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안정법에 의하면 '근로자공급사업은 원칙적으로 허가받은 노동조합만이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모든 노동자들은 그들을 사용하려는 사용주들에게 직접 고용되어야 함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중간에 끼어들어서 중간착취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계속 고용주와 사용주가 다른 고용형태(파견노동)를 만들고 싶어했다. 전문적으로 인력공급만 하는 회사를 만들면 그 회사는 노동자들을 고용하기만 해도 돈을 벌 수 있고, 사용사업주는 용역업체에서 노동자들을 불러오는 것이므로 정규직보다 적은 임금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마음대로 짜를 수도 있다. 반면 파견노동자들은 임금을 이중착취당하고, 고용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이다.
자본가들과 정권은 이러한 파견을 제도화하기 위해 1993년도에 한번 시도를 했다가 실패했고, 결국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안을 만들어서 파견법과 정리해고제를 날치기 통과시켰다. 그 때는 모두 26개 업종만파견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업종을 파견허용업종으로 만들기 위해 호시탐탐 노동법 개악을 시도해왔다.
파견허용업종은 26개에 불과하므로, 자본가들은 이 외의 업종에 파견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마치 도급인 것처럼 위장을 해서 불법적 파견을 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불법파견이 많아진 것은 90년대 중반이후 신경영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용역화, 외주화가 많이 진행되면서부터였다. 그들은 제조업의 이러한 불법적인 간접고용을 '파견법 합법화'로 인정받으려고 했으나 파견허용업종이 제한되면서는 불법적인 도급 방식을 그대로 이용해왔던 것이다.
도급이라 함은 "민법상 도급, 위임 기타 이와 유사한 무명계약으로서 소급인 또는 수임인이 사업주로서의 독립성을 가지고 사업을 행하는 것(노동부예규 제259호 국내근로자공급사업허가관리규정)"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다리를 건설할 때 다리에 페인트칠을 해야 한다면 그것을 전문적인 페인트 업체에 도급을 주어서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금액으로 일을 마치기만 하면 되도록 계약을 맺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업무를 도급을 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원청이 완전히 지배개입을 하고 도급업체는 사실상 중간관리자에 불과한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이것은 업무를 완전히 독립적으로 떼어서 시행하는 도급이 아니라 도급을 위장하여 노동자만 파견을 보내는 형태로 노동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위장도급이 횡행하자 노동부로서도 일정하게 제재할 필요를 느꼈고, 그래서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는 고시를 만들었다. 그것의 핵심은 '노무관리의 독립성'과 '기업경영상의 독립성'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이 고시는 유명무실했고, 위장도급은 지속되고 확장되었다. 결국 수많은 노동자들이 사내하청, 용역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위장도급(불법파견)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2. 불법파견에 대한 노동자들의 대응
2000년 이후 비정규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을 가진 위장도급(불법파견) 노동자들도 노동조합 건설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98년 한라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업체 계약해지와 긴 천막농성 끝에 해산했고, 이후 대상식품 사내하청이나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조합 모두 노동조합을 만들자마다 업체가 통째로 계약이 해지되고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가 지속되었다. 그래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로부터 어떻게 노동조합을 방어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2000년 인사이트코리아는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부각시키고, 정규직화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 '불법파견'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3년간의 투쟁 끝에 불법파견(위장도급)을 인정받고, 대법원에서의 승소로 정규직이 되었다. 대법원 판결은 '인사이트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완전히 없는 회사'이므로 실질적인 사용주가 SK라는 점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불법파견이므로 파견법에 의거하여 정규직화하라'는 결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파견법 조항과는 무관하게 SK가 실질적인 사용자인 이상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불법파견 투쟁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판단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확정하고, 정규직화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불법파견을 중요한 수단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캐리어사내하청이 투쟁에서는 결국 투쟁하는 동지들을 제외하고 2년 이상자들이 정규직화했다. 이 때 "2년 이상 정규직화"는 사실상 올바른 결정이 아니다. 불법파견인 이상 그것은 당연히 원청이 사용자책임을 진다는 의미이고, 불법파견이니까 파견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2년이상 정규직화를 수용함으로써 마치 파견법에 의거해서 정규직화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후 노동부에서 '불법파견에는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여 우리 투쟁을 가로막게 만들었던 바, 2년이상인지 아닌지, 파견법에 적용을 받는지 안받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단 불법파견이라는 것은 '원래 직접 고용했어야 할 노동자들을 허수아비 사장을 앞세워서 고용한 척 한 것이므로 사실상 원청이 사용자이다'라는 판결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후 금호타이어 투쟁을 통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정규직화하면서 불법파견을 걸면 정규직화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었다.
3. 자본가들의 대응방안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투쟁을 전면화하자 자신들도 나름대로의 대응방안을 세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가 파견법의 허용업종을 확대하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2004년 9월에 제기되어 아직도 국회에 계류중인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바로 그 내용인데 가능하면 모든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에 막혀서 현재 파견허용업종 확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파견허용업종을 확대해서 제조업에까지 파견이 가능해지면 지금의 위장도급들을 모두 합법파견으로 전환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노동부의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는 기준을 완화시켜서 실제로는 위장도급인데도 마치 진짜 도급(진성도급)인 것처럼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원래는 도급업체가 노무관리의 독립성과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다 갖춰야 한다고 했다. 즉 그 회사가 완전하게 업무를 도급받아서 완결적으로 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만든 고시인데도 그 뜻을 곡해하여 불법파견이 아닌 것처럼 판단을 내리고 있다. 2004년에 조선업종에 대한 불법파견 특별조사를 하면서 불법파견이 단 한 건에 불과했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대성산업가스나 하이닉스 매그나칩이나 모비스의 사례처럼 하청업체가 조금이라도 업무 지시를 하거나 현장관리자가 있다면 실제 업무지시가 원청에서 내려오더라도 노무관리의 독립성을 인정해주거나, 도급회사가 약간이라도 전문성을 가진 흔적이 있으면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있다고 해서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간주하는 사례들이 생겼다. 이것은 불법파견이 아니라 진짜 도급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불법파견이라고 판정을 받은 업체들이 '그렇다면 진성도급으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개선계획서를 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자신들이 직접고용해야 할 노동자들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도급 형태로 위장해서 고용을 했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자신들이 이익을 보았고, 불법파견 노동자들은 심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형사처벌을 해야 하고, 노동자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이 자신들이 잘못을 했으니까 잘못을 고치면 된다면서 그 피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을 다시 해고하거나, 고용형태를 바꾸려고 한다.
개선계획을 내려면 먼저 자신들이 피해를 입힌 노동자들에 대해 실질적 사용주로서 책임을 져야 하고, 그 노동자들이 자신들과 사실적 고용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의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 안에는 당연히 '직접고용'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의 개선계획서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한달에 30만원씩 임금체불을 하고 떼어먹던 한 자본가가 그 체불행위가 법에 걸리자, 그러면 앞으로는 임금을 30만원씩 깎는 것으로 고치겠다고, 그러면 임금체불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개선계획서를 내는 것과 같은 수준의 적반하장이다. 지금 자본가들은 불법파견 문제가 제기되면 오히려 공세적으로 '개선계획서'를 내면서 '진성도급'으로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4. 진성도급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민법상 도급은 합법화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절대로 진성도급이 될 수 없다. 현재 상황에서 원청회사가 도급의 형태로 노동구조를 만드는 이유는 필요할 때 쉽게 계약을 해지하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들의 필요에 의한 것이므로 하청업체는 원청에 복속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한 기업에게 독립적으로 물량을 완전하게 떼어주는 형태로, 그래서 그 기업이 경영상의 독립성과 노무관리상의 완전한 독립성을 획득하게 되면, 원청자본으로서는 실질적 장악력을 잃게 되는 것이고, 그런 방식의 구조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성도급'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노동부에서 이야기하는 도급과 파견의 구분선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 진성 도급인 것처럼 다시 위장해두는 것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가 2004년 10월에 내놓은 개선계획서의 내용을 보면 '원하청 공정 재배치를 추진하여 원하청 소속 근로자의 혼재 작업을 최소화한다', '공장별로 일정한 공정을 협력사에서 전담하여 고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원청 노사 및 협력사간의 협의에 의하여 협력사 작업공정을 정하고, 이에 따라 도급계약을 변경하고 당사 소속 근로자 담당 공정을 배치전환함으로써, 원하청 소속 근로자의 혼재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그들이 이야기하는 진성도급화란 '혼재작업을 최소화하되, 사내하청으로만 이루어진 공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공정은 원청의 공장 안에서 원청의 전체 공정 안에서 한 부분인만큼 절대로 독립적 시스템을 가질 수 없다. 예를 들어 사내하청 업체가 창립기념일이라고 해서 하루 쉬면 공장 전체가 멈출텐데 그에 대해서 원청이 규제를 하지 않을 것인가? 하청업체가 인원을 얼마를 투입하든, 시간을 얼마나 내든,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물량만 해놓으면 되는데, 전체가 흐름생산으로 바뀌고 있는 현재의 공정에서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그런데도 노동부가 지적한 문제 몇 가지만 바꾸어놓고는, 혼재작업 하던 것을 한 라인을 몰아놓는다 해도, 실제로 원청이 모든 일의 실질적 책임자이고, 여전히 노무관리 부서에 불과한 하청업체에 관리자 몇 명 있다고 해서 이것이 진성도급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완전히 눈가리고 아웅하는 짓이다. 원청회사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 '진성도급'은 말 장난에 불과하다. 불법적인 위장도급을, 법조문만 살짝 피해서 '합법적인' 위장도급으로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5. '진성도급화'의 문제점
사실상의 진성도급이 불가능한데도 자본가들이 진성도급을 추진하겠다고 우기는 것은 단지 노동부의 시정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다. 자본가들은 오히려 진성도급화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구조조정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쌍용자동차 자본은 불법파견 진정이 들어가기도 전에 자신들이 알아서 '진성도급화'를 추진했고, 대공장 제조업 자본들은 공세적으로 진성도급화를 시도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성도급화'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다.
진성도급화의 첫 번째 문제점은 이것이 '간접고용' 형태를 고착화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은 간접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 '용역경비업법'이나 '파견법' 등을 만들어서 근로자공급사업을 해왔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진성도급'을 인정해버리면 자본가들이 간접고용을 합법화하기 위해서 민법상의 도급을 이용해왔던 것을 우리가 인정해버리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파견법에 이어서 사실상의 파견인 진성도급이 간접고용을 확장하고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본가들은 파견허용업종을 확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게 된다. 간접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중간착취, 계약해지, 책임없는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진성도급'의 이름으로 고용된 노동자들은 계속 무권리 상태에 놓이게 된다.
두 번째 문제점은 위의 내용과 연동되는 것으로서 그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투쟁해왔던 '원청사용자성 인정 투쟁'을 무력화해버리기 때문이다. '진성도급'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도급'이라는 뜻이다. 원청과 하청이 도급계약을 맺은 것에 불과하므로 하청업체가 실질적인 사용주이고, 모든 법적 책임은 모두 하청업체가 지게 된다는 뜻이다.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원청이 '진성도급'으로 위장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자는 원청이다.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고용, 해고 등에 막강한 권한을 계속 행사한다. 그러면서 책임은 더 이상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책임은 전혀 없는 상태야말로 자본가들이 원하는 최상의 상태 아닌가?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이 아무리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투쟁하고 조직을 해도 허수아비 사장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므로 '진성도급'을 통한 고용안정이나 노동조합 인정은 상상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세 번째로 가장 큰 문제점은 이것이 자본가들의 구조조정 방편이라는 점이다. 자동차는 모듈화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부품을 이미 조립한 상태로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의 부품 조립라인은 부품업체로 넘기게 된다. 노동자들을 전환 배치하여 완성조립라인에 정규직들을 몰고, 하청 노동자들을 부품 조립라인으로 몬 후에 그 라인을 통째로 모비스 등 1차 부품업체에 넘기는 것이다. 모듈화를 시행하면 완성차의 조립공정이 단순화하고 규모가 축소된다. 또한 무듈화 기술력을 중심으로 부품사들을 통폐합해 부품사 수를 획기적으로 줄인다. 그리고 부품사들은 대부분 100% 하청으로 운영된다. 이것을 시행하려면 자본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전환배치를 해야 하는데 정규직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고 구조조정 전체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을 것이므로 '불법파견을 진성도급으로 만든다'는 이유를 들어 이제는 적극적으로 모듈화를 위한 전환배치 일정을 밟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성도급'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6.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어떤 동지들은 진성도급화를 받아들여서, 원청의 간섭 여지를 없애서 하청을 대상으로 한 교섭과 투쟁을 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노동조합을 사수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꿈이다. 진성도급은 말 뿐이고, 실제로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면하게 하면서도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게 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내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은 더욱 노골화할 것이다.
대부분의 자본가들은 불법파견에 대해 일부를 정규직화하고 나머지를 진성도급화하자고 안을 내민다. 그 때 단지 몇 명을 정규직화할 것인가에만 우리가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정규직화의 숫자를 늘리는데 골몰하여 사실상 진성도급화 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규직화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진성도급을 받아들이는 순간 원청에게 사용자책임을 지게 할 수도 없고, 간접고용과 중간착취를 합법화해주며, 심지어는 자본의 구조조정까지도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진성도급화' 안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 설령 90%의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고, 10%를 진성도급화하자고 해도 안된다. 한번 진성도급화를 수용하게 되면 그 다음부터 들어오는 모든 업체는 '진성도급'의 이름을 빌어 들어올 것이므로 합법의 탈을 쓴 불법적인 간접고용은 필연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우리의 원칙은 '직접고용'과 '진성도급 반대'이다. 어떤 형태로도 진성도급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진성도급 반대는 단지 인력재배치 반대, 즉 비정규직을 한 라인으로 몰아넣는 것에 대한 반대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이후 구조조정계획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제출하고 투쟁하는 과정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자본이 불법파견 문제를 자신들의 구조조정에 이용하려고 한다면 우리도 역시 이 투쟁을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투쟁의 과정으로 사고해야 한다. 즉 이후에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정규직-비정규직 전체의 전면전을 하고자 한다면, 그래서 정규직-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총고용 사수 원칙을 갖고 공동투쟁을 하려면 당연히 공동행동의 경험을 쌓아야 하고,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진성도급을 반대하면 방법은 '직접고용'밖에 없다. 몇 명이 정규직이 되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체 노동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여 이후에 다가올 구조조정에 대한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한 정규직-비정규직 공동투쟁이 가능하게 하는 데에는 '직접고용 쟁취'가 매우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자본이 '진성도급화'를 개선계획을 내놓고 노동부에서 장단을 맞추는 지금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서 '직접고용 원칙'을 다시 세우고, 이것이 반드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각각의 자본에 대항하는 각각의 투쟁이 아니라, '원청의 사용자책임'이라는 것을 의제화 하여 법을 고칠 수 있도록 전체 노동자가 총단결하는 투쟁의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본의 의도를 분쇄하고 불법파견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필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알고싶어요. (3)
Q.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어떤 사람이 가입해야 하나요?
A. 불안정노동을 철폐시키는 정치적 기획 속에서 함께 투쟁할 동지면 다 가입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에 복무하려는 모든 사람이면 됩니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일차적 주체인 비정규직 노동조합 뿐 아니라, 정규직 노조의 주체들, 각 연맹과 지역본부의 활동가들, 다양한 노동, 사회, 정치단체의 활동가들 모두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모두가 오며 전국적 수준에서 상호 교류하고, 지속적인 연대활동을 조직하는 것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입니다.