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 문제
자본주의 이전 시대까지 장애인들은 가족노동 안에 통합되어 노동을 하였다. 공동생산과 공동분배하는 상황에서 신체 손상이나 어느 한 부분의 기능장애가 지금처럼 큰 문제로 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 장애인의 노동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 사회와 비교했을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의 장애인 노동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장애인 억압의 핵심이다.
자본주의 가치법칙에 따라 노동자의 노동력은 그 가치대로 노동시장에서 임금과 교환된다. 이때 장애인 노동력은 전혀 팔리지 않거나, 노동력의 평균가치 이하로 팔리게 된다. 왜냐하면 장애인은 자본이 요구하는 생산성 · 효율성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비표준적 노동을 제공하는 비표준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비표준 노동자로서 장애인은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더라도 평균치 이하로 판매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해서라도 손상된 육체의 상품화를 실현하려고 한다.
장애인은 노동시장에서 자본의 분절화와 배제전략에 의해 사회적으로 ‘무능력’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낙인찍힌다. 이것은 반대로 장애인으로 하여금 ‘무능력’하고 ‘무가치’한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동시장에 자신의 노동력을 평균가치 이하라도 판매하도록 강제한다. 이것은 장애인 스스로 차별을 감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본은 장애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면서 동시에 노동시장에서 평균가치 이하로 노동력을 판매하게끔 한다. 이를 통해 자본은 장애인 노동력을 착취한다.
노동시장에서의 장애인 노동력은 가치대로 교환되기 때문에 ‘평등’한 교환인 것처럼 보여 지며, 이것은 장애인 노동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합리화시킨다. 자본주의 가치법칙에 따른 노동력 교환은 장애인에게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2. 장애인 빈곤의 원인과 결과 - 차별과 배제 측면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장애인을 장애인 수당 등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빈곤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자본에 의한 장애인의 손상된 육체의 상품화와 손상된 육체에 대한 낙인은 자본과 국가 그리고 사회로부터 장애인을 차별하고 배제하게끔 한다. 이러한 차별과 배제는 장애인 ‘빈곤’의 원인이다.
자본은 자신의 축적전략에 따라 노동자를 노동시장에서 퇴출, 즉 배제시킨다. 이러한 배제의 결과는 실업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자 양산은 필연적이다. 이것은 장애인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장애인실업의 원인은 최대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에게 장애인이 생산적인 노동과 최대의 잉여가치 생산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러한 원인 때문에 장애인실업률은 일반 실업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비표준적 노동을 제공하는 장애인은 최후의 고용, 최초의 해고 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은 자본이 요구하는 표준적인 육체를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노동에서 배제당하며, 이로 인해 생활수단을 임금으로 구매 · 소비할 수 없다.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한 장애인에게 노동시장은 더 이상 개인과 생활수단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장애인에게는 노동기회의 박탈 만큼이나 굶어죽을 자유도 하나의 필연이 된다. 생계를 위해 근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장애인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가의 잔여적이고 시혜적인 복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장애인은 국가의 잔여적이고 시혜적인 복지마저도 제한적으로 받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자신을 위해 잉여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노동시장에서 배제시킨다. 이러한 배제는 사회적 배제로 확장되어 나타난다. 사회적 배제는 노동권, 이동권, 교육권, 접근권 등의 사회적 제반권리에 대한 제한과 박탈이다.
장애인 문제는 자본주의사회의 모순 속에서 존재하는 노동기회의 박탈과 사회 일반에서의 차별과 배제가 장애인 문제의 모순을 규정하고 있고 그 근간에 작용하는 인신론적 거부감이 그러한 모순을 강화, 확대시키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차별과 배제는 제반권리의 제한과 박탈로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들이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인 노동권, 이동권 · 접근권, 교육권, 문화권 등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의 미보장으로 인하여 장애인의 빈곤한 삶은 확대 · 재생산되고 있다. 자본과 국가에 의해서 ‘빈곤한 것이 당연한 사람’으로서 여겨지고 임노동 체계의 착취로부터 배제당하고 있다. 이것이 현대 생활의 모든 측면에서 장애인들이 억압받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이다.
3. 빈곤에 저항하는 장애인들의 투쟁
이와 같은 빈곤한 장애인의 삶은 2000년부터 시작된 이동권쟁취투쟁과 올해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투쟁과 활동보조인 제도화 투쟁 그리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투쟁 등의 대중투쟁을 불러왔다. 이러한 대중투쟁은 장애인 생활권쟁취 투쟁이며 그 자체가 생존권쟁취 투쟁이다. 즉, 빈곤에 저항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고 최옥란 열사의 죽음은 장애를 가진 여성(뇌병변 1급)의 빈곤한 삶을 온몸으로 저항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가 철저히 관철되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복지는 김대중 정부 때는 ‘생산적 복지’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참여복지’라는 잔여적이고 시혜적인 복지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성장이냐 분배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사이에 우리나라는 무역액이 무려 5천억 달러로서 세계에서 12번째 무역국이 되었다. 반대로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신빈곤’이라는 말이 생길정도로 ‘빈곤’은 이제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닌 전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빈곤은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모습이다. 때문에 민중운동진영은 신자유주의를 분쇄하기위해 반(反)빈곤투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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