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안 분석과 평가 [27호|특집3]

1. 총평

지난 5월 4일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과 열린우리당의 조정식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하 ‘단병호 안’과 ‘조정식 안’이라고 함)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본 회의에서 최종 의결된 것이다.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은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종합적인 평가부터 내리자면, 개정안은 현재 최저임금법에 비해 다소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최저임금제 적용과 관련하여 현실에서 벌어지는 온갖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하청 연대책임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 책임을 부과한 것 등이 전자의 내용이라면, 최저임금액의 하한을 법정화하지 못한 것과 최저임금의 인상을 탈법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금지시키지 못한 것 등은 후자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개선된 것은 매우 미흡하기는 하지만 그것 자체로 투쟁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소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고, 이번에 개선되지 못한 것은 다음 투쟁을 통해서는 반드시 개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 투쟁을 기약하는 심정으로 이번 개정안의 의미와 한계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2. 개정안 분석

가. 최저임금 결정 기준 개선

이번 개정안에는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에 소득분배율이 추가되었다(제4조제1항). 노동 소득분배율이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1) 소득분배율을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으로 추가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위 조항이 최저임금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위 조항이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심리에 다소나마 영향을 끼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어떤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단병호 안에는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에 위와 같은 요소를 포함시키는 것 외에 최저임금의 하한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최저임금의 수준이 전체 근로자 임금 평균의 50% 이하가 되어서는 안 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안은, 노동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초되고 말았다.

나. 최저임금제 적용 범위 및 수준 확대

이번 개정안에는 취업기간이 6월을 경과하지 아니한 18세 미만 근로자에 대한 감액적용 규정과 양성훈련생에 대한 적용 제외 규정이 폐지되었다. 이로써 이들은 최저임금을 전액 적용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동안 적용제외 인가대상이었던 감시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액을 감액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5조제2항 및 제7조).
아르바이트 등으로 중고생 취업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6월을 경과하지 아니한 18세 미만 근로자에 대한 감액적용 규정이 폐지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18세 미만자라고 하여 6월을 전후로 하여 최저임금의 적용 비율이 달라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감시단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액을 감액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가 일부나마 적용받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합리적 이유 없이 감액으로 적용한다는 점에서는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법안 심의 시 단병호 의원은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감액 적용할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그들의 처지가 열악하기 때문에 전액 적용하는 것이 최저임금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였으나, 고용위축론으로 무장한 노동부의 반발을 뚫지 못했다. 대신 감액 적용 비율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단병호 안에는 정신 또는 신체 장애인에 대한 적용 제외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장애인 운동 단체에서도 이에 대해 단일한 입장을 정리하여 대응하지 못했는데 두고두고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정신 또는 신체 장애인에 대해서는 일할 자리를 확충해 나가는 한편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가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부여했다는 명분으로 광범위한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출발점은 이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받게 하는 것이다.

다. 원청과 하청의 연대책임

이번 개정안에는 원청업체의 귀책사유로 하청업체가 그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때에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 연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제6조제6항, 제7항). 그 귀책사유로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인건비 단가에 의하여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와 △원청업체가 도급 계약 기간 중 인건비 단가를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인하한 행위를 규정하였다.

위 개정안은 현장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되어온 내용을 반영한 것으로서 이번 개정안 중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지나치게 낮은 단가로 하청을 주는 원청업체의 횡포는 어느 정도 시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단병호 안에는 귀책사유 중의 하나로 “하도급 계약 기간 중 최저임금액의 인상에 의해 인건비 단가가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게 된 경우 원사업자가 그 미달금액만큼 인건비 단가를 인상하지 않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것은 도급 계약 기간 중간에 최저임금액이 인상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원청업체가 나 몰라라 하고 버티면서 인건비를 인상해 주지 않는 행태를 시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이런 유형이었다. 그런데 이 안은 심의 도중 채택되지 못했다. ‘찐빵의 앙꼬’가 반 이상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귀책사유의 첫 번째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이러한 사안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당분간은 노동부로 하여금 적극적 행정지도를 실시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통해 원청업체의 횡포를 제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 규정과 관련하여서는 법안 심의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현재 불거져 있는데, 그것은 위 규정의 조문 내용이 “두 차례 이상의 도급으로 사업을 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 규정을 심의할 당시만 해도 현행 근로기준법 제43조(도급사업에 대한 임금지급)와 동일하게 “사업이 수 차의 도급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법사위를 거치면서 ‘한글 순화’ 차원에서 조문이 위와 같이 변경된 것이다. 법사위에서는 단지 조문 정리 차원에서 위와 같이 변경하였을 뿐인데, 문언상으로는 1단계 도급의 경우, 즉 도급인과 수급인만 있는 경우에는 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명백한 것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로 지하철공사의 경우 자신은 두차례 이상의 도급을 행한 것이 아니므로2)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은 한 마디로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기존 규정상으로도 1차 도급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 ‘수 차의 도급’은 2차 이상의 도급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법원과 노동부는 모두 근로기준법의 위 규정의 취지상 1차 도급의 경우에도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았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48388 판결, 근기 68207-3884, 2000. 12. 13.). 따라서 최저임금법에서도 조문 규정 방식이 다소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현재 노동부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단병호 의원은 그것과 관계없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위 각 규정을 개정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였다(6. 14. 제출)3). 이로써 이 조항을 둘러싸고 전개된 논란은 모두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의무

이번 개정안에는 근로기준법 제49조의 적용으로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는 경우에도 최대 4시간 분의 최저임금액을 보전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부칙 제3항). 즉 주44시간제 사업장이 주 40시간제로 변경되더라도 최저임금액은 여전히 기존의 주 44시간제를 기준으로 산정하게 한 것이다. 이로써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이 삶의 질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폐단은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문제 역시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를 시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마. 기타

이번 개정안에는 그 외에도 △최저임금 적용 주기와 회계연도 시기의 불일치로 인하여 취약근로자가 인상된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당해 연도 9월 1일부터 다음 연도 8월 31일까지로 되어있던 최저임금 적용기간을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변경하는 내용(제10조), △최저임금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 형량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제28조) 등이 포함되었다. 모두 다 지금보다 개선된 내용들이다.


3. 결론

최저임금제도는 우리사회 빈곤 계층에게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하는 장치이다. 최저임금제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신설되었다는 것과 우리나라 헌법에 최저임금제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제는, 최저임금액이 지나치게 낮고 적용 제외 대상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점 등으로 인해 그 기능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없다. 개정안의 취지를 살려 적정한 수준의 최저임금액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한편 단병호 의원 안에는 위에서 소개한 내용 외에도 △최저임금의 인상을 탈법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임금의 명칭과 지급시기 및 지급방식을 변경하여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에 포함시킨 행위의 금지, △택시노동자들의 이른 바 사납금 외 수입을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임금의 범위에서 제외,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선출방식의 변경 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모두 채택되지 못했다. 이 안들은 고스란히 다음 투쟁의 과제로 남겨져 있다.


1) 취업자 대비 피용자(노동자) 비중은 ‘98년 61.7%에서 ’03년 65.1%로 증가했으나, 노동소득분배율(전체 국민소득 대비 임금소득)은 ‘96년 63.4%를 정점으로 ’03년 59.7%로 하락했음(김유선). [다시 읽던 곳으로 돌아가기]
2) 청소용역업체에 한 차례만 도급하였다는 주장이다. [다시 읽던 곳으로 돌아가기]
3) “⑥도급으로 사업을 행하는 경우에 수급인이 도급인의 책임 있는 사유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한 때에는 그 도급인은 당해 수급인과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⑧ 2차례 이상의 도급으로 사업을 행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제6항과 제7항의 수급인을 하수급인으로, 도급인을 직상수급인으로 본다.” [다시 읽던 곳으로 돌아가기]


필자|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 보좌관 강문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알고싶어요.(2)

Q.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A.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은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 불안정노동층 자기조직화를 통한 계급투쟁으로 만나야 합니다.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축으로는 그 동안의 민주노조운동의 관성을 떨치고 새롭게 혁신해야 하며, 또 한축으로는 투쟁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불안정노동층 노동자들이 만나, 말 그대로 '천만노동자 총단결' 기치를 세워야 합니다. 노동의 분할과 빈곤화, 경쟁으로 인한 삶의 파괴를 강제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다시 '천만노동자 총단결'의 기치를 세울 때 우리는 '계급투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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