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자본가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는다. 다시 말하면 사용자는 자신이 사용할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투쟁하여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하는 의미이고 자본가에게 있어서는 노동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용자로서의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본은 사용자로의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용역, 외주 등을 이용하여 간접고용비정규직을 사용한다.
자동차 업종에서의 불법적인 사내하청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정규직화 용역, 외주, 아웃소싱 등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중요한 수단이었고 94년 이후 신경영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유린하여왔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은 핵심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간접고용으로 채워졌고 이제는 핵심부서에 까지 은근슬쩍 사내하청이 들어왔다. 현재 자본은 모듈화를 위한 전단계로서 사내하청노동자와 직영노동자를 분리하고 사내하청을 핵심업무에서 빼기, 그리고 모듈공정으로의 이전이라는 과정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하고 있다. 현상적으로 보기에는 원청회사에서 모비스 등과 같은 모듈업체의 사내하청으로 이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모듈공장은 전체가 사내하청으로만 운영되면서 사실상 제조업내의 간접고용비정규직을 일반적인 것으로 고착화 시키는 방안이 되고 있다. 자동차 원청자본들이 내어놓은 불법파견이후 개선계획서에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나듯이 이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문제가 아닌 자동차업종 전체의 구조조정의 문제이며 자본은 이미 준비된 계획을 이번 불법파견 국면에서 구체화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투쟁은 불법파견을 근절하는, 노동조합을 안정화하고 유지하는 또는 사수하는,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투쟁을 넘어서야 한다. 현재 자동차업종의 불법파견을 중심으로 한 사내하청 투쟁은 당연히 자동차 구조조정에 맞서는, 구조조정분쇄투쟁이어야 한다.
불법파견 투쟁에서 확인하여야 할 분명한 원칙
현재 완성차 공장을 중심으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공동으로 불법파견 대응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그간에 과정에서 실천으로 보여 진 것도 있으나 다시한번 이번 투쟁에서 그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몇 가지 원칙을 확인하여 보자.
첫째, 불법파견으로 착취당해온 하청노동자들의 권리 쟁취를 위한 정규직화 투쟁이어야 한다.
불법파견은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 하고 노동자를 이중착취 하는 것으로 무권리 상태의 하청노동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었던 만큼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전면적인 요구로 정규직화는 제기되어야 하며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전원 정규직화이여야 한다.
둘째, 이 투쟁은 불법파견노동자인 하청노동자의 대중적 조직화투쟁 이어야 한다.
이 투쟁은 하청노동자들을 투쟁의 힘으로 조직하여야 만 승리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와 GM대우비정규직지회 건설 등으로 새로운 투쟁의 주체가 조직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원하청연대회의는 조직화 방침을 통하여 3개 공장의 하청노동자 조직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주체의 형성과 주체의 투쟁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규직노동자들과 공동투쟁의 불씨가 되어야 하며 전체 계급대중의 연대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주체의 조직화는 구조조정 분쇄투쟁의 시작이다. 이는 이번 투쟁의 1차적 투쟁부대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하청노동조합의 조직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이후 이 투쟁의 승패와는 별도로 자본에 대항하는 구조조정 저지 투쟁의 일주체를 세워내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투쟁의 경험은 하청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훈련시키는 중요한 것이 되어야 한다. 하기에 대중적 조직화투쟁은 조합을 건설하고 조합가입원서를 받는 것을 넘어서는 실천계획이 요구되는 것이다.
셋째, 실질적인 사용주로서의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밝히는 투쟁이어야 한다.
자본의 의도하는 것처럼 자신들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모호하게 만들면서 노동자에 대한 이중착취를 고착화 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반대 투쟁이어야 한다. 이는 하청노동자투쟁의 타격대상을 원청자본임을 분명히 하여 무권리 상태였던 하청노동자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쟁취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원청과 하청노동자들의 공동 투쟁을 통한 제조업에서의 간접고용철폐와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불법파견투쟁에서의 원청을 주타격대상으로 설정하는 이 원칙은 이후 사내하청노동조합운동의 방향과 자기 근거를 마련하는 중요한 원칙이다.
넷째, 정규직내지는 비정규직의 관점이 아닌 전체 노동자계급의 관점으로 불법파견투쟁은 계급의 단결투쟁이어야 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불법파견투쟁은 어떠한 전망 속에서 배치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우리는 답을 내어야 한다. 사내하청노동조합의 하청노동자들의 조직화는 어떤 목적으로 진행할 것인가, 불법파견투쟁의 일주체로 서고자 하는 정규직노동조합의 목적은 무엇이여야 하는가, 또한 민주노조운동과 활동가들은 왜 이 투쟁에 연대해야 하는 가 우리는 이것에 대한 단일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정규직-비정규직, 즉 계급의 단결투쟁이라는 정신에 입각하여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전국적이고 총체적인 투쟁전선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 목표를 위한 투쟁은 어떻게 배치되어야 하는지, 공동투쟁은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를 전체노동자의 관점에서 고민하여야 한다. ‘비정규노조’의 관점, ‘정규직노조’의 관점 또는 ‘연맹’의 관점으로 접근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없다. 05년 상반기 투쟁에 관한 수많은 입장과 논쟁만이 존재하고 전선을 형성하지 못함을 우리는 평가하고 다시금 이 원칙을 확인하여야 한다.
다섯째, 이 투쟁은 철저한 도급화 반대 투쟁이어야 한다.
자본이 진행하고 있는 도급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의도가 무엇인지는 앞에서 밝혔다. 현재 불법파견 판정이 나온 자동차 원청자본이 제시하고 있는 모든 개선계획서의 내용에는 합법도급이 전제되어 있다. 이는 불법파견으로 불거진 지금의 현상을 철저하게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한 상황으로 반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성과를 이루어 낼지라도 단 한 공정의 도급화도 용인한다면 그것은 투쟁에서 완전히 패배하는 길이다. 도급화를 우리가 용인한다는건 우리의 현장에서 간접고용비정규직을 우리 스스로가 용인해주는 것이고 그것은 자본의 구조조정에 그대로 조응해 들어가는 행위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앞서 불법파견투쟁에 있어서 몇 가지 후퇴하지 말아야할 원칙을 이야기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어떤 투쟁을 조직해야 하는가.
원하청 공동투쟁으로 원청자본을 끌어내는 투쟁을 하여야 한다. 지금 모든 원청자본은 이 투쟁에 있어서 우리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고 하청주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교섭에서 하청주체들의 제외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실질사용자임을 부정하려 하는 것이고 교섭에서의 이러한 교란은 투쟁의 대오를 분열시키려는 책동이다. 원청자본이 유일한 교섭과 투쟁의 대상임을 선언하고 불법파견에 있어서의 책임을 묻는 투쟁을 배치하여야 한다.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교섭불이행에 따른 쟁의권 확보 투쟁을 하여야 한다. 원청에 대한 투쟁 속에 원청을 상대로하는 쟁위권 확보의 문제도 투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이미 현대자동차 전주사내하청지회의 투쟁에서 노동부는 원청과의 조정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러한 노동부를 타격하는 투쟁을 배치하고 합법적(?) 쟁의권의 문제도 투쟁으로 돌파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모든 불법파견 사업장에서의 공동의 전술로 만들어야 한다. 불법도급업체에 대한 원청의 계약해지를 요구하고 불법파견 관련하여 또는 하청노조의 임단협을 포함하여 모든 교섭의 방향을 원청으로 맞추고 이것에 따른 쟁위조정신청을 노동부에 제출하고 쟁취투쟁을 하여야 한다.
그간 금속연맹은 불법파견투쟁을 모아내기 위한 여러 가지 투쟁을 계획하고 시도 하였다. 그러나 7월 금속연맹 총력투쟁이 무산된 지금, 다시금 연맹산하의 정규직노동조합을 투쟁의 전선으로 나서게 할 수 있는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중요한 요구로 내걸고 투쟁하고 있는 금속노조의 투쟁은 이번 불법파견 투쟁과 연계되어야 한다. 고용안정을 넘어서 원청의 책임을 묻고 현장에서의 간접고용을 철폐하는 투쟁으로 금속노조의 투쟁을 세워내야 한다.
불법파견 투쟁에 관한 각 사업장의 단일한 방향과 전술을 가져야 하며 이를 전국화 시켜내기 위한 연맹 및 상급단체의 계획이 요구된다.
불법파견 투쟁을 둘러산 다양한 의견과 입장들이 존재하고 있다. 도급을 인정하고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노동조합사수를 이야기 하고 또 한편에서는 정규직화가 최우선 과제임을 이야기하고, 원청과의 투쟁을 하여야 하나 조직력과 투쟁력의 한계로 인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의 판단은 어떠한 투쟁이 자본의 의도를 폭로하고 분쇄하는 것이고 현상은 어떻게 나타나던 자본의 의도에 그대로 조응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것에 있다고 판단한다.
전국의 현장에서는 지금도 노동자의기본권을 사수하기 위한 비정규직철폐를 위한 하청노동자들의 생존을 건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감히 말하건데 원칙을 지키고 자본에 반대하는 이투쟁이 패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는 싸움이더라도 어떻게 패배하는 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투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후 비정규철폐를 위한 계급투쟁에 무엇을 남겨갈 것 인가를 고민하여야 할 시기가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제안을 하며 글을 마친다.
필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부장 전장호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알고싶어요.(2)
Q.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A.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은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 불안정노동층 자기조직화를 통한 계급투쟁으로 만나야 합니다. 불안정노동 철폐투쟁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축으로는 그 동안의 민주노조운동의 관성을 떨치고 새롭게 혁신해야 하며, 또 한축으로는 투쟁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불안정노동층 노동자들이 만나, 말 그대로 '천만노동자 총단결' 기치를 세워야 합니다. 노동의 분할과 빈곤화, 경쟁으로 인한 삶의 파괴를 강제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다시 '천만노동자 총단결'의 기치를 세울 때 우리는 '계급투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