노숙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보았을 때 의도하지는 않았다손 치더라도 ‘조삼모사’식으로 결론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결국 각각의 노숙인 정책은 전체 노숙인 지원정책 속에서 분업하는 것이고, 그것과 관계하며 조화로워야 한다. 이런 점에서, 노숙 문제를 담당 공무원 한 사람의 능력에 의존해 풀고자 했던 ‘노숙인 1대1 후견인 사업’은 노숙인지원체계 자체를 무시한 즉자적 행정이라 여겨지며, ‘특별자활사업, 일자리 찾기 프로젝트’의 노동 유인책은 이후 연계 방안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의심스럽다. 노동을 통한 소득 창출 이후 필수적인 것은 주거의 확보이기에 이 대책들이 ‘노숙인 정책’으로 가치 있기 위해서는 저렴주택의 공급, 유지 대책과 연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오히려 2003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쪽방을 대단지로 철거했거나 예정에 있으며, 주거빈민을 위해 기능해야 할 다가구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따라서 근래의 서울시 행보는 실상 노숙인 정책이라 불릴 수 없는 단선적이며 돌발적인 행정집행에 불과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제, 노숙 생활 당시 유흥주점의 ‘바지사장’으로 신분을 도용당해 수천만원의 세금을 내야할 처지에 놓인 한 쪽방주민의 문제를 풀고자 세무서를 찾아갔었다. 쪽방 임대와 주민등록 복원, 조건부 수급권 취득 등 그에게 있어서는 쉽지 않았을 노력을 통해 ‘떳떳한’ 서울시민이 된지 이제 겨우 두 달인데, 노숙생활로 인한 굴레가 다시 제동을 걸어온 것이다. 비단 이 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제는 유형별로 분류가 가능할 정도로 신용, 채무, 경제범죄 문제는 상당수의 노숙인에게 있어 보편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노숙인 지원정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응답도 주지 못하고 있다. 그간 이를 포함한 빈약한 노숙인 지원체계 개선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노숙 문제는 독립적인 정책과 빼어난 아이디어 하나로는 절대 풀 수가 없다.
서울시는 노숙인의 상황과 처지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정책적으로 누락된 부분을 추가하고, 탈 노숙에 배반적인 쪽방 철거 등 여타의 서울시 행정을 수정해야 한다. 적어도 서울시의 노숙인 정책이 탈 노숙을 위한 목적에 있다면 말이다.

(이동현 / 이동현씨는 현재 노숙인복지와인권을실천하는사람들 상임활동가로 일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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